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산의마음을여는시] 소망

입력 2022. 6. 27.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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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고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몸을 씻습니다.

하루의 피곤과 아픔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줍니다.

내 방에 앉아 하루를 되돌아봅니다.

텅 비우고 나니 내가 읽히고 내 마음의 소리까지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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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옥
고된 하루와 싸운 옷을
세탁기 속에 넣어
표백제와 함께 세탁을 한다
 
서로 뒤엉켜
흰 거품을 내며
하루의 노독과 아픔을 토해낸다
 
거칠고 혼탁한 마음을
맑게 헹구어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는 오늘을
하나, 둘
툭툭 털어 햇살 좋은
빨랫줄에 널면
뽀송뽀송해지는 젖은 희망들
퇴근 후 고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몸을 씻습니다.

몽글몽글 일어나는 하얀 거품은

하루의 피곤과 아픔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줍니다.

거칠고 혼탁한 몸과 마음을 말끔하게 헹구고 나서

내 방에 앉아 하루를 되돌아봅니다.

텅 비우고 나니 내가 읽히고 내 마음의 소리까지 들립니다.

장자는 들음(聽)을 ‘귀’(耳)로, ‘마음’(心)으로,

‘기’(氣)로, ‘비움’(虛)으로 통하는 단계가 있다고 했습니다.

비워야 보이고 비워야 들리는 법입니다.

나와 다르다고 가까운 사람에게 얼굴 붉히며 화를 내던 내가 부끄러워집니다.

내일은 오늘의 이 부끄러움을 툭툭 털어 빨랫줄에 널어야겠습니다.

비가 억수같이 퍼부어도 몸과 마음은 뽀송해지겠지요?

박미산 시인, 그림=원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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