아몬드·쌀로 만든 과자..비상식량으로도 사용 오렌지 콩피 넣고 캐러멜라이징 '맛의 결정체'

기자 2022. 6. 2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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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과자를 전공한 사람들은 세계사를 주제로 대화를 시작하면 3박 4일은 거뜬히 넘길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이야기보따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한식이 뚜렷한 4계절을 담고 있다면, 프랑스 과자는 유럽 중심의 세계사로 탄생하고 발전된 터라 지금도 지역을 기반으로 한 클래식한 향토과자들이 존재합니다.

요즘 핫한 구움과자 중 하나인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향토과자 카늘레 드 보르도(Caneles de Bordeaux) 역시, 탄생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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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전통과자 ‘팽드젠’.

■ 빵요정의 세상의 모든 디저트

- 프랑스 과자‘팽드젠’

프랑스 과자를 전공한 사람들은 세계사를 주제로 대화를 시작하면 3박 4일은 거뜬히 넘길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이야기보따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한식이 뚜렷한 4계절을 담고 있다면, 프랑스 과자는 유럽 중심의 세계사로 탄생하고 발전된 터라 지금도 지역을 기반으로 한 클래식한 향토과자들이 존재합니다.

요즘 핫한 구움과자 중 하나인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향토과자 카늘레 드 보르도(Caneles de Bordeaux) 역시, 탄생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18세기경 아농시아드 수도원에서 와인을 만들었는데, 생산한 와인 내 불순물을 제거할 때 점액질인 계란 흰자를 풀어 흡착시키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노른자만 남게 됐습니다. 그래서 근처 수도원의 수녀들이 이 노른자를 수거해 만든 것이 카늘레라고 합니다.

이렇듯 오늘 소개할 과자 팽드젠(Pain de Genes)은 평평하고 얌전한 모양새를 지니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사뭇 비장합니다. 1855년 파리에서 시작된 과자(빵 ‘pain’이라는 이름이지만 빵이 아닌 과자입니다)인 팽드젠은 1800년도에 오스트리아 군대에 포위된 제네바의 프랑스 군대와 시민들이 성에 비축된 50여t의 아몬드와 쌀만으로 3개월가량을 버틴 사건에서 유래된 과자라고 합니다. 쌀과 아몬드로 만든 식량 역할을 하던 이 과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아몬드와 버터, 설탕, 전분으로만 레시피가 정리됐습니다.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과자가 아닌 만큼 이목을 끌거나 관심을 모으지 못해 서울에서도 쉽게 구하기 어려운 이 과자를 서울 연희동의 작은 과자점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연희동 번화가에서도 약간 안쪽으로 걸어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과자가게 ‘온고’는 일주일에 금, 토, 일, 월 나흘만 문을 엽니다. 온고지신의 온고라는 이름이기도 하지만 제게는 늘 공부하고 탐구하는 ‘on going’의 의미로 다가옵니다. 리치몬드 과자점의 2세 권형준 대표가 마음에 지니고 있는 프랑스 향토과자에 대한 열정이 바로 그래 보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오페라좌, 오봉뷰탕에서 기술을 단련해 온 그 시간들부터 리치몬드를 운영해 온 최근까지 늘 프랑스 과자에 대한 디테일한 기술적, 역사적 고증과 재현에 대한 연구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온고라는 작은 공간에서 펼쳐내는 그의 과자들은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팽드젠은 온고의 시그니처 과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직접 블렌딩해 갈아 만든 백색의 아몬드 가루들과 마지팬, 8일간 서서히 당도를 올려가며 만든 ecorce d’orange, 주황색의 오렌지 콩피 그리고 갈색의 캐러멜라이징 이 3가지 색의 조합으로 완성되는 결정체입니다. 심지어 이런 의미를 담아 흰색과 주황색, 갈색을 온고의 시그니처 컬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외의 인기 품목인 온고 슈나 위크엔드, 낭테 등의 제품들은 최소 전날 미리 인스타그램으로 예약하면 맛보실 수 있습니다. 클래식 뷰티를 담은 이 정성 어리고 완성도 높은 귀한 맛은 입안에 담기는 순간부터 그 풍미와 멋이 사르르 퍼져나가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11길 71 / 금·토·일·월 12:00∼19:00 (화·수·목 휴무) https://www.instagram.com/ongo_patisserie/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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