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하고 기이한 색감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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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어둠 속에서 건너온 작고 어린 짐승.
온몸에 앙증맞은 뿔들이 박혀 있거나 등에 날개가 달린 그 귀여운 생명체가 방 안을 가로질러 와서 관객의 품속으로 풀쩍 뛰어든다.
브이아르(VR) 기기를 눈에 착용하면 창문 바깥으로 비가 내리는 방 속에 관객이 앉아 있게 되고, 여기서 들어오고 나가고를 되풀이하는 가상세계의 반려동물 다마고치를 관찰하고 자신의 손으로 애정을 표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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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어둠 속에서 건너온 작고 어린 짐승. 온몸에 앙증맞은 뿔들이 박혀 있거나 등에 날개가 달린 그 귀여운 생명체가 방 안을 가로질러 와서 관객의 품속으로 풀쩍 뛰어든다. 귀여워 쓰다듬어주려 하면 어느새 등을 돌리고 일어서서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 13길 12번지. 1층에 정갈한 카페가 있는 서울 경리단길 사이 골목길의 작은 상가건물 3층의 갤러리 휘슬의 한구석 골방에서 이런 체험을 할 수 있다. 브이아르(VR) 기기를 눈에 착용하면 창문 바깥으로 비가 내리는 방 속에 관객이 앉아 있게 되고, 여기서 들어오고 나가고를 되풀이하는 가상세계의 반려동물 다마고치를 관찰하고 자신의 손으로 애정을 표시하게 된다. 작품명은 <초대받지 않은 다마고치>(2022).
갤러리 휘슬에서 브이아르 작품을 비롯한 여러 신작을 내놓은 람한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는 중이다. 원래 일러스트레이션 작가로 시작해 2017년께부터 에스엔에스(SNS)에서 독특한 디지털 회화를 선보이며 젊은 세대 관객들 사이에 모바일 감상 경로로 주목받기 시작한 그의 신작과 구작들이 두루 모였다. 빛을 내는 라이트 패널, 매끈한 신체 기관의 촉감이 연상되는 합성수지 조각, 소형 드로잉 등 여러 매체의 작업 21점이 나왔다.
애니메이션에서 따온 듯한 팬시한 인물과 동식물들이 끈적이고 반짝이는 물질 속에서 등장하는 신비스럽고 괴기스러운 도상들이 그의 평면 회화를 관통하는 특징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평소 여행하면서 얻은 열쇠고리, 도자기 인형 등의 기념품과 게임의 스크린샷, 실제로 본 풍경 등을 작업의 대상으로 삼았다고 한다. 특히 들머리의 작품 <나는 안심했어요>(I am relieved)(2022)는 팬데믹 이후 매일같이 자신의 점막을 살피며 몸 상태에 관하여 질문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점액질의 인물상을 담고 있다. 여러 언론 매체에서 소개한 질환에 감염된 신체의 반응들을 주시한 작가는 보고 만질 수 없는 몸 내부의 조직을 거듭 상상하면서 그림의 도상들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전시는 7월2일까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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