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식의세계속으로] 작지만 아름다운 나라 가봉

2022. 6. 27. 23: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가봉은 아프리카의 강소국 스위스나 검은 대륙의 행복한 나라 부탄이 될 수 있을까? 한국·가봉 수교 60주년 학술 세미나 참석을 위해 가봉을 방문하며 줄곧 머리에 맴돈 생각이다.

우선 한국과 가봉은 각각의 지역에서 작은 나라다.

한국은 세계적 강대국 중국과 일본이라는 고래 사이에 끼어있는 새우와 유사하고, 가봉은 인구 200만명에 불과해 아프리카 44위로 꼴찌에 가깝다.

소프트파워의 차원에서도 인구 200만의 가봉 국민을 한국의 친구로 만드는 일이 훨씬 수월하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구 200만.. 천혜의 자연 그대로 보존
아프리카와 교류, 큰 나라 중심서 벗어나야
가봉은 아프리카의 강소국 스위스나 검은 대륙의 행복한 나라 부탄이 될 수 있을까? 한국·가봉 수교 60주년 학술 세미나 참석을 위해 가봉을 방문하며 줄곧 머리에 맴돈 생각이다. 스위스는 자타가 공인하는 성공적 강소국이고 부탄은 국내총생산(GDP) 대신 ‘국내총행복’(GDH)이라는 개념을 제시해 유명해졌다. 작아도 강하거나 행복한 나라의 두 모델인 셈이다.

1973년 독일 출신 영국 경제학자 E F 슈마허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 인간 중심의 경제학’이라는 책을 내놓았다. 무조건 규모를 키우고 중앙 집중적인 시스템을 만들던 주류 경제학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지적 혁신의 출발점이었다.

그렇다면 아프리카의 가봉은 지속 가능한 발전의 행복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한국은 어떻게 이 과정에 공헌하면서 배울 수 있을까.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은 우리가 강대국과 같은 운동장에서 경쟁하기 어렵다는 진리를 깨닫는 일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관계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우선 한국과 가봉은 각각의 지역에서 작은 나라다. 한국은 세계적 강대국 중국과 일본이라는 고래 사이에 끼어있는 새우와 유사하고, 가봉은 인구 200만명에 불과해 아프리카 44위로 꼴찌에 가깝다. 아름답다고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작아서 이로운 점은 분명하다. 거대한 강대국이 주는 위협감을 그 누구도 한국에게선 느끼지 않는다. 가봉은 작은 인구 덕분에 개발이 제한적이라 천혜의 자연을 보존하면서 지구촌의 산소 샘 역할을 하고 있다.

둘 사이에선 아무리 작은 사건도 커다란 효과를 낳는다. 1960년 독립한 가봉의 역사에서 유일한 올림픽 메달은 2012년 런던 태권도 종목에서 획득한 은메달이다. 가봉에서 제일 높은 빌딩은 여전히 1970년대 한국 기업이 지은 15층 건물 ‘레노바숑’(유신)이다. 한국에선 봉고라는 가봉 대통령의 이름이 미니버스의 대명사가 되었다. 아마 아프리카 국가 원수 가운데 봉고만큼 일상적이고 친숙한 존재는 남아공의 영웅 만델라 정도가 아닐까.

한국 정부와 사회는 여태 아프리카를 자원개발이나 시장개척의 대상으로 여기면서 큰 나라 중심 접근을 해왔다. 하지만 한국의 영향력과 외교의 가성비를 고려한다면 오히려 소국이 더 효과적이라는 진리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다소 무지막지한 비유지만 인구 2억의 나이지리아나 인구 200만의 가봉이나 국제무대에서는 똑같이 한 표를 행사한다. 소프트파워의 차원에서도 인구 200만의 가봉 국민을 한국의 친구로 만드는 일이 훨씬 수월하다.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 미국, 중국, 유럽 따라 하기가 아니라 한국에 적합한 방정식을 추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유의 도시, 가봉의 수도 리브르빌의 뜻이다. 이름에 걸맞게 가봉은 작으나 다양성을 품을 줄 아는 안정적인 나라다. 나는 40여년 전 가봉의 중학교 무상교육 혜택을 누렸고 그 덕분에 유럽에 유학한 뒤 한국에 돌아와 유럽 전문가로 활동하게 되었다. 이번 방문에서 해맑은 눈으로 한국 유학을 꿈꾸는 가봉 대학생들을 만나면서 감회가 새로웠다. 내가 예전에 입은 은혜를 지금 어떻게 이들에게 보답할 수 있을까. 엄중한 국제관계의 역사와 소박한 개인적 기억이 교차하면서 만들어낸 애틋한 감정이자 도덕적 의무감이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