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화 "30년만의 단역 뜻깊은 일"..박지연 "주체적인 여성 보여줄게요"

임석규 2022. 6. 2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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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햄릿' 조연 맡은 윤석화
여주인공 오필리어 역 박지연
배우 윤석화와 박지연이 22일 오전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 앞 벤치에서 한겨레와 인텨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히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6년전 오필리어 맡았던 윤석화
“이번엔 대사가 한 페이지도 안돼
선배들 건너온 시간 전수할 기회”

이번엔 빛나는 주연이 아니다. 후배를 더욱 빛나게 하는 ‘후광’(後光)이 되어야 한다. 다음달 개막하는 연극 <햄릿>은 캐스팅이 이례적이다. 수십년 무대 경력의 대배우들은 뒤로 물러서고, 젊은 배우들이 주연으로 나선다. 여주인공 오필리어를 연기했던 윤석화(66)는 단역으로 ‘체급’을 낮췄다. 뮤지컬 배우 박지연(34)이 오필리어 역이다. 6년 전 오필리어 윤석화, 그리고 지금 그가 보는 앞에서 같은 배역을 연기하는 박지연을 지난 22일 국립극장에서 만났다.

‘햄릿’의 출연하는 배우들과 연출가, 프로듀서가 지난 25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아랫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손진책·정동환·김성녀·손숙·박정자·전무송·권성덕·박명성·길해연·김수현·박건형·유인촌·강필석·박지연·이호철·김명기·손봉숙. 신시컴퍼니 제공

“후배들 지원하고 응원하고 격려하는 일이잖아요. 뜻깊고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윤석화는 “대사가 한 페이지도 안 되는데, 그것도 어렵다”며 웃었다. 이름만으로도 독특한 아우라를 발산하는 배우가 ‘배우 3’이란 단역으로 출연한다. 그에겐 30년 만의 조연이라고 한다. 그래도 일요일 빼곤 날마다 강북구 연습실로 출근한다. 윤석화뿐만이 아니다. 권성덕, 전무송, 박정자, 손숙, 정동환, 김성녀, 유인촌, 손봉숙, 길해연 등 쟁쟁한 배우들도 마찬가지. 6년 전 주요 배역을 연기했던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유령, 무덤파기, 배우 1·2·3 등 하나같이 비중 낮은 배역을 맡았다. 이번에도, 6년 전과 마찬가지로 손진책 연출에 박명성(신시컴퍼니 대표) 제작 <햄릿>이다.

배우 윤석화와 박지연이 22일 오전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 앞 벤치에서 한겨레와 인텨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히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처음엔 설렘과 기대감에 겁나는 줄도 몰랐어요. 리허설이 시작돼 선배님들 대사를 듣다 보니 ‘쉽지 않은 싸움이 되겠구나’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2010년 <맘마미아>로 데뷔한 뮤지컬 배우 박지연에게 연극은 낯선 장르다. <레베카> <레미제라블> <고스트> 등 대작 뮤지컬에서 스타성을 증명해 보였지만, 연극은 주특기가 아니다. 4년 전 <리차드 3세>가 출연한 첫 연극이었다. 이번이 고작 두번째다. 그런데도 까다로운 배역 섭외로 유명한 손진책 연극의 여주인공 역을 따냈다.

뮤지컬서 연극으로 넓힌 박지연
“선배님들 리허설 대사 듣고 긴장
새로운 오필리어 연기하고 싶어”“<맘마미아>와 <리차드 3세>에서 눈에 띄게 잘하는 배우가 있었어요. ‘저 배우가 누구냐’고 이름을 물어본 기억이 나요.”(윤석화) 그 배우가 박지연이었다. 32년 나이 차가 나는 까마득한 후배에 대한 윤석화의 응원과 격려가 이어졌다. “조언해줄 게 하나도 없어요. 이제 본인다운 연기를 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거죠. 자질과 태도가 훌륭해요. 자기 몫을 충분히 해낼 겁니다.” 선배에 대한 후배의 찬탄도 뒤지지 않았다. “윤석화 선생님이 안 계시면 연습실이 갑자기 삭막해져요. 선생님처럼 멋과 센스가 넘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배우 윤석화와 박지연이 22일 오전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 앞 벤치에서 한겨레와 인텨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히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햄릿>은 셰익스피어가 1601년에 쓴 희곡이다. 그의 4대 비극 중 시대와 지역을 넘어 대중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작품으로, 덴마크 왕자 햄릿을 내세워 선악의 갈등 속에 방황하는 인간 존재의 의미와 급변하는 시대상을 담았다.

“사느냐 죽느냐”며 고뇌하는 햄릿과 ‘얼음같이 정결하고 눈같이 순수’한 오필리어가 남녀 주인공. 슬픔의 늪에서 허우적대다 마침내 미쳐서 물에 빠져 죽는 여인 오필리어는 결코 녹록한 배역이 아니다. “오필리어에겐 어떤 결핍이 있어서, 번뇌하고 고민하죠. 그래도 자기 생각을 당당하게 말할 줄 아는 주체적인 여성으로 연기하고 싶어요.” 이리저리 흔들리는 여린 여성이 아니라 자아가 확실한 당찬 여성으로 그려지는 ‘박지연 스타일의 오필리어’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배우 윤석화와 박지연이 22일 오전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 앞 벤치에서 한겨레와 인텨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히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뮤지컬은 의지할 곳이 많아요. 노래도 있고 오케스트라도 있죠. 오로지 대사만으로 끌고 가야 하는 연극은 그만큼 깊이가 뒷받침돼야 하는 거죠.” 박지연은 이어서 “노래가 쉬운 거였다”며 웃었다. 윤석화가 그 말에 조응했다. “뮤지컬은 스펙트럼이 넓어요. 노래와 음악이 굉장히 풍성하거든요. 연극은 깊이와 의미에서 차원이 달라요.” 연극과 영화, 드라마와 뮤지컬을 넘나들며, 연출자와 제작자로도 나섰던 47년차 배우 윤석화는 “연극과, 뮤지컬은 매력과 어려움이 다르고, 보람과 의미도 다르다”고 했다. 그의 독특한 배우론이 이어진다. “직관과 직감으로 다른 사람의 삶을 표현하는 사람이 광대라면, 광대짓이 깊어져서 승화된 사람이 배우죠. 그래서 배우는 평생 배우는 사람이라야 합니다.”

박지연은 “관록의 숲에서 새롭게 피어나는 오필리어”를 다짐한다. 후배를 떠받치는 역할로 몸을 낮춘 윤석화는 “우리 희망인 후배들이 선배들이 건너온 시간을 전수하는 기회가 되길” 고대한다. 후배의 패기와 선배의 연륜이 함께 빚어낼 특별한 캐스팅의 <햄릿>이 기다려진다. 7월13일부터 8월13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배우 윤석화와 박지연이 22일 오전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 앞 벤치에서 한겨레와 인텨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히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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