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경찰은 ‘통제’ 안 받아도 되나

윤주헌 기자 2022. 6. 2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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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찰 관련 뉴스가 나오는 방식을 보면 의아한 점이 있다. 이달 초 언론에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청장 후보군 6명에 대해 ‘1대1′ 대면 면접을 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경찰 독립성과 중립성 훼손’ ‘경찰 길들이기’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행안부는 “인사 제청권자인 장관이 일면식도 없는 상태에서 제청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해명했지만 이미 상당수 언론에서 ‘행안부가 경찰을 통제하려 한다’는 프레임이 짜였다. 논란이 된 이른바 ‘면접’은 비공개로 당사자만 알도록 진행됐는데 무슨 영문인지 언론에 알려졌다.

임기를 한 달여 남기고 사의를 표명한 김창룡 경찰청장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기 앞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2.6.27/뉴스1

이달 24일엔 경찰 고위직 인사안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이 보도됐다. 김창룡 청장이 지난달 24일 치안정감 승진 인사 발표 하루 전날 행안부에서 ‘최종안’이라며 승진자 명단을 받았는데, 그다음 날 발표된 최종 명단을 보니 1명이 바뀌었다는 것이었다. 경찰 고위직 인사 관련으로 보안 사항인 이 내용은 한 달이 지난 시점에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유리한 여론 조성을 위해 ‘언론 플레이’를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두 보도는 모두 경찰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고, 극소수만 알고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경찰이 설마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행안부가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한다며 나서면서부터 이런 일들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오해받기엔 충분하다. 지난 5년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검찰 개혁 여파로 경찰권은 비대해진 상황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 입법으로 경찰이 검사로부터 지휘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사하고 종결할 수 있는 범위는 크게 넓어졌다. 윤석열 정부 들어 민정수석실이 없어지면서 경찰을 담당하는 국가기관도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 됐다. 2024년이면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도 경찰에 넘어가게 된다.

경찰은 모처럼 커진 권한을 통제받고 싶지 않은 것 같다. 김창룡 청장이 27일 사의를 표명한 것은 이런 뜻을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어떤 조직도 권한에 상응하는 통제를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검찰도 권한이 비대하다는 이유로 ‘개혁’의 대상이 되지 않았나. 전국 경찰의 수사 인력은 약 3만4000명으로 검찰(전국 검사와 수사관의 합 약 8300명)의 4배가 넘는다. 경찰은 의경 등을 뺀 순수 경찰관 수만 13만명에 이르는 거대 조직이다. 그런데도 ‘드루킹 사건’ ‘이용구 전 법무차관 사건’ 등 정치적 사건에서 경찰이 내놓은 수사 결과는 너무도 부실해 검찰에서 뒤집히기 일쑤였다.

권한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경찰이 ‘독립성’을 외치면서 어떠한 통제도 받지 않겠다고 한다면 수긍할 국민이 얼마나 있겠나. 공정하게 집행되는 경찰 수사권을 정권이 부처를 통해 침해한다면 그때는 국민과 언론이 먼저 나서 지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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