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유료독자 1500만명 목표...NYT의 3가지 ‘필승 카드’ [송의달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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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는 10년 전 쯤만 해도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워싱턴포스트(WP)와 비슷한 미디어 혁신기업 중 하나였습니다.
2022년의 NYT는 완전히 다릅니다. 압도적인 1위로 세계 미디어 업계에서 ‘나 홀로 잘 나가는’ ‘군계일학(群鷄一鶴)’ 같은 존재입니다. 2018년 말 390만명(디지털 300만+종이신문 90만)이던 유료 독자 숫자가, 올 3월말 910만명(디지털 830만+종이신문 80만)으로 3년 3개월만에 배 넘게 급증한 게 이를 웅변합니다.
◇회장 등 최고위 임원 6명 발표...‘투자자의 날’
그런 NYT가 올해 6월 13일 뉴욕 맨해튼 본사에서 2시간 55분동안 ‘투자자의 날(Investor Day)’ 행사를 열었습니다. 20분 휴식 시간을 빼도 2시간 30분 넘는 행사였는데, 6명의 최고위 임원들이 나와 발표하고 질의응답(Q&A) 시간도 가졌어요. 온라인 동영상은 행사 당일엔 초대장을 받은 ‘투자자’만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몇개 사항만 입력하면 누구나 시청할 수 있습니다.
해당 동영상을 들어가 봤더니 개막 첫 발표는 메레디스 코핏 레비언(Meredith K. Levien) CEO(Chief Executive Officer)가 했고 이어 A.G. 설즈버거(Sulzberger) 발행인 겸 이사회 의장(NYT의 최대 주주)이 ‘저널리즘 사명(The Journalistic Mission)’을 주제로 투자자들에게 직접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어요.
레비언 CEO가 다시 나왔고 이어 알렉스 하디만 최고상품책임자(Chief Product Officer), 데이비드 퍼피치 ‘디 애틀랙틱’ & ‘와이어커터’ 사장, 한나 양(Hannah Yang·참고로 한국계 미국인) 최고성장책임자(Chief Growth Officer), 롤랜드 카푸토 최고재무책임자(Chief Financial Officer) 순서로 발표했어요.
◇비즈니스와 저널리즘의 ‘선순환’
레비언 CEO는 “종이신문 중심에서 ‘디지털 구독’으로의 비즈니스 전환이 성공의 비결이었다”며 이날 이렇게 말했어요.
“2022년과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디지털 뉴스 구독에 익숙한 MZ세대는 가치있고 품질 높은 디지털 저널리즘을 찾고 있다. 다만 그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가 없을 뿐이다.”
레비언 CEO의 지적은 이어집니다.
“사람들은 권위와 신뢰가 있는 뉴스 미디어에 돈을 지불하고자 한다. 이로 인해 한 세대에 한 번 있을 법한 기회(once in a generation)가 만들어지고 있다. (중략) 우리는 뉴스 영역에서 승리하고, 가치를 만들어내고, 앞서가는 라이프스타일 상품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리하여 NYT는 많은 사람들에게 필수불가결한 정보서비스가 되겠다.”
A.G 설즈버거 발행인은 “강력한 저널리즘이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며, 비즈니스는 저널리즘을 강하게 하고 있다. 나는 125년 (옥스-설즈버거) 가문의 전통을 진화시킨 것이 자랑스럽다”며 ‘저널리즘과 비즈니스의 선순환’을 강조했어요.
그의 이 말은 이미 실현되고 있습니다. 올 1월 인수한 스포츠 저널리즘 구독 미디어인 ‘디 애틀레틱(The Athletic) 유료 가입자(2021년 말 기준 120만명)를 포함하면 NYT의 총 유료 구독자는 1000만명을 돌파했기 때문입니다.
구독 매출액(subscription revenue)에서도 디지털 비중은 높아지고 있어요. 2018년에는 디지털 구독 매출액(4억달러)이 총 구독 매출액의 39%였으나, 2021년(7억7000만달러)에는 구독매출액의 57%로 치솟았죠. ‘디지털 구독’을 중심으로 고급 저널리즘과 비즈니스가 호응하는 모델이 성공한다는 증거입니다.
◇“뉴스 품질 높아야 디지털 상품도 잘 팔려”
그렇다면 NYT는 어떤 이유로 승승장구하고 있을까요? 첫번째 단초는 A.G. 설즈버거 발행인이 이날 공개한 ‘저널리즘 사명’을 실천하는 4가지 방법에서 드러났습니다. 4가지는
①중요한 주제와 스토리에 대한 출입처 보도(Beat reporting on important subjects and storylines)
②정확성과 맥락 모두에 충실한 신속 보도(Breaking news that doesn’t sacrifice accuracy or context)
③많은 자원을 집중투입해 만든 기획 보도 프로젝트(Resource-intensive journalistic projects that demand attention),
④새로운 시각을 만들고 기존 시각에 도전하는 논평 보도(Commentary and criticism that help develop and challenge views)입니다.
알렉스 하디만 NYT 최고상품책임자(CPO)는 뉴스 상품과 쿠킹, 게임, 소비자 리뷰 등의 이용자를 교차마케팅(cross-marketing)하면서 ‘번들(bundle, 묶음)’ 이용자로 전환 실험을 하고 있다고 밝혔어요. 뉴스 서비스 이용자들이 게임 구독자가 되도록 하는가 하면, 상품 리뷰를 통해 상품 구매도 하게 끔 유인을 활성화하겠다는 거죠.
이런 ‘번들 유료 구독 상품 확장’을 위해 NYT 고위 임원들은 가장 중요한 승부처로 ‘뉴스의 경쟁력’을 꼽았습니다. “뉴스야 말로 번들 상품을 위한 가장 강력한 고객및 구독자 확장 수단(News is our most powerful audience and subscriber funnel for the Bundle)”이라는 거죠.
디지털 상품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미디어 기업의 차별화 상품인 뉴스의 품질(경쟁력), 즉 저널리즘이 미흡하다면, ‘번들’ 상품의 성공도 힘들다는 얘기이죠. NYT의 이런 판단이 정확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NYT는 ‘디지털 퍼스트’ ‘구독 퍼스트 모델’을 본격 적용해 2016년 16억달러였던 NYT의 매출액은 지난해 21억달러로 5 년만에 31% 늘렸어요. 글로벌 미디어 불황기에 이런 증가세는 매우 이례적입니다.
같은 기간 NYT의 영업이익은 2억3000만달러에서 3억3500만달러로, 디지털 부문 매출액은 4억달러에서 11억달러로 각각 늘었습니다. 지난해 NYT의 영업이익률은 16%에 달하는데, 이는 원재료(종이)와 배달비가 추가로 거의 들지 않는 디지털 부문 성장에 큰 힘을 입었어요. 디지털 부문이 성장할수록, 회사의 수익률과 재무 상황이 덩달아 좋아지는 구조가 정착된 겁니다.
◇사회의 高학력화...저널리즘 고급화로 대응
이날 행사에서 눈길을 끈 것은 메레디스 레비언 CEO가 “2027년 말까지 1500만명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할 수 있다”면서 밝힌 ‘3가지 필승 카드’였어요. 그는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인 고급 디지털 저널리즘(high quality digital journalism)의 시장 가치가 계속 늘 것”이라며 아래 3가지 경영 환경(Operating Context)을 근거로 제시했어요.
①2011년 4260만명이던 미국내 대졸자(학사)는 2021년에 5610만명으로, 석사 이상 숫자는 같은 기간 2250만명에서 3220만명으로 늘었다.(자료 : US Census, 2021)
②돈을 내고 디지털 뉴스를 보려는 인구가 미국 인구의 9%(2016년)에서 21%(2021년)로 늘었다(자료 : Reuter Digital News Report 2021)
③49세 이하 미국 인구의 경우, 같은 연령대의 60~70% 이상이 디지털 뉴스 구독을 선호한다(자료 : Pew News Platform Fact Sheet 2021)
레비언 CEO는 “세계를 이해하고, 세계와 소통하려는, 영어를 사용하는, 호기심 많은 모든 이에게 NYT가 필수적인 디지털 구독 대상(essential digital subscription)’이 된다면 승산이 높다”며 ‘3가지 기회(opportunity) 요인’을 꼽았습니다.
①세계 최고의 종합 뉴스 기업(the best general interest news destination)
②자신의 삶을 가장 풍부하게 활용하며 외부와 소통하려는 이를 돕는(helping them make the most of their lives and engage with their passions) 더 가치있는 기업
③더 포괄적이고 더 연결된 상품 경험을 제공하는(create a more expansive and connected product experience to help people engage with the full New York Times Company) 기업
레비언 CEO는 “NYT 콘텐츠를 유료 구독할 의향이 있는 전 세계 1억3500만명에 비교하면 1500만명은 절대 많은 숫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어요.
레비언 CEO는 3가지 필승 카드들을 제시하면서 “디지털 유료 구독 모델을 강화해 매력적이고 지속가능한 매출 성장(attractive and sustainable revenue growth)을 이루겠다”고 강조했어요.
◇능동적인 외부 소통과 과학적 접근
NYT의 ‘투자자의 날’을 지켜보고 관련 자료들을 읽은 소감을 정리하면 다음 세 가지입니다.
먼저 대개 한국 미디어 기업들은 편집국 또는 광고국 중심의 회사 설명회를 하는 반면, NYT는 대주주부터 CEO와 CFO, CPO, CRO 등이 모두 출동해 회사의 ‘비전’과 ‘경영’을 투명하게 알린다는 점입니다.
이는 NYT가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기업(上場企業)인 영향이 큽니다. 그러나 약간 부담스러울 수 있는 ‘투자자와의 능동적인 소통’은 NYT 기업 전체의 가치와 경쟁력을 재점검하고 새로와지는 효과를 낳고 있어요.
외부와의 소통과 접점으로 NYT는 대중의 신뢰를 확보하는 한편, 회사 정체성이자 투자자와의 약속인 ‘세계적 수준의 저널리즘 기업(World Class Journalism Company) & 세계적 수준의 디지털 상품 기업(World Class Digital product Company)’으로의 질적 변신(質的 變身)과 고도화를 이루고 있어요.
두번째는 NYT가 구독자 데이터(User data)와 시장 조사 데이터(Survey data)를 바탕으로 과학적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일례로 미국내 고학력자(대학 및 대학원 졸업) 인구 증가에 발맞춰 ‘고급 퀄러티 저널리즘’을 진일보시키겠다는 NYT의 전략적 판단은 미국 보다 고학력자 비중이 더 높은 우리나라 미디어 기업들에게도 시사(示唆)하는 바가 적지 않아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뉴욕타임스(NYT)의 도약을 접하면서 우리 언론도 비록 환경이 어렵지만 ‘큰 꿈’을 품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웃 일본만 해도 2015년 7월 ‘일본경제신문(日本経済新聞)사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수’라는 ‘기적’ 같은 일을 이뤄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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