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중국 '제로 코로나' 정책의 정치학

2022. 6. 2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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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와 통제로 中경제 하향조정
공급 차질로 글로벌 인플레 부채질
'제로 코로나' 정책은 시진핑의 뜻
무오류성 증명하는 불가침의 성역
정치 방역 고집해 경제 충격 가중
이영조 시장경제와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한 달 넘게 이어졌던 중국 상하이시의 봉쇄가 6월 1일을 기해 해제됐다. 하지만 한 미용실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자 6월 10일 부분적 봉쇄와 통제가 재개됐다. 베이징의 사정도 비슷하다. 한 인기 클럽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자 상하이와 같은 날 부분적 봉쇄와 통제가 다시 시작됐다. 두 도시 모두에서 16개 구 가운데 15개 구가 영향을 받고 있다.

봉쇄 지역의 주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통제 지역 주민들도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불편을 겪고 있다. “두부는 5일, 사람은 3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해당 지역 주민들은 2, 3일 주기로 계속 강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음성확인서가 없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다. 사실상 외출이 불가능하다. 당연히 경제활동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봉쇄와 통제가 이어지면서 중국의 경제 성장 전망은 계속 하향 조정되는 중이다. 또한 중국발 공급 차질은 이미 심각한 세계적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인구를 감안해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중국의 누적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는 현저히 적다. 단적으로 최근 한국의 확진자는 하루 7000명 내외인데 봉쇄와 통제 재개를 촉발한 확진자는 상하이 7명, 베이징 29명이었다. 확진자가 한국의 20분의 1 수준에 그침에도 불구하고 왜 중국은 무수한 사람에게 극심한 고통을 주는 ‘제로 코로나(칭링·淸零)’ 정책을 고집하는 걸까?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집권세력 내부에서도 나오는 것으로 볼 때 경제적인 이유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답은 정치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사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중국에 대내적으로나 대외적으로 위기 상황을 가져올 수 있었다. 불투명하고 고압적인 방역정책과 성장률 둔화로 정당성 위기가 올 수도 있었고 대외적으로는 코로나 발원지라는 이미지 때문에 소프트 파워의 상실이 예견됐다. 이 때문에 초기 시진핑은 방역과 거리를 뒀다. 방역공작 영도소조를 리커창 총리에게 맡긴 것도 아마도 잘못될 경우 책임을 전가할 심산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기 내부 고발자인 리원량의 사망을 계기로 당과 자신의 책임을 문제 삼는 여론이 거세지자 시진핑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전략을 바꿨다. 강력한 봉쇄와 통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동시에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싸움을 “인민전쟁”으로 규정하고 당의 기치 아래 대중동원을 시작했다. 이런 동원 체제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낼 여지가 축소되게 마련이다.

시진핑은 문화대혁명식의 이념 주입과 사상 동원을 벌여 자신의 지배력을 강화했다. 결과적으로 국내외의 비난을 받은 초기 대응 방식에도 불구하고 방역에 나름 성공했으며, 그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좋은 경제 실적을 거뒀다. 이 실적을 바탕으로 폭압적인 방역조차 정당화했다. 미처 중국인들이 다 접종하기 전부터 외국에 싼값에 백신을 공급함으로써 바이러스 발생과 관련한 불투명성에도 불구하고 대외 이미지를 상당한 정도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2011년 11월 시진핑의 코로나 대응은 제로 코로나라는 이름으로 불가침의 성역에 들었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주로 중국 공산당 지배 체제가 경제 성장을 포함한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가장 유효한 도구임을 과시함으로써 체제를 정당화해 왔다. 이 때문에 당-국가 체제는 모든 것이 계획한 대로 시계처럼 정확히 굴러가고 있다고 보여야 한다. 당과 영수는 절대 오류가 있을 수 없다는 무류성(infallibility)의 신화가 탄생한다. 불편한 진실을 은폐하고 언론 보도를 가공하고 소셜미디어를 통제하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공산당 체제의 최대의 과시물이었던 경제성장률이 최근 10년 사이에 반의 반 토막이 난 현재 이런 필요는 더욱 커졌다.

제로 코로나가 당 영수인 시진핑의 정책인 한 그것은 결코 틀릴 수가 없다.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게다가 중국은 정치적 운명이 주민의 지지가 아니라 당 중앙에 의해 결정되는 극도의 중앙집권제다. 각급 지방정부 책임자들은 굳이 지시가 없더라도 당 중앙의 의중을 미뤄 짐작해 먼저 나서게 마련이다. 우리에게는 과잉 반응으로만 보이는 제로 코로나는 앞으로도 계속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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