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 모십니다" 억소리 나고 은밀한 프라이빗뱅킹의 세계
[편집자주]'그들이 사는 세상'의 자산관리(WM서비스)는 단순한 금융 서비스를 넘어 가족 모임이나 골프 예약 등 비금융서비스로 확대된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100억원 자산을 보유한 이들이 자녀에게 상속·증여하는 '패밀리오피스'도 주목받고 있다. '프라이버시'를 보장한 누구보다 은밀하고 특별한 금융서비스다. '억'소리 나는 자산가들이 누리는 VVIP금융은 WM시장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① "부자들 모십니다" '억소리' 나는 프라이빗뱅킹
② 증권사 '패밀리오피스 서비스', 이것까지 한다?
③ 카드사, 골프 바람 타고 할인·레슨까지 특화 서비스
#자산 30억원을 보유한 사업가 김상현(가명)씨는 서울 한남동 랜드마크 일신빌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인들과 와인을 마시며 주말 골프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다. 김 씨는 전용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후 엘레베이터를 타고 6층 프라이빗한 공간에 들어갔다. 파도가 넘실대는 미디어아트를 보면서 달콤 쌉싸름한 모히토를 마시면 몰디브 바다 위에 누워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김 씨가 새우와 치즈, 올리브가 올라간 카나페의 풍미를 즐기는 사이에 골프장 예약이 완료됐다. 김 씨는 다음주 고등학생 딸에게 미술작품을 선물하기 위해 경매참여를 알아봐줄 것을 요청하고 자리를 떠났다.
국내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초고액 자산가들이 누리던 럭셔리한 생활이 현실에 적용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주식시장에서 돈을 번 부자들이 늘면서 이들을 잡기 위한 '패밀리오피스'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들이 사는 세상'의 패밀리오피스는 이들이 보유한 자산만큼 콧대가 높고 은밀하다. '펜트하우스'의 주인공 주단태처럼 돈을 더 벌고 싶은 욕망은 높지만 심수련처럼 점잖게 행동하는 자산가의 니즈를 사로잡기 위한 프리미엄 금융서비스다.
김 씨가 방문한 프라이빗한 공간은 지난해 6월 문을 연 하나은행의 고액자산가 특화점포 '클럽원(Club1) 한남 PB센터'다. 센터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이태원 초고가 단독주택, 유엔빌리지, 한남더힐, 나인원한남 등에 거주하는 자산가들이 돈을 맡기고 특화 금융서비스를 받는다.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 대표, 벤처투자자 등 고액자산가도 이용이 가능하다. 센터 관계자는 "자산가들의 원스톱 종합자산관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센터 관리자산이 개소 당시 8000억원에서 1년여 만에 2배 넘게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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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관리 뿐 아니라 비재무적인 수요를 관리하는 라이프 케어 서비스도 제공한다. 가족 모임을 위한 식당을 알아보고 예약하거나 여행 때 묵을 숙소를 잡고 각종 일정을 조율하는 등 각종 대소사를 지원하는 식이다. 자녀 교육을 위한 각종 커리큘럼을 추천하고 관리하기도 한다.
우리은행의 투체어스익스클루시브(TCE) 서비스도 30억원을 보유한 고액자산가에게 개인·기업 복합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TCE에 세무·부동산 분야 전문가를 포함해 총 8명의 자산관리 전문 PB를 배치하고 종합금융컨설팅을 제공한다. 기업 오너 자산관리, 가업 승계 컨설팅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지난달 확장 이전해 새롭게 문을 연 서울 서초구 GT타워 TCE 시그니처센터는 타워 최고층에 위치하며 총 10개의 상담실과 고객 라운지, 고객 세미나실, 대여금고실 등으로 이뤄져 있다. 상담실에는 고객이 자산 관리 상담 뿐만 아니라 금융 상품 가입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도록 전산 장비를 갖춰 편의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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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관계자는 "압구정 플래그십 PB센터 구축을 통해 특화된 서비스로 자산관리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신한금융도 '100억원 자산가'를 겨냥해 WM시장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신한금융은 기존 신한PWM 프리빌리지(Privilege) 서울센터와 강남센터 두 곳을 신한PWM 패밀리오피스 센터로 전환했다. '프리빌리지'가 금융자산 50억원 고객을 목표로 했던 것을 고려하면 100억원으로 기준을 높인 것이다.
신한은행은 PWM센터 이용 고객(수신 5억원 이상)을 대상으로 고객이나 고객 자녀들끼리 만남을 주선하는 '커플 매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문 커플매니저가 대면상담을 통해 최적의 상대를 추천해준다. 신한은행은 이 서비스로 지난 1월까지 42쌍의 커플을 성사시켰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결혼정보업체의 고가 서비스 수준의 커플 매칭을 무료로 제공한다"며 "은행이 커플 매칭을 해주다 보니 신뢰하는 고객이 많고 입소문도 많이 났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자산관리(WM)시장 경쟁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먼저 금융투자상품 수익률을 올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졌고 주식시장의 급락, 올해 7월부터 디폴트옵션(사전지정 운용 제도)이 도입되면서 퇴직연금의 운용 수익률 부문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고돼서다.
자산관리 전문가의 경험적 요소도 중요하다. 자산관리 그 이상을 원하는 자산가에게 미술, 문화, 공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려면 자산관리 전문가도 이를 경험해야 한다는 평가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은 초개인화된 WM서비스를 개발해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등 서비스 역량을 강화해 핵심 비즈니스 경쟁력을 제고하고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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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의 기자 namy8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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