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남규홍 촌장엔터 대표에게 물었다. 데이팅 리얼리티 '나는 SOLO' 본질을

2022. 6. 28.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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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팅 프로그램 '나는 솔로' 남규홍 촌장엔터테인먼트 대표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데이팅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호황이다. ENA PLAY·SBS플러스의 리얼 데이팅 프로그램 ‘나는 SOLO(나는 솔로)’가 1년내내 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고, MBNxENA ‘돌싱글즈3’가 26일 첫방송만에 3.1%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티빙의 히트작 ‘환승연애’ 시즌2도 오는 7월 15일 공개되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솔로지옥’도 최근 시즌2 제작을 확정짓고 출연자 모집에 들어갔다. 자극과 수위를 잔뜩 높여 수영복 만남에 혼숙 데이트까지 선보인 IHQ 파격 연애리얼리티 ‘에덴’도 나왔다.

데이팅 리얼리티중에서 리얼리티의 끝장판은 ‘나는 솔로’일 것이다. 전작인 SBS ‘짝’의 남규홍 PD(촌장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연출하는 ‘나는 솔로’는 ‘연애계의 살아있는 정글’이다.

‘하트시그널’을 포함해 대다수 데이팅 리얼리티나 커플 매칭 예능들이 사랑의 판타지를 한 스푼 집어넣지만 ‘나는 솔로’는 사랑과 결혼이라는 실제 삶이라는 현실로 완전히 내려왔다.

그러다 보니 어느 데이팅 프로그램보다도 거칠고 투박한 부분들이 드러나고, 감정 표현도 솔직하다 못해 눈물 콧물을 빼며 바닥 정서까지 보여줄 때도 있다.

1기의 성악가 영호가 첫인상 선택부터 마음을 표현해온 무용강사 정숙에게 거절당하자 숙소로 돌아와 포효에 가까운 절규를 울부짖듯 쏟아낸 것도 ‘나는 솔로’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극사실주의 연애 예능 ‘나는 SOLO’는 8기까지 방송하는 동안 무려 5쌍의 결혼 커플을 탄생시키며 인구감소시대 탈출에 나름 기여하고 있다. 특히 6기에는 영식-정숙과 영철-영숙 두 결혼 커플이 나왔고 영철-영숙은 2세 소식까지 전해주었다. 오는 7월이면 1년이 되는 ‘나는 SOLO’의 총지휘자인 남규홍 촌장엔터테인먼트 대표를 만나 제작 과정의 이야기를 물어봤다.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SBS에서 ‘인터뷰 게임’ ‘짝’ 등을 연출한 남규홍 PD는 ‘나는 솔로’는 ‘짝’에서 껍데기 부분을 제외하고 남은 알맹이만 가져온 프로그램이라고 프로그램을 정의했다. ‘짝’보다 훨씬 더 본분에 충실하다는 말이다. 여기서 본분은 결혼을 원하는 남녀솔로들이 짝을 찾기 위해 사랑만 생각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커플매칭 프로그램은 일반인 리얼리티쇼의 본격 시작이다.

“출연자들은 미로를 달리고 있지만 출구는 있다. 물론 정해진 길은 아니다. 막힐지, 헤맬지, 제대로 찾아갈지 모르고 간다. 스타트 라인에서 ‘출발!’ 하면 뛰어나가는 경기다.”

남 PD는 출연자들의 솔직함이 가장 큰 미덕이라고 강조했다. 첫인상 선택에서 아무도 선택하지 않은 ‘황금 40대’ 특집인 7기 광수, 동종업계 사람은 선택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학원강사 영호를 선택한 7기 학원강사 순자, 마음의 상처를 입고 절규하듯 오열한 1기 영호 등 솔로 나라 남녀는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한 것이라는 것. 인생의 화려한 순간이자 중요한 인생 역사인데 거짓 선택을 하겠냐는 것.

“결과가 잘되건 못되건 출연자들은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간혹 저질 댓글이 난무하기도 한다. 물론 수준 높은 비평의 글도 있다.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보여준 출연자에게 악플은 자제해줬으면 한다.”

남 PD는 “첫인상 선택을 하지 않은 7기 광수뿐만 아니라 3기의 ‘Mr.관광농원’ 정수도 미션을 수행하지 않았다”면서 “안할 수도 있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뭐가 생길지 모르고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리얼리티로 경쟁한다면 우리가 1등 할 자신 있다. 리얼리티를 표방한 프로그램이 많겠지만, 저희만큼 사실적이지는 않을 것 같다. 진짜를 표방하면서 진짜 아닌 걸 많이 만드는 풍토때문에 우리는 살아남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우리식으로 가겠다. 사람들은 재미에 굶주려 있다. 재밌게 만들어놓으면 본다. 굳이 광고안해도 입소문이 난다. 극사실주의는 통하더라.”

그럼 연출은 어떻게 할까? 가급적 손을 대지 않는 것이다. 남 PD는 “물론 보이지 않는 연출은 있다. 천의무봉처럼 표시가 안나면 좋은 연출이다. 최선을 다해 물밑 작업을 해놓으면, 굳이 시키지 않아도 설계한 도면대로 잘 간다”면서 “막히면 뚫어주고, 물이 잘 흘러갈 수 있게 해준다. 여자는 남자마음을 적시고, 남자는 여자마음을 적실 수 있도록. 솔로나라를 벗어나 사회에 나가서 한번 더 만나볼까 하는 마음 정도면 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남 PD는 “‘나는 SOLO’는 목적이 분명한 프로그램이다. 사귀러 왔다기 보다는 결혼할 사람, 사랑할 사람을 찾는다는 목적에 맞게 촬영 시스템이 작동한다. 끝이 보이는 프로그램이지만 디테일이 천갈래만갈래로 나올 수 있다”면서 “제작진이 잘 못하면 재미가 없거나 시청자가 혼란스러워진다. 시청자들이 이해되면서 빠져들고 궁금증을 느끼면서 재밌게 보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분량을 짜내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출연자의 매력을 발견해주기 위해 신경을 쓴다. 짝이 이뤄지면 그런 흐름 으로 가는 것이고, 짝맺음에 실패해도 강력한 인상으로 남는다. 4기 영철과 같은 울뚱불퉁한 캐릭터도 그대로 담는다.

“똑똑한데 사악한 인간도 많고, 덜 똑똑한데 인간적인 사람도 있다. 그런 도식에서 벗어난 사람도 있다. 사람들을 다양하게 볼 수 있는 것도 ‘나는 SOLO’의 한가지 특성이다.”

남 PD에게 ‘짝’에서 ‘나는 SOLO’까지 달라진 부분이 있는지를 물어봤다. 그는 “누가 혼자 고독정식(도시락이나 짜장면)을 먹는지, 또 누가 연애하는지는 여전히 관심이 많다. ‘짝’에서 심하게 부각시켰고 지금은 약한 장치인데도 여전히 그렇다”면서 “누가 누구에게 선택받고, 의자왕이 누군지 등 사람들은 결과에 관심이 많다. 과정에 더 집중해도 재밌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나는 SOLO’를 보다보면 멋있는 문구나 명언이 자막으로 올라와 상황을 설명해준다. 이 모든 자막들은 남 PD의 머리속에서 술술 나온다.

“흔들리는 저울은 눈금을 읽을 수 없다. 기다려보는 수밖에” “만물은 사라져간다. 조금씩 조금씩 다만 잊지 말라고 생채기를 남길 뿐” “세차게 때린 운명 앞에 폼은 잃지 마시게. 인생도 사랑도 지나고 나면, 오직 장탄식만 가득하리니” “달걀 속 노른 자위 같은 사람 마음, 기름 두르고 후라이를 해보면 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청춘도 권력도 사랑도, 오직 그 흔적만 있을 뿐” “천둥 번개가 요란한 밤은 짧고, 별빛 반짝이는 밤은 언제나 내 곁에 있다” “사랑은 인생의 봉변. 묻어버리면 그만. 정작 중요한 것은 삶!” “솔로나라에 내비게이션은 없다. 마음의 지도를 믿고갈 수 밖에 없다” “세상의 사랑은 닮아있다. 차이는 사소한 디테일에서 생긴다”

스톱시키지 않으면 한 50개는 나올듯 싶었다. “패러디도 있을 수 있고, 주워 들은 이야기도 있는데 상황에 맞게 쓰려고 한다. 대다수가 사람 마음을 잡지 못해 주눅든 인생 앞에 쓴 위로의 한마디이기도 하다.” 맞다. 마음 먹은 대로 안되는 게 인생이니까.

‘나는 SOLO’에는 데프콘-이이경-송해나 등 날카로운 심리 분석과 유쾌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3MC의 역할도 플러스 요인이다. 남 PD는 “가성비 좋은 MC들이다. 내가 신세를 많이 지고 있다”면서 “모두 솔직해서 좋다. MC나 출연자나 솔직하지 않으면 프로그램이 살지 못한다. 보편적인 감성을 지닌 송해나는 0.5초의 딜레이도 없이 바로 토크가 나온다. 이이경도 솔직하면서 잘 어우러진다. 데프콘은 과몰입에 애정이 많고 노련하기까지 하다”고 MC 특성을 각각 짚어주었다.

남 PD는 ‘나는 SOLO’가 어떤 프로그램이 되기를 바랄까? “제작진이나 시청자나 똑같은 생각일 거다. 뭔가를 느꼈으면 한다. 장난치듯이 찍고있으면 시간낭비겠지만 진짜를 보여주니까 스태프들도 일 이상의 가치를 느낄 거고, 시청자도 남는 것이 있을 것이다. ‘짝’과 비슷하겠지만 시대가 달라져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 10년이 지난 지금, 출연자들의 세상을 보는 방식, 자기 생각, 가치를 판단하고 느끼는 점 등을 보면서 인생과 세상에 대한 큰 공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남 PD는 ‘나는 SOLO’와 관련한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파생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있다. 정통은 정통대로, 스핀오프건, 별책부록이건, 특집은 양산될 수도 있다. 시청자들이 그때그때 원하는 거로 가겠다”고 했다.

‘나는 SOLO’가 언제까지 갈 것 같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 하느님이 시키는대로”라고 했고, “지원자는 많이 오냐”고 묻자 “하나님이 주신다. 주는 대로 받아먹고, 일용할 양식은 감사히 먹는다”고 했다. “‘나는 SOLO’에 어떤 사람이 나오면 좋은가”라고 하자 “겉과 속이 투명한 사람이 좋다. 유머와 진실이 교묘하게 넘나들면 더 좋다”고 했다.

식사까지 하며 저녁 늦게까지 이어진 인터뷰가 끝났다. 나는 집으로 돌아갔고, 남 PD는 사무실이 있는 목동 방송회관으로 향했다. 믹싱 작업용 검수를 끝내야 한단다. 남 PD가 만든 제작사 촌장엔터테인먼트에는 월급을 받는 PD가 무려 17명이나 있다. 주간 단위로 일년내내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퀄리티가 유지되는 이유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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