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에 축출된 가문의 재집권..필리핀 마르코스 주니어, 30일 취임

이서영 기자 2022. 6. 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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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 취임에 기대감, 불안감 공존해
독재자 마르코스의 아들 '봉봉'.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이서영 기자 = '봉봉'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가 지난달 필리핀 대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뒤를 이어 제17대 필리핀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27일(현지시간) AFP통신에 이달 30일에 취임하는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 마르코스 주니어 당선인은 지난 5월 59%를 득표하면서 약 28%에 그친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을 제치고 1위를 거머쥐었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정권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는 한편 다른 쪽에서는 20여년간 필리핀을 철권통치했던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이 집권한 만큼, 독재시대의 흑막이 다시 드리우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9일(현지시간) 필리핀 만달루용 거리에서 대선 초기 결과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 주니어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지지자들이 기뻐하는 모습. 2022. 5. 9.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 대통령에 오르기까지…정치 복귀에 힘쓴 마르코스

마르코스 당선인의 선친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1965년부터 21년간 집권하면서 10년이나 계엄령을 선포, 수천 명의 반대파를 고문 살해한 독재자다.

이를 참다 못한 국민들은 1986년 '피플 파워'로 들고 일어서 철권통치를 무력화했다. 당시 항거로 축출된 마르코스 전 대통령 부부는 권력을 잃고 하와이로 망명했고, 3년 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그곳에서 숨을 거뒀다.

어린 시절까지만 해도 정치인이 아닌 우주비행사를 꿈꾸던 마르코스 주니어는 다시금 필리핀으로 돌아와 정치적 위상을 재건하는데 힘썼다.

마르코스 주니어는 필리핀에서 가문의 정치적 고향인 일로코스노르테주에서 주지사와 상원의원에 선출됐다. 2016년에는 부통령 선거에서 근소한 차이로 패하면서 정치적 신임을 키워나갔다.

당시 마르코스 주니어는 이후 대통령 선거에서 재대결을 하게 되면 그 결과가 다르게 끝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대선에서 마르코스 주니어는 압승을 거뒀다. 그 배경으로는 막강한 러닝메이트 구성이 꼽힌다.

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인 사라 두테르테와 짝을 이뤄 집권 여당인 'PDP라반'의 지지기반을 그대로 흡수했다.

마르코스 주니어와 사라 두테르테는 권위주의적 지도자들의 후손으로, 그 역사를 서로 공유한다. 때문에 부패와 독재에 반대하는 필리핀 사람들은 이번 승리가 그들의 권력을 굳건히 할 것을 두려워 하고 있다.

이미 마르코스 주니어는 1972년 아버지가 계엄령을 선포했을 때, 공산주의와 이슬람 반란으로부터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는 계엄령이 필요하며, 그 안에서 초기 경제 성장을 이뤄낸 것을 들어 아버지의 통치 방식을 옹호해왔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독재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은, 마르코스 주니어는 답이 아니라며 반대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 AFP PHOTO / TED ALJIBE

◇ 외면당한 천덕꾸러기의 부활…마르코스 가문 미화한 소셜미디어 덕?

마르코스 주니어가 지난 대선과는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59%로 약 28%에 그친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을 제치고 승리할 수 있던 또 다른 요인으로는 '소셜미디어(SNS)'도 꼽힌다.

당선인은 자신의 아버지를 '정치 천재'라고 부르며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집권 시절을 미화하는 데 힘썼다.

고문과 인권유린, 부정축재 등에 대한 주장은 모두 거짓이며 모함이라는 내용을 틱톡과 유튜브 등 젊은이들이 자주 이용하는 SNS에 뿌렸다.

그러자 독재 시절을 겪어본 적 없고, 민주화 혁명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30대 이하 젊은 층은 SNS 상의 정보를 사실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와 함께 현 행정부에 대한 청년의 불만도 커져 있는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미 빈부격차에 대한 대중의 환멸이 깊어졌을 뿐 아니라 이전 행정부의 부정청탁에 대한 청년들의 피로감도 쌓였다.

특히, 마르코스 주니어는 가족의 과거에 대한 질문 폭격을 받았던 2016년 캠페인이 반복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경쟁자들과의 토론을 무시하고 인터뷰도 응하지 않았다.

이에 마르코스 당선인의 반대자들은 그가 언론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것과 40억 달러의 재산세 미납으로 세금 유죄판결을 받은 것을 들어 당선을 실격처리 하려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또 마르코스 당선인이 받은 교육을 과장했다는 사실도 아울러 비난하면서 대법원에도 상고했으나 승산은 없어보인다. '피플 파워'로 정계에서 축출된 마르코스 집안은, 36년 만에 다시금 필리핀 최고 자리에 복귀할 예정이다.

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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