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럼] 다시 돌아온 세상, 특별한 여름

국제신문 2022. 6. 2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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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세상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으로 움츠렸던 사람들이 밖으로 나서고 있다. 거리는 사람들로 붐빈다. 빠르게 예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여전히 마스크를 쓰는 것을 제외하고는 언제 코로나가 있었는가 싶다.

그림= 서상균 기자


사람들의 각오도 새롭다. 코로나 기간 늘어난 체중에 다시 관심을 가진다. 올라간 혈압, 조절되지 않는 혈당, 높아진 콜레스테롤 수치를 보면서 새롭게 결심한다. 중단했던 운동을 다시 시작한다. 헬스장과 수영장에 다시 간다. 아직 우려는 있지만 예전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욕구를 바꾸지 못한다.

코로나는 감염병에 우리가 얼마나 취약한지 깨닫게 했다. 한 사람이 걸리면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 있다. 다른 사람이 건강해야 자신도 건강할 수 있다. 당연한 일들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게 됐다. 의료계에도 영향을 줬다. 거의 정복한 줄 알았던 감염병이 세상을 마비시키는 것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현대의학에서 가장 성공적인 성과로 믿었던 분야 중 하나가 감염병 해결이었기 때문이다. 질병이 유행하는데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 의료계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코로나는 특별한 양상의 전염병이었다. 코로나 같이 질병이 크게 악화될 때까지도 별 증상이 없다가 심각해져야 뚜렷한 증상을 나타내는 특이한 바이러스성 질환의 발생을 상상하지 못했다. 치명률이 높으면서도 초기에는 증상 없이 빠르게 전파되는 전염병에 대한 방역체계가 필요할 것이란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기상천외한 특성 때문에 조기 발견과 치료, 격리가 어려웠고, 효과적인 방역 대책을 세우는 것이 힘들었다. 초기에는 범국가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환자가 늘어나고, 사망자가 늘어나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유행이 소강 상태다. 대규모 예방접종과 사회적 격리 등 방역 정책 덕분일 수도 있지만 지금은 중증도가 낮은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면서 질병의 중증도가 낮아진 것도 한몫하고 있어 마음을 완전히 놓지 못한다. 치명률이 높은 변이가 나타나면 다시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기간 의료계는 이전과 다른 경험을 많이 했다. 한꺼번에 많은 환자를 장기간 병원에 격리했다. 병원 입구에서 환자 체온을 측정하면서 출입을 통제했다. 입원 전 모든 환자의 코로나 검사를 했다.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환자를 진료했다. 병원에 방문할 수 없는 환자는 원격으로 진료하고, 약물을 처방하기도 했다. 예방접종에도 불구하고 속수무책으로 감염돼 예상치 못한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를 보았다. 예방하겠다는 바람으로 부작용의 공포를 극복하면서 백신을 접종하는 용감한 환자를 보았다.

코로나는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사회적인 경험이기도 하다. 결코 헛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새로운 감염을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유행은 감염병의 중요성에 관해 새롭게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이제까지 의학이 이룬 성과는 감염병을 성공적으로 관리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자칫하면 감염병이 지금까지 이룬 의학적 성과를 일순간에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여름이 우리를 기다린다. 전염병 공포에서 많이 벗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 탓에 불안해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 유행이 끝나지 않았고, 재유행 가능성도 제기되고, 원숭이두창이라는 신종 감염병의 확산도 우려돼 방역도 무시할 수 없는 애매모호한 상태다. 하지만 우리는 예전만큼 불안해하지 않을 것 같다. 코로나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감염병을 극복하기 위해서 각자 위치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기 때문이다. 방역수칙에 유의하면서 생활하는 법을 알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다르다. 올해 여름은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되찾는, 특별한 여름이 되기를 바란다.

김윤진 부산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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