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 끝나지 않은 비상

국제신문 2022. 6. 2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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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지난 21일 하늘로 힘차게 날아올랐다. 2010년 한국형 발사체 개발 사업에 착수한 이래 12년, 1993년 최초의 한국형 발사체 과학 1호(KSR-Ⅰ)가 발사된 지 약 30년 만에 이룩한 쾌거다. 발사 장면을 보고 있으니 30년 전 대전 엑스포를 방문하여 실물 로켓 모형을 보며 가졌던 우주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벅찬 감정이 다시금 떠올랐다. 네 살배기 아들도 멋있다며 손뼉을 쳤다.

이번 발사에는 위성모사체와 함께 실제 기능 수행이 가능한 성능검증위성도 함께 탑재되었다. 위성모사체가 목표 고도에 도달하지 못한 지난해 10월의 1차 발사와는 달리, 고도 700km 상공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성능검증위성은 향후 2년간 누리호의 발사성능과 국내에서 개발된 우주 핵심 기술의 작동 여부를 검증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또한 성능검증위성에는 국내 대학에서 제작한 4개의 초소형 위성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위성들은 오는 29일부터 이틀 간격으로 분리되어 지구관측 대기관측 미세먼지 촬영 등 독자적인 임무를 수행한다. 2027년까지 4차례의 추가 발사를 통해 발사체 기술에 대한 신뢰성 확보라는 과제가 남아있지만 우리나라 우주기술 분야의 경쟁력을 증명하기에는 충분했다. 아름다운 비상(飛上)이었다.

사실 우리나라는 주변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우주기술 분야의 개발 속도가 느린 편이다. 우주 발사체를 자체적으로 보유한 나라로는 11번째이며, 무게 1t 이상의 실용급 위성 발사 역량으로는 7번째이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중국 등은 이미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민간 기업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 등 자국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스페이스X는 고도 550km 상공에서 움직이는 위성을 이용하여 언제 어디서든 이동통신이 가능한 우주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영화나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우주 관광이 현실이 되었다. 이처럼 국가 안보에만 직결된 것으로 여겨졌던 우주산업이 앞으로는 우주 인터넷, 우주 관광 등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고 환경 오염이나 자연재해, 자원 고갈과 같은 문제에도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의 기술력은 인공위성과 같은 우주 구조물을 우주 공간의 정해진 위치까지 이동시키는 데에만 중점을 두고 있어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대표적으로 우주쓰레기 문제가 있다. 일반적으로 위성의 궤도는 고도에 따라 저궤도 중궤도 정지궤도로 구분되는데, 통신이나 기상 관측을 위한 위성 등은 정지궤도인 고도 약 3만600㎞에, 자동차 내비게이션에 활용되는 GPS 위성 등은 중궤도인 고도 2000㎞~3만600㎞ 사이에 위치한다. 반면 민간 기업에서 발사했거나 발사 예정인 위성은 대부분 저궤도인 고도 2000km 이하에 위치한다. 위성의 고도가 낮다 보니 위성 하나가 수집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가 좁아 많은 수의 위성이 필요하다. 그 결과 위성을 발사하기 위해 사용된 발사체의 잔해나 수명이 다한 위성 또한 상당수 존재하며, 실제 그 수가 현재 운용 중인 위성의 수보다 많다. 우주 쓰레기장이 생겨버린 셈이다. 이러한 우주쓰레기는 운용 중인 위성을 위협하기도 하는데, 고도 400㎞에 위치한 국제우주정거장이 급하게 고도를 수정하거나 정거장 내의 우주 비행사들이 대피한다는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리가 쏘아 올린 위성모사체도 목표를 달성한 후에는 우주쓰레기가 될 수 있다. 아름답지 않은 비상(非常)이다.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그 해결책을 우주에서 찾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오염의 대상이 지구에서 우주로 변한다면, 이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한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말이 유행한 적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를 반성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경쟁이 아닌 협력이 필요하다. 우리의 비상은 지금 막 시작했고, 끝나지 않았다. 누리호의 비상을 지켜본 수많은 아이의 꿈이 우주로 닿을 수 있도록, 더욱 아름다운 비상을 기대해 본다.

정도준 부산일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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