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포럼] 인공지능 경쟁력 확보, 시급하나 시간이 필요하다

송치웅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아태첨단기술전략연구센터장 2022. 6.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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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치웅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아태첨단기술전략연구센터장

인공지능(AI)은 하나의 단일 기술 또는 단일 분야가 아니라 최첨단의 디지털 기술들로 이뤄지는 종합예술이다. 기본적으로 AI의 경쟁력은 컴퓨팅 인프라, 빅데이터, 알고리즘, 인적자원에 의해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또 AI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및 5G·6G 기술력과 연계돼 있고, 사이버안보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 간 기술패권경쟁은 궁극적으로 AI 전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측면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은 AI 분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규모의 투자를 추진해 왔다. 중국의 경우 빅데이터 확보를 위해 개인정보보호 관련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해 왔다. 물론 그 과정에서 개인의 인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논란이 제기된 것도 사실이나, 중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 내에 상당한 규모의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중국은 또 AI와 관련된 연구개발 활동을 강력하게 지원해 왔다. 그 결과 AI 분야 연구대학 순위에서 중국의 주요 대학들이 세계 10위 내에 다수 포진하게 됐다. 논문과 특허출원에 있어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뒀고, 양적인 측면에서는 이미 미국을 거의 추격해 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물론 아직까지 양적인 측면 그리고 수월성 측면에서는 미국이 중국에 비해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 역시 중국의 추격에 위협을 느끼고 미국혁신경쟁법(USICA) 및 미국경쟁법(ACA 2022) 도입과 대규모 기술개발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AI 경쟁력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에 비해 어느 수준에 와 있을까? 2020년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지난 2018년 도입한 슈퍼컴 누리온의 연산 성능은 당시 전 세계 17위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당시 1위로 평가된 일본의 후가쿠와 비교해 1/20 수준인 것으로 평가됐다. 미국과 일본, 중국에 비해서 우리의 슈퍼컴 성능과 인프라 규모는 1.33~10% 수준이라는 것이다.

빅데이터 경쟁력은 어떠한가? 2018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의 디지털 경쟁력 순위 보고서에 의하면, 빅데이터 활용도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조사된 63개국 중에서 31위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주요 기업과 공공기관 중에서 빅데이터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는 기관은 전체의 약 10%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집계됐다. 데이터 부족, 전문인력 부족, 업무 연관성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돼 있다. 특히 고급인력 규모는 미국 대비 약 4% 정도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격차를 어떻게 해소하고 AI 분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가? '급할수록 돌아가라'그리고 '바늘 허리에 실 매어 쓸까'의 두 가지 속담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AI 강국으로 손꼽히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 주요국들은 오래 전부터 AI와 관련된 기초과학 및 응용기술 개발에 투자를 해 왔다. 즉 오랜 기간 지식과 기술이 축적됐고 그만큼 많은 인재들이 양성돼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해 왔을 것이다.

이제 막 출발점에 섰다고 볼 수 있는 우리나라가 한 순간에 추격할 수 있는 격차가 아니며,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투자를 시작해야 하고 또 최소 한 세대(30년)를 관통할 수 있는 국가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처럼 1년 단위로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기획, 수행·평가하고 시류에 따라서 연구개발 투자의 중점이 급격히 변화하는 환경에서는 지식의 축적과 고급 인력의 양성은 요원한 목표일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고수해 왔던 연구개발 시스템 자체를 송두리째 변화시켜야 할 수도 있다. 과연 우리는 오롯이 난제를 풀고 이론 증명에 몰두하는 수학연구소와 물리연구소를 보유할 수 있는가? 오로지 수학 실력만으로 국가 최고의 학자로서 대우받을 수 있는가? 10년 동안 한 가지 주제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는가? 해리 포터의 투명망토를 만들겠다는 연구계획서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 대학입시와 교수 임용 절차 및 방식도 바뀌어야 하고 연구개발 시스템 역시 변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세계 최고의 인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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