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요청도 없는데 "귀순 어민 인계하겠다" 통지했다니

입력 2022. 6. 27.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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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에 벌어진 북한 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 북한의 요청도 있기 전에 우리 정부가 먼저 "인계하고 싶다"고 통지한 사실이 청와대 문건을 통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2019년 11월2일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한 어선을 억류했지만 합동조사 사흘 만인 11월5일 북측에 "어민 2명을 추방하고 선박까지 넘겨주고 싶다"고 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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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문건서 당시 전말 드러나
유엔도 "강제북송 인권침해" 비판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서둘러야
2019년 11월에 벌어진 북한 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 북한의 요청도 있기 전에 우리 정부가 먼저 “인계하고 싶다”고 통지한 사실이 청와대 문건을 통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당시 문재인정부가 “문제가 전혀 없다”고 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난 것이다. 유엔은 지난해 1월 “선원들이 북한으로 돌아가 인권침해를 마주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북송을 강행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한다”며 문 정부에 개선 및 권고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전후사정을 들여다보면 인권을 강조한 정부의 처사가 맞나 싶을 정도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2019년 11월2일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한 어선을 억류했지만 합동조사 사흘 만인 11월5일 북측에 “어민 2명을 추방하고 선박까지 넘겨주고 싶다”고 통지했다. 북한이 인수 의사를 보내왔고 우리 정부는 7일 어민들을 포승으로 묶고 안대로 눈을 가린 채 판문점에서 송환했다.

귀순자를 돌려보내는 방식도 과거와 달랐다. 우리가 먼저 북한에 ‘협상’을 요구했다. 처음 있는 일이다. ‘살인 증거인멸’의 우려에도, 선박을 소독까지 해 북한에 넘긴 것도 이례적이다. 정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을 위한 통상적 조치”라고 했지만 납득하기 쉽지 않다. 당시 국가안보실장으로 이 사건을 진두지휘한 정의용 전 외교부 장관은 “어민들은 동료 선원을 살해했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으로 보지 않았다”고 했다. 귀순 의사를 밝혔다 해도 흉악범이라 대한민국 국민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을 위반한 것으로, 주권 포기 행위와 다름없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청와대가 선원들을 돌려 보낸 데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어민과 선박을 넘기겠다고 한 11월5일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해달라고 친서를 보낸 날이다. 김정은의 방남을 이끌어내기 위해 귀순 어민들을 사지로 내몰았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북한에선 ‘남한으로 가면 곧바로 북송 조치돼 죽는다’는 말이 파다하다고 한다. 귀순 어민 북송 사건의 부정적 효과다. 북한의 눈치를 보고 평화 타령을 하느라 우리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재발돼선 안 된다. 진상규명은 당연한 일이다. 서해 공무원 ‘월북몰이’뿐 아니라 강제북송 책임자 처벌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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