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이해하고자.. 요다와 함께 우주로
“요다는 붓다다.”
미국 인기 조각가 톰 삭스(56)는 할리우드 우주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쑥색 외계인 요다를 “이 시대의 부처”라고 명명한다. 극 중에서 곧잘 동양적 철학관을 드러내며 은둔의 현자(賢者)로 묘사되는 요다야 말로 “신(神) 대신 물질을 섬기는 소비주의 시대에서 진정 우리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존재”라는 것이다. 우주의 온갖 사바세계를 체험한 뒤 깨달음을 얻은 요다는 법의(法衣) 비슷한 거적때기를 걸친 채 온화한 미소를 띄고 있다.
이것이 작가가 “미국만큼 소비주의가 만연한 나라” 한국에서 최신작 ‘TV 요다’를 처음 공개한 이유다. 평소 애정하던 백남준의 대표작 ‘TV 부처’(1974)를 패러디한 작품이다. 폐쇄회로 카메라로 실시간 촬영돼 TV 화면에 비치는 자신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부처 대신, 톰 삭스는 작은 요다상(像)을 갖다 놨다. “네가 구하고자 하는 것을 네 내면에서 찾게 될 것이다”라는 명대사처럼, 요다가 자아를 관조하고 있다. 실제 티베트 고승을 모델로 창조된 캐릭터 요다가 명상을 매개로 동서양을 잇는다. 다만 가부좌한 부처와 달리 요다는 서 있다. 작가는 “곧 쇼핑하러 가야하니까”라고 설명했다.
30년간 우주를 작업 소재로 활용해 온 톰 삭스의 첫 국내 개인전이 무려 세 곳에서 동시에 열린다. ‘TV요다’가 놓인 서울 아트선재센터(~8월 7일)부터, 엔터테인먼트 전시장 하이브 인사이트(~9월 11일), 상업 갤러리 타데우스로팍(~8월 20일)까지다. 합판과 박스 테이프 등으로 이어 만든 ‘NASA’ 로고 붙은 우주복·우주선 등이 전시장을 수공예 우주 기지처럼 보이게 한다. 관람객용 우주비행사 지원서도 비치돼있다. “우리가 다른 세계로 가는 이유는 새 터전을 위함이 아니라, 지구의 우리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그에게 “망원경은 곧 현미경”이다. 작가를 만난 지난 15일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우주 비행에 성공한 날이었다.
다소 장난스럽지만 톰 삭스가 드러내는 우주적 관심의 요체는 ‘도전’이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가능한 일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요다의 가르침처럼, 그가 창조한 이른바 ‘합판 공간(Plywood space)’ 역시 “만들고 싶은 세상을 직접 구축하는 것”이다. 하이브 인사이트에서는 그가 1999년부터 발표한 ‘붐박스(휴대용 카세트테이프 재생 장치)’ 연작 13점이 전시되는데, 실제 붐박스를 로봇처럼 개조한 것으로, 화성 탐사선 피닉스를 본뜬 대표작 ‘Phonkey’(2011)는 태양 전지 패널 날개를 달고 있다. 쏘아 올리는 것, 이것은 작가의 주요 메시지다. “우리 자신을 날리는 수준으로 삶을 살아내지 않으면 그저 우주의 한낱 반짝임으로 사라질 것이다.”
나이키와 협업한 신발 발매로도 성공을 거둔 소비주의 시대의 작가답게, 지난해부터 NFT(대체 불가능 토큰) 시장에 진출했다. 타데우스로팍에서 전시하는 3단 로켓 그림 연작 ‘로켓 팩토리’다. 요다 로켓도 있다. 로켓에 ‘There is no try’라는 문구가 적혀있는데, 요다의 어록 중 하나로 “하거나 안 하거나 둘 중 하나일 뿐 ‘한번 해보는 것’은 없다”는 뜻이다. 지난 25일에는 NFT 이미지를 실제 소형 로켓으로 제작해 서울 문화비축기지에서 발사 쇼도 벌였다. 나아가기 위해 머뭇거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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