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해용의 홀인원보다 행복한 골프] 골퍼의 길, '선택과 집중'보다 '포기와 집중'?

곽해용 2022. 6. 28.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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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실력과 재능만큼 골퍼로서 기량을 갈고 닦아온 '최고의 스타 골퍼' 타이거 우즈와 로리 맥길로이.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세상에는 다양한 직업이 있다. 2019년 말 기준으로 한국직업사전에 등재된 직업은 총 1만6,891개나 된다. 한 조사에 의하면 초등학생 희망 직업 베스트 10에서 1위가 운동선수라고 한다. 



힘들고 어려운 운동선수가 인기가 많은 이유는 약 1%의 스타 선수들의 연봉과 인기가 부럽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주 단위로 억대 연봉을 받는 스타처럼 될 수 있다면 꿈에 그리던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운동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 테일러(Taylor), 댈리스(Dallis) 등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운동을 통해 자신감, 확신, 정서적 안정감, 독립심, 기억력, 자기통제, 성적 만족, 행복감 등이 증진되고 공허감, 우울증, 공포증, 스트레스, 적대감 등이 감소한다고 한다. 



골프를 취미생활로 시작한 사람도 있고, 아예 처음부터 프로선수를 꿈꾸며 직업으로 선택한 이들도 있다. 외국 유학 갔다가 골프에 빠져 학위는 뒷전이고 골프지도자 자격증을 따서 티칭 코치로 전업하는 이도 가끔 있다. 운동은 그만큼 매력적이다. 



 



무엇을 선택한다는 것은



또 다른 무엇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동규 칼럼니스트는 "선택이란 고난도의 포기 행위다. 포기한 자만이 집중할 수 있다. 선택과 집중보다 포기와 집중이 더 타당한 말이다. 세계적 고수들의 핵심 메시지는 안되는 것을 부여잡고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려 애쓰지 말고 자신만의 장기를 더욱 발전시켜 남이 감히 넘볼 수 없게 하라는 것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포기하고 버릴 것인가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늘 무엇인가를 선택하게 된다. 내 의지대로 선택할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양자 혹은 다자 가운데 선택한다. 직업이나 배우자, 학교, 문과나 이과 등 그 선택지는 다양하다. 선택과 결정은 유사한 뜻으로 혼동될 수 있지만, 선택의 기준이 모호할 때 하는 것이 '결정'이다. 



 



하여튼 많은 스포츠 종목 가운데서 골프를 선택하여 프로선수가 되어 행복하다면 잘한 일이다. 나아가 실제로 투어 생활까지 하게 되면 최상일 수 있으나, 아니더라도 골프와의 만남 그 자체로도 행복하다면 그것만으로도 괜찮다. 프로의 길을 선택하고서도 계속 이어지는 심적 부담감으로 행복하지 않다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행복도 선택이다. 골프를 선택한 아마추어들도 마찬가지이다.



 



만일 어린 자녀가 골프 프로가 되겠다는 야무진 의지를 피력하면, "골프를 선택하게 되면 일단 네가 좋아하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데 그럴 수 있겠니?"라고 우선 물어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취미로 골프를 하는 것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시간이 날 때 언제든지 레슨이나 독학으로 연습하면서 라운드를 즐기면 된다. 그러나 직업으로서 골퍼가 되려면 먼저 본인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골프의 역량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아서 결실을 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고 싶고 놀고 싶은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가족의 도움, 경제적 지원 등이 없이 혼자의 힘만으로 성공하기가 어려운 스포츠다. 부모의 의지에 이끌려서 하기 싫은 운동을 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오래가지 못한다. 그런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프로선수가 되기도 쉽지 않은데 그 과정에서 끝없이 들어가는 비용과 해도 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 부모나 자녀 모두 이런 상황을 진지하게 고려해보아야 한다. 그래도 자녀가 하겠다면 허용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선택했다면 장차 다가올 어려움과 곤란 그 모든 것을 가족과 함께 이겨내야 한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곽보미 프로. 사진제공=KLPGA

 



나는 지금 다시 그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과연 딸에게 골프를 선택하게 했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딸도 골프를 하겠다고 계속 떼를 썼을까. 



언젠가 딸은 주변에서 골프를 시키겠다고 하면 우선 말리겠다고 했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선수들 대부분 그렇게 답할 것이다. 나도 누군가 이러한 도전 앞에서 망설이거나 두려워한다면 굳이 이 좁은 문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모험과 도전 앞에서 운명을 던지는 자에게만 기회나 행운도 찾아온다. 행동하지 않는 이에게는 어떠한 기회도 행운도 없다. 골프선수로 가는 길이 비록 험난하고 어려울지라도 과감하게 도전하며 이를 즐길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충분히 선택해볼 만한 일이라고 감히 추천하고 싶다. 



행복은 행복을 추구하는 그 열정과 과정 가운데서 진정한 즐거움이 있다. 인생은 그 자체가 목적이지, 행복이 궁극적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더군다나 행복을 느끼는 정도도 사람마다 나라마다 그 기준이 약간씩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일단 골퍼가 된 이상 행복한 골퍼가 되어야 한다.



 



돌아보면, 딸은 누구도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 길고 긴 무명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어느 하루도 성실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그래서 긴 시간 기본기가 나름 탄탄하게 쌓여온 듯하다. 



누구나 그 어려운 운동선수가 될 것으로 선택했다면 무엇보다도 '성실'해야 한다. 성실이라는 개념에는 '인내와 절제'라는 요소가 들어있다. 



 



내 몸을 쓴다는 것은 때로 고통이 동반하기 때문이다. 운동선수는 내 몸이 곧 실전에서 써먹어야 하는 무기이고, 장비이다. 하나뿐인 소중한 내 마음도 내가 스스로 아프게 해서는 안 된다. 몸도 마음도 늘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이왕 골프를 선택했다면 일단 집중해야 한다. 운동에 있어서 집중이란 필요한 때와 장소에서 적절한 동작, 기술, 반응, 선택 등을 필요한 시간만큼 유지하는 행위를 말한다. 



 



집중은 바로 '현재 여기(now & here)'에 초점을 맞춘다. 



인생이 그러하고 골프도 그렇다. 어떻게 하면 집중을 잘할 수 있을까? 누구든지 무엇엔가 집중하게 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미친 듯 빠져든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영화를 보면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선수들도 지치면 샷이 흔들릴 수 있다. 며칠 동안 계속 이어지는 대회 일정 등 피곤한 시간이 누적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실수를 할 수 있다. 게임이 끝날 때까지 순간순간 샷을 하는 그 짧은 시간에도 흔들림 없는 집중력이 요구된다. 무의식상태에서도 몸에 밴 스윙이 감(感)으로 자연스럽게 나타날 때까지 부단히 집중하여 연습해야 한다. 특히 골프는 특성상 순간 집중력이 뛰어난 사람이 잘할 수 있는 스포츠다.



스포츠나 예술 등 전문 분야에서의 실력 차이는 결국 성실한 연습량에서 나온다. 같은 동작을 끊임없이 반복 훈련하게 되면 이런 동작들이 제2의 천성이 된다. 



 



사진은 칼럼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아웃라이어』의 저자 말콤 글래드엘은 재능이란 타고난 것이라는 논리에 반기를 들고,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1만 시간(매일 3시간씩 10년 동안)이 필요하다는 '1만 시간의 법칙'을 제시했다. 



선수가 성실하지 않다면 그는 더이상 선수가 아니다. 하지만, 연습량이 무작정 많다고 능사는 아니다. 어린 시절 무턱대고 하루 10시간씩 무리하게 연습하다가는 소중한 내 몸만 망가진다. 중도에 잦은 부상으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무식하게 연습하면 안 된다. 연습량보다는 집중해서 얼마나 제대로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국가대표였던 모(某) 프로 경우에도 어린 시절에 하루 1,500개 이상의 볼을 때리며 무리하게 많은 연습을 하여 척추 분리증을 심하게 앓다가, 각고의 노력 끝에 병을 극복한 사례도 있다. 골프는 집중(focus)과 이완(relax)을 반복적으로 잘해야만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인생이나 골프. 선택과 집중을 잘하는 자가 결국 성공한다는 평범한 진리가 통한다. 내가 선택한 골프. 최상의 집중력으로 성공과 행복을 향해 힘차게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가보자.



 



*칼럼니스트 곽해용: 육군사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고려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수필가이며 최근에는 행복한 골퍼를 응원하는 『홀인원보다 행복한 어느 아빠의 이야기(2022)』를 출간하였고, 『50대, 나를 응원합니다(2020)』 등의 저서가 있다. 프로 데뷔 11년 만에 2021년 KLPGA 투어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에서 우승한 곽보미 선수의 아빠이기도 하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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