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70%인데도..서학개미들, 고위험 베팅 멈추지 않는다

전슬기 2022. 6. 2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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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주가 하락에도 3배 레버리지 ETF 사들여
주가 하락에 3배 거는 '인버스 ETF'도 인기
저가 매수 기회라지만 손실 위험 우려도 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입회장에서 한 트레이더가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해 말 받은 성과급을 미국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 38살 직장인 김아무개씨. 최근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져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 고민 상담 글을 올리자 “결국 존버(끝까지 버티기)가 승리하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전 세계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으나 일부 ‘서학개미’(해외주식에 직접투자하는 내국인)들은 여전히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3배 이익 아니면 3배 손실이 나는 고위험 상장지수펀드를 순매수하고 있다. 반대로 주가 하락에 3배로 돈을 거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도 인기다. 전문가들은 시장 변동성이 워낙 커 주의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27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매수-매도) 결제액은 119억8700만달러(15조5351억원)다. 1위 순매수 종목은 테슬라이며, 2~3위 종목은 레버리지 3배 상장지수펀드로 집계됐다. 2위인 프로셰어스 울트라프로 QQQ 상장지수펀드(TQQQ)는 기초지수인 나스닥100지수의 일간 변동률을 3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나스닥100지수가 1% 오르면 3%의 이익을 얻고, 지수가 1% 하락하면 3%의 손실을 본다. 3위인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엑스 에스에이치에스 상장지수펀드(SOXL) 역시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3배로 따라간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미국 주식시장이 호황을 보이면서 두 상장지수펀드 수익률(1년 전 대비)은 ‘티큐큐큐’가 약 71%, ‘에스오엑스엘’이 약 98%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빠른 정책금리 인상으로 수익률은 6개월 만에 티큐큐큐가 -66.18%, 에스오엑스엘이 -76.55%로 추락한 상태다.

그런데도 일부 서학개미들은 고위험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저가 매수 기회로 여기면서 미국 증시 반등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한 달간(5월25일~6월24일)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 상위 종목 2~3위도 티큐큐큐와 에스오엑스엘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한 달 동안 티큐큐큐는 1억6802만달러(2177억원), 에스오엑스엘은 7538만달러(976억원)를 각각 사들였다.

심지어 서학개미들은 미국 주가 하락에 투자하는 3배 인버스 상장지수펀드도 손대고 있다. 지난 한 달간 순매수 상위 종목 5위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숏 QQQ 상장지수펀드’(SQQQ)다. 이 상장지수펀드는 ‘티큐큐큐’와 반대로 기초지수인 나스닥100지수가 하루에 1% 내리면 3%의 이익을 얻고, 1% 오르면 3% 손실을 본다.

전문가들은 서학개미들의 공격적인 투자가 우려스럽다는 분위기다. 현재 금융당국은 위험성을 고려해 국내 거래소에 상장되는 상장지수펀드의 경우 레버리지를 2배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또한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를 매수하려면 기본예탁금 1천만원이 있어야 하며, 사전 온라인 교육도 이수해야 한다. 해외 레버지리 상장지수펀드는 국외에서 상장·거래돼 이같은 규제를 적용할 수 없어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등으로 더 몰려가는 모습이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는 ‘배 단위’로 움직이므로 자칫하면 손실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 하락 뒤 반등할 때는 기초지수보다 가격 복원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초지수가 100에서 90(-10%)을 거쳐 100(+11%)으로 복귀할 경우, 3배 레버지리 상장지수펀드 등락률은 3배인 -30%와 +33%가 되는데 이때 가격은 ‘100→70→93.1(70x1.33)’로 100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저가 매수 기회를 활용하는 것은 좋지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움직여야 할 것”이라며 “해외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 피해는 국내 금융당국이 관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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