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이 없애지도 못하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

조선일보 2022. 6. 28.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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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22개에서 4~5개로 줄이려던 윤석열 정부의 계획이 난관에 부딪혔다. 경제 위기 속 예산 절감을 위해 구조 조정 하겠다는 것인데,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위원장들이 임기를 채우겠다며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김순은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 자치분권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자치분권 서포터스' 발대식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2022.4.22 /행정안전부

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 위원회도 공공 기관처럼 임기 말 ‘알박기’ 인사를 했다. 올 1월 김순은 자치분권위원장의 임기를 2024년 1월까지로 연장했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과 김사열 균형발전위원장도 연임시켜 임기가 내년까지로 늘었다.

문 정권에서 대통령 직속위는 22개였다. 새 정부 들어 지난 15일 정책기획위원회를 폐지해 21개가 됐다. 정책기획위는 설치 근거가 대통령령이어서 바로 없앨 수 있었지만 특별법으로 만들어진 위원회들은 국회에서 폐기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하지만 야당 반대가 만만치 않다. 이 기구들이 문 정권 사람들에게 일자리와 돈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균형발전위는 문 전 대통령 캠프 출신에게 자문료 명목으로 매달 400만원씩 1년간 5200만원을 지급하다 감사원에 적발됐다. 자문료는 고정급으로 지급해선 안 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 일자리위원회도 비슷한 방식으로 월 600여 만원씩 지급해 같은 지적을 받았다. 민변 출신이 위원장을 맡은 군 사망사고진상규명위는 조작된 사건 번호를 붙여 천안함 사건을 재조사하려 했다. 당시 위원장은 2년 4개월간 3억2000만원의 급여를 받고 6200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썼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 중 한 달에 한 번도 회의를 하지 않은 곳이 전체의 3분의 1이라고 한다.

대통령 위원회 15개를 없애면 400억원 넘는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위원장에게 사퇴를 압박하면 직권남용이 된다. 새 정부 들어 공개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사람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장 한 명뿐이다. 대통령 위원회는 대통령에게 자문받는 역할을 한다. 대통령이 자문을 할 생각이 없다면 아까운 예산 낭비 않도록 위원회를 없애는 게 당연하다. 전 정권에서 임명된 위원장들이 자리보전하며 월급을 챙기겠다는 것은 너무 뻔뻔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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