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허점

김소연 기자 2022. 6.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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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1팀 김소연 기자

원숭이두창 국내 유입이 확인되면서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방역당국은 지난 주 의사(의심)환자 2명 중 1명이 원숭이두창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국내 첫 원숭이두창 확진 판정을 받은 내국인 A 씨는 지난 20일 독일에서 입국한 후 검역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질병관리청에 의심증상을 신고했다. 이후 격리병상이 있는 인천의료원으로 이송됐고, 덕분에 추가 접촉·전파를 차단할 수 있었다.

반면 다른 의사환자 외국인 B 씨는 인후통과 수포성 피부병변 등 증상이 있음에도 입국 시 건강상태질문서에 '증상없음'을 표시했다. 또 입국 시 실시하는 발열 검사 기준을 넘지 않아 아무 제재없이 검역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자칫 국내 전파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B 씨는 이후 진단검사에서 '음성'으로 확인됐으며 수두 진단을 받았다.

이번 사례는 국내 방역망이 허술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방역당국은 원숭이두창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검역단계에서 전체 입국자에 대한 발열체크를 하는 동시에 건강상태질문서에 의심 증상 여부를 적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전부 증상 여부에 대해 본인에게 답변을 요구하는 식이다. 방역을 개인의 양심에 맡기는 것에 불과한 셈이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에 비해 바이러스 잠복기도 최대 21일로 길고, 입국 시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리기 때문에 바로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검역 과정에서 더 주의를 기울이겠지만, 현재 검역방식 자체가 달라질 여지는 많지 않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방역당국의 설명대로라면, 원숭이두창 방역은 '개인의 양심'과 '입국자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정성'에 기대야 할 것이다. 과학방역을 표방하던 새 정부의 외침이 흰소리로 들리는 이유다.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국민의 불안감은 한층 높아졌다. 설상가상 원숭이두창에 대한 왜곡된 오해로 증상 신고를 기피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점을 고려해 더욱 촘촘하고 안정적인 방역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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