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잉 덤보' 전인지, 3년8개월 만에 우승컵 포옹

여자 PGA 챔피언십 제패
톰프슨·이민지 1타 차로 따돌려
'와이어 투 와이어' 대회 우승 달성
통산 4승 중 메이저에서만 3승째
한미일 투어 8차례 등극 '메이저 퀸'
최혜진·김세영·김효주 공동 5위

전인지가 27일 미국 메릴랜드주 베세즈다의 콩그레셔널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메이저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오랜 부진을 털어 낸 뒤 트로피를 앞에 놓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활짝 웃고 있다. 베세즈다=USATODAYSports연합뉴스

전인지(28·KB금융그룹)는 아직 비회원이었던 2015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최고 권위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을 제패해 세계 여자골프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이어 2016년 메이저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데뷔 첫승을 거둬 ‘메이저 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팬들은 성적이 좋지 않을 때도 늘 환한 미소를 잃지 않는 전인지가 큰 귀를 펄럭이며 하늘을 나는 애니메이션 주인공인 아기 코끼리를 닮았다며 ‘플라잉 덤보’를 별명으로 선사했고 팬카페 이름도 플라잉 덤보가 됐다. 전인지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아이디에 ‘dumbo’를 넣을 정도로 이 별명을 좋아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전인지는 활짝 웃는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다. 2018년 10월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통산 3승을 달성한 뒤 오랜 부진에 빠졌기 때문이다. 2019년과 2020년 톱10에 진입한 것은 2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리더보드 상단에서 그의 이름이 사라졌다. 하지만 전인지는 일희일비하지 않고 끊임없이 스윙을 교정하며 샷을 날카롭게 다듬었고 지난해 톱10에 8차례 진입하며 부활의 날갯짓을 펼쳤다.

이윽고 플라잉 덤보가 훨훨 날았다. 전인지는 27일 미국 메릴랜드주 베세즈다 콩그레셔널 컨트리클럽(파72·6831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메이저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총상금 900만달러) 4라운드에서 버디 2개와 보기 5개를 묶어 3오버파 75타를 쳤다. 최종합계 5언더파 283타를 적어 낸 전인지는 공동 2위 렉시 톰프슨(27·미국), 호주교포 이민지(26·하나금융그룹)를 1타 차로 제치고 3년8개월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우승상금은 135만달러(약 17억5000만원). 전인지는 통산 4승 중 메이저에서만 3승을 거뒀고 한·미·일 투어를 통틀어 8차례 메이저 정상에 오를 정도로 메이저에 강한 면모를 뽐냈다.

전인지는 2라운드까지 2위 그룹에 6타 차 단독선두로 달아나며 쉽게 우승을 차지하는 듯했다. 하지만 3타 차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맞은 전인지는 초반부터 샷이 크게 흔들리며 2, 4, 6번 홀에서 보기를 쏟아 냈다. 그사이 톰프슨은 1번과 3번 홀에서 2타를 줄이며 단독선두로 나섰다. 2타 차로 뒤지던 전인지가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16번 홀(파5). 톰프슨이 이 홀에서 한 타를 잃은 반면, 전인지는 정확한 웨지샷으로 만든 기회를 놓치지 않고 버디를 떨궈 다시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이어 17번 홀(파4)에서 톰프슨이 짧은 파 퍼트를 놓쳤고 전인지는 파세이브에 성공하면서 다시 단독선두가 됐다.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둘이 나란히 파를 기록하면서 전인지는 나흘 내내 선두를 놓치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완성했다.

오랜 우승 갈증을 메이저대회에서 씻어 낸 전인지는 18번 홀 그린과 시상식에서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전인지는 “해냈다, 끝냈다는 생각 때문에 눈물이 나왔다”며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 골프를 그만두려고도 했다. 심적으로 힘들다 보니까 팬들의 응원조차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고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메이저 3승을 했으니 또 다른 목표가 생겼고 새 목표에 다가가고자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신인왕 레이스 1위를 다투는 아타야 티띠꾼(19·태국)이 4위(3언더파 285타), 최혜진(23·롯데)이 공동 5위(1언더파 287타)에 올라 신인왕 경쟁을 이어 갔다. 김세영(29·메디힐)과 김효주(27·롯데)도 공동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27·솔레어)과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인 세계 2위 넬리 코르다(24·미국)는 공동 30위(4오버파 292타)에 머물렀다.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