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비치 코치진도 당황' 빛났던 권순우의 분전, 졌지만 잘 싸웠다[윔블던 1회전]

허행운 기자 2022. 6. 2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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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한국 테니스의 간판'으로 불리는 권순우(25·세계랭킹 81위·당진시청)가 유력한 우승후보 노박 조코비치(35·3위·세르비아)를 만나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비록 패했지만 앞으로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 그의 경기력이었다.

ⓒAFPBBNews = News1

권순우는 지난 27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 센터코트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 대회(총상금 4035만파운드, 약 642억원) 1회전 조코비치와의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1-3(3-6, 6-3, 3-6, 4-6)으로 패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결과는 예상한 대로 나왔다. 상대인 조코비치는 무려 이 대회 '디펜딩챔피언'이다. 지난해를 포함해 윔블던에서만 6차례(2011·14·15·18·19·21년)나 우승한 세계 최강자 중 한 명이다. 그는 남자 단식 메이저 대회(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 최다승 부문에서 라파엘 나달(22승)에 이어 공동 2위(20승)에 올라있는 월드클래스 선수다. 지난해 윔블던을 포함해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우승까지도 손에 쥔 바 있다.

하지만 권순우는 최강자를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1세트와 2세트 모두 먼저 브레이크를 만들며 조코비치를 압박하기도 했다. 1세트는 세트 후반에 연달아 브레이크를 허용하며 아쉽게 내줬지만 2세트는 달랐다. 2-1로 앞선 상황에서 첫 브레이크로 격차를 벌린 데 성공한 권순우는 이어진 위기를 멋지게 넘기면서 조코비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AFPBBNews = News1

브레이크에 성공한 바로 다음 게임, 조코비치가 권순우의 서브게임에서 연달아 3포인트를 따내며 0-40으로 손쉽게 브레이크 포인트를 만들었다. 하지만 권순우는 브레이크 위기에서 집중력을 과시하며 기어코 듀스를 만들었다. 이어 상대 범실로 어드밴티지를 가져오더니 멋진 서브에이스까지 곁들여 연속 5포인트를 따내 위기를 극복했다.

조코비치는 3번이나 브레이크 포인트를 놓치면서 표정에 아쉬움이 그대로 묻어났다. 결국 상대 반격을 저지한 권순우는 착실히 자신의 서브게임을 챙겨 6-3으로 2세트를 손에 쥐었다. 랭킹 81위와 3위의 싸움이었지만 권순우의 장점인 포핸드 스트로크가 빛나면서 조코비치에게 크게 밀리지 않는 양상을 만들어냈다.

그러자 2001년 윔블던 우승자인 고란 이바니세비치 코치를 비롯한 조코비치의 벤치석도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의 숨겨지지 않는 무거운 표정에서 그 감정이 묻어났다. 이 경기를 중계하던 이형택 스포티비 해설위원 또한 "조코비치 벤치가 왠지 당황한 것 같다"라는 의견을 내놓을 정도. 경기 후반부 조코비치 쪽으로 승기가 기울자 보여준 표정과 비교하면 더욱 그랬다.

고란 이바니세비치(왼쪽) 코치를 비롯한 조코비치의 벤치석. ⓒ스포티비나우 중계화면 캡쳐

하지만 권순우는 아쉽게도 후반 뒷심에서 노련한 조코비치에게 밀리며 석패를 안았다. 결국 단점을 보이는 서브에서 밀리기 시작하자 체력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조코비치는 서브에이스를 통해 상대적으로 손쉽게 점수를 뽑았지만, 서브가 잘 통하지 않은 권순우는 운동량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날 조코비치는 15개, 권순우는 7개의 서브에이스를 기록했다. 특히 권순우는 7개 중 무려 6개가 1,2세트에 편중돼있었다. 후반 체력 저하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반면 조코비치는 살짝 흔들렸던 초반을 지나 서서히 영점을 찾으면서 첫 서브 성공률이 세트를 거듭할수록 올라갔다. 백전노장 베테랑의 경기 운영이 한 수 위였던 것.

아울러 이날 경기에서 두 선수가 뛴 총 거리 또한 조코비치가 5913.3m, 권순우가 6290.6m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 그만큼 체력소모가 컸던 권순우는 마지막 4세트에선 한 포인트도 따내지 못하고 제압당한 게임이 4번이나 달할 정도였다.

극복해야 할 점은 남겼지만 그래도 분명 최강자 조코비치를 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쳤던 권순우다. 아직 우리나이로 24살밖에 되지 않은 젊은 선수인만큼 앞으로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한편 권순우의 윔블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알랴즈 베데네(슬로베니아)와 조를 이룬 권순우는 남자 복식 1회전에서 서나시 코키나키스-닉 키리오스(이상 호주) 조와 대결한다.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lucky@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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