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면 그만두라는 말에, 여전한 골프 사랑 깨달아"

김경호 선임기자 입력 2022. 6. 27.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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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언니에 속마음 눈물 토로
'골프만큼 네가 소중해' 큰 위로
더 열심히 집중했더니 좋은 결과

“골프는 절대 쉽지 않다는 걸 배웠다. 여전히 내가 우승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전인지가 27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3번째 메이저 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1타차 우승을 차지한 뒤 공식 인터뷰에서 ‘오늘 플레이에서 자신에 대해 무엇을 배웠느냐’는 질문에 밝힌 답이다.

최종라운드를 3타차 선두로 출발한 전인지는 전반에만 4타를 잃고 공동 2위였던 렉시 톰프슨(미국)에게 2타차로 끌려갔다.

이후 극적인 재역전 우승을 거둔 전인지로서는 절대로 잊을 수 없는 하루였다. “전반에 타수를 의식하지 않으려 했지만 부담감을 이기지 못했다. 어려운 골프장이니, 후반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는데 해냈다”는 그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으면 뭔가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고 했다.

마지막 퍼트를 하고 눈물을 보인 데 대해서는 “그냥 내가 해냈다는 마음, 끝냈다는 마음이었다. 솔직히 울지 않으려 했는데”라며 감격스러운 순간을 돌아봤다.

전인지는 “최종라운드를 시작하기 전 코치로부터 ‘여기는 콩그레셔널CC이고, 네 이름은 전(Chun)이야. 최고의 캐디와 함께 있으니 우승할 운명이야’라는 기분좋은 말을 들었다. 그걸 믿었고, 그래서 중간에 어려움이 있어도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골프장 이름과 ‘C’가 여러 번 겹치는 점, 그리고 2015년 US여자오픈 우승 당시 함께했던 캐디 딘 허든과 함께 있다는 사실에 든든한 자신감을 심어준 말이었다.

오랜 심리적 고통을 극복한 뜻깊은 우승이었다. 2018년 10월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후 긴 슬럼프에 빠졌을 때, 전인지는 일부로부터 “골프를 그만두고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누가 그런 말을 하던가’라는 사회자 질문에 “나쁜 말은 하고 싶지 않다. 어쨌든 그런 일이 있었고,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며 마침내 목표를 이뤘다”고 말했다.

힘들 때 계속 응원해준 팬클럽 ‘플라잉 덤보’의 응원에 보답하지 못해 오히려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다는 말은 그의 압박감을 잘 표현해준다.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서 우울증을 숨기고 주변에 괜찮다고 말 한 적도 있었다는 전인지는 “지난주에 언니에게 미국에서 지내기가 너무 힘들다고 털어놓고 실컷 울었는데, 언니로부터 ‘그럼 골프를 그만둬’라는 말을 듣고 내가 골프를 여전히 원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서 “그런 해프닝도 있어서 이번주 더 열심히 했다. 내가 자랑스럽다”며 밝게 웃었다.

메이저 대회에서는 모든 코스 관리와 준비가 잘돼 있어 더 집중하게 된다는 전인지는 “어쨌든 메이저 3승을 했으니 또 다른 목표가 하나 더 생겼다. 계속해서 이루고자 하는 것, 내 앞에 놓인 새로운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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