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 비터스위트

곽아람 기자 입력 2022. 6. 28. 00:00 수정 2022. 7. 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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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말 리뷰한 ‘비터스위트’는 내향인의 강점을 다룬 역작 ‘콰이어트’를 수전 케인의 신작입니다.

심리학 분야 책에선 비전문가들이 쓴 책이나 전문가들이 쓴 책이나 깊이 없는 책이 많은데

수전 케인은 하버드 로스쿨을 나온 변호사 출신 작가임에도 연구의 폭과 깊이가 넓고 무엇보다도 문장을 잘 씁니다.

아주 문학적인 사람. 프린스턴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기도 했죠.

‘비터스위트(bittersweet)’, 즉 ‘달콤씁쓸함’은 슬픔의 통각이 불러오는 아스라한 쾌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플 줄 알면서도 혓바늘 돋은 혀를 잇바디에 계속 문질러대는 심리 같은 거랄까요.

여하튼 요약하자면 그런 감각에서 예술이 싹튼다는 이야기입니다.

예술은 순도 100%의 슬픔도,

순도 100%의 환희도 아닌

비통함 쪽으로 더 많이 기울어진

둘의 중간지대에 있으므로.

결국 영적인 상태에 대한 이야기고

상당히 미국적인 책이라

국내 독자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질지는 미지수이나 저는 좋았습니다.

워크북 형식의 심리학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안 맞을 것 같고

문학적인 독자들은 좋아할 것 같아요.

책에 인용된 고바야시 잇사의 하이쿠가 아름다워서 옮겨봅니다.

이슬의 세상은
이슬의 세상.
하지만 그래도...

달콤과 씁쓸… 예술가는 두 렌즈로 세상을 창조한다

밀크티 마시러 즐겨 가는 찻집이 회사 근처에 있습니다. 여러가지 차(茶) 중 항상 ‘폴과 비르지니’를 시킵니다. 캐러멜, 산딸기, 체리, 바닐라, 레드 커런트향이 가미돼 부드러우면서 감미로운 티(tea). 루이보스 베이스라 잠 못들까 걱정 없이 마실 수 있어 좋기도 하지만 그 차를 고르는 가장 큰 이유는 ‘폴과 비르지니’라는 이름 때문입니다.

18세기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댕 드 생피에르가 쓴 동명의 소설을 처음 읽은 건 중학생 때. 청목출판사의 ‘그린북스’ 시리즈 아니면 동광출판사 ‘파름문고’였을 겁니다. 열대의 섬 모리셔스에서 쌍둥이처럼 자란 소년 폴과 소녀 비르지니의 애달픈 사랑 이야기라 ‘폴과 비르지니’를 마실 때마다 아스라한 순정의 맛을 느끼곤 합니다.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리즈로 출간된 ‘폴과 비르지니’를 다시 읽었습니다. 이번엔 사랑 이야기보다는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장 자크 루소의 영향이 눈에 띄더군요. 저자는 문명과 자연을 대척점에 놓고 후자의 법칙에 충실한 것이 선(善)이자 덕(德)이라고, 원시자연 속 때묻지 않은 영혼들을 통해 말합니다.

이런 구절이 기억에 남습니다. 파리의 친척 집으로 보내진 비르지니에 대한 그리움을 못견뎌하는 폴에게 이웃 노인이 하는 말.

우리로 하여금 매일매일 증인도 없이, 칭찬도 없이 삶의 역경을 이겨내도록 해주는 것이 하나 있어. 바로 인내일세. 인내는 타인의 사상이나 우리 정욕의 충동이 아니라, 하느님의 의지에 본바탕을 두고 있다네. 인내란 덕성에서 비롯한 용기일 거야.

장마가 찾아왔네요. 덥고 습한 계절을 견딜 인내가 필요한 시점, 거센 빗줄기 쏟아지는 창밖 숲을 보며 ‘폴과 비르지니’의 열대우림을 상상해 봅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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