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제조기 신진서, 연간 9할대 승률에 재도전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2022. 6. 28.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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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바둑]
상반기 단 6패… 현재 88.9%
2년 전엔 막판 ‘하루 2패’로 실패
기록 전부문 1위 등 전망 밝아
“의미있는 기록… 꼭 달성하고파”
신진서가 2020년에 이어 다시 연간 승률 9할 돌파에 나섰다. 사진은 27일 열린 YK건기배 본선리그에서 강동윤과 대국 중인 모습. /사이버오로

바둑계 온갖 기록을 독식 중인 신진서(22) 9단이 연간 승률 90% 돌파에 또 한번 도전하고 있다. 2022년 반환점이 가까워진 6월 27일 현재 신진서의 금년 승률은 88.9%(48승 6패)다. 최근 용성전 결승행을 결정했고 YK건기배 리그에선 선두 강동윤을 꺾는 등 5연승 쾌조다.

프로 바둑계에서 9할대 연간 승률은 난공불락의 벽으로 인식돼 왔다. 천하를 지배하던 시절의 이창호도 최고 기록 88.2%(75승 10패·1988년)로 9할 달성에 실패했다. 일본 사카다 에이오(坂田榮男) 9단이 1964년 93.8%(30승 2패)를 마크했지만, 대국 수 등 여러 면에서 58년 전과 지금을 같은 잣대로 비교할 수는 없다.

신진서가 올해 상반기 레이스서 승률 90%를 넘어선 것은 아홉 번이다. 1월 11일부터 2월 12일까지 거둔 11연승으로 올해 정점인 92.3%를 찍었다. 이후 3월 14일 연중 최저(84.0%)까지 내려갔고, 18연승을 질주한 5월 12일 90.7%로 올해 마지막 9할대를 기록한 뒤엔 8할대 후반에서 움직여왔다.

9할 승률 목표에 1패는 치명적이다. 상반기 신진서에게 패점을 안겨준 기사는 이동훈 원성진 윤준상 이지현 김명훈 신민준 등 6명. 외국 기사와는 LG배 춘란배 농심배 및 중국 갑조리그 등 에서 12판을 싸워 한 판도 지지 않았다.

신진서의 ‘연간 9할’ 도전은 2020년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그는 12월 13일 90%대 고지를 수복했으나 20일 ‘하루 2패’의 악몽 속에 대기록 수립에 실패했다. 낮에 온라인으로 치른 중국 갑조리그와 밤에 열린 한국리그 2판을 모두 패배, 하룻 새 2.1% 포인트나 폭락한 것.

신진서는 그 뒤 연말까지 남은 3판을 모두 승리, 이창호가 갖고 있던 연간 최고 승률을 경신하며 마무리했다. 그 해 최종 성적은 76승 10패, 승률 88.4%였다. 2021년엔 82.5%(80승 17패)로 잠시 쉬었다가 올해 다시 9할에 도전 중이다. 생애 통산 승률은 77.1%(621승 1무 184패)로 단연 1위다.

신진서는 승률 외에도 다승(48승), 연승(18승) 까지 올해 상반기 기록 3개 부문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상금 부문서도 7억 6300여 만원으로 2위 박정환(3억 2000만원)을 2배 이상 앞선 상황. 한국 랭킹 1위 자리는 30개월째 요지부동이다.

신진서가 이창호 이후 24년만에 두 자리 수 타이틀홀더 명단에 이름을 올릴 지 여부도 관심사다. 현재 국제대회인 LG배와 춘란배를 비롯해 GS칼텍스배, 명인전, 쏘팔코사놀, 용성, 바둑왕전 등 7관왕이다. 이미 결승에 올라있는 잉씨배를 포함해 ‘추가 사냥감’은 널려있다.

역대 연간 최다관왕은 이창호가 94년 수립한13관왕이다. 이창호는 한 해에 10개 대회 이상 우승한 경우도 5번에 이른다. 조훈현은 전관왕 3회 포함 연간 10회 이상 우승 햇수만 5년이다. 신진서는 조·이 사제(師弟)의 타이틀 창고마저도 그냥 지나치지 않을 기세다.

2년 전 9할 승률에 도전할 때 신진서는 “의미 깊은 기록이며 꼭 이루고 싶은 목표”라고 솔직하게 속마음을 털어 놓았었다. 하지만 꿈이 연말 점점 현실로 다가오자 조급해져 스스로 무너진 아쉬움을 기억하고 있다. 타이틀 수나 다승 등이 정량(定量)적 계량이라면 승률은 정성(定性)적 평가 지표다. ‘기록 먹는 하마’ 신진서가 그 둘 모두를 합친 완전체로 재탄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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