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식량 위기와 국가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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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해안에 사는 나비의 날갯짓이 태평양 건너 동북아에 쓰나미를 일으킨다는 '나비효과'는 정치·사회·경제적인 여러 현상을 설명하는 데 사용된다.
우리나라로부터 7500㎞나 떨어진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이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닌 '발등의 불'이 돼 식량안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쟁이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엔 사무총장은 몇 달 안에 전 세계에 식량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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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해안에 사는 나비의 날갯짓이 태평양 건너 동북아에 쓰나미를 일으킨다는 ‘나비효과’는 정치·사회·경제적인 여러 현상을 설명하는 데 사용된다. 우리나라로부터 7500㎞나 떨어진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이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닌 ‘발등의 불’이 돼 식량안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경제가 요동치는 가운데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각각 밀과 팜유 수출을 중단하는 등 세계 각국이 자국 산업 보호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전쟁이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엔 사무총장은 몇 달 안에 전 세계에 식량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은 생소하지 않다. 2007년 세계 곡물 가격 급등으로 여러 나라가 심각한 식량 위기에 직면한 경험이 있다. 2008년 4월 당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세계적인 식량 부족 사태가 ‘비상 상황’이라고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2008년 멕시코에서 발생한 ‘토르티야 폭동’은 옥수수 품귀로 인한 멕시코인들의 주식 토르티야의 가격 폭등이 원인이었다. 3개월 만에 3배나 뛴 밀가루 값이 원인이 된 파키스탄의 ‘카라치 폭동’ 등 식량 위기는 전 세계 33개 이상의 국가에서 쓰나미처럼 사회·경제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가 발표한 ‘식량안보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113개국 중 32위였다. 그렇지만 이 순위는 2017년 24위에서 2019년 29위로 계속해서 하락 추세이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020년 기준 45.8%이고, 축산 사료를 포함한 곡물 자급률은 20.2%에 불과하다.
복잡한 국제정세 속에서 식량 위기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고, 글로벌 식량 위기에서 안정적으로 식량안보를 유지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럭비공과 같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를 식량 위기에 우리가 가진 농업 관련 인프라를 최대한 이용해 대비해야 한다.
주요 곡물인 밀과 콩의 자급률을 높이면서 농지 보전 등으로 자급기반을 확충하고 곡물 수급의 안정화를 위한 해외 조달기지 구축과 원료 수입 다변화 등, 대내외적으로 변동성이 큰 국제 식량 위기에 대비하는 정책이 꾸준히 시행돼야 한다. 기후변화와 냉엄한 국제사회의 이해관계 속에서 이제 식량 위기는 먹고, 못 먹고의 문제가 아니라 죽고 사는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때는 세계 최고의 쌀 수출국이었지만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세계 최대의 쌀 수입국으로 전락한 필리핀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가는 국민을 식량 위기에서 보호할 책임이 있다.
조재호 농촌진흥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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