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8개월 '긴 터널' 지나 다시 빛난 '메이저 퀸' 전인지

김경호 선임기자 2022. 6. 27.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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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MG 위민스 챔피언십 우승
최종R 톰프슨과 혈투 끝에 재역전
LPGA 통산 4승 중 메이저만 3승
긴 슬럼프에 악플 시달리며 ‘상처’
마음의 병 훌훌 털고 ‘기쁨의 눈물’
‘커리어 그랜드슬램’ 새 목표도 생겨

18번홀(파4)에서 1.2m 파 퍼트를 넣고 우승을 확정지은 전인지(28)는 두 손을 번쩍 치켜들며 기뻐한 뒤 눈물을 쏟아냈다. 우승을 다툰 렉시 톰프슨(미국), 최혜진(23) 등 동반자들과 인사하면서도 감정이 뒤섞인 눈물을 참지 못했다.

전인지가 마침내 긴 슬럼프에서 빠져나왔다. 3년8개월 만에 거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4번째 우승을 우승상금 135만달러(약 17억5000만원)가 걸린 자신의 3번째 메이저 타이틀로 장식했다.

전인지는 27일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콩그레셔널CC(파72·6831야드)에서 열린 시즌 3번째 메이저 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총상금 900만달러)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2개, 보기 5개로 3타를 잃었으나 합계 5언더파 283타를 기록, 톰프슨과 이민지(호주·이상 4언더파 284타)를 1타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첫날 8언더파 64타라는 놀라운 스코어를 작성하며 5타차 선두로 출발해 2라운드 6타차, 3라운드 3타차 리드한 전인지는 이날 전반 9개홀에서 보기 4개를 범하며 톰프슨에게 2타차까지 끌려갔으나 막판에 기적같은 재역전으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일궜다.

“코스와 나의 게임에만 집중하겠다”던 전인지의 다짐은 더 큰 부담이 됐다. 2번홀(파3) 첫 보기 이후 9번홀까지 4타를 잃은 전인지는 톰프슨에게 2타차로 끌려갔다. 11번홀(파5) 첫 버디 후 15번홀(파4)까지 간격을 유지하며 끈질기게 기회를 엿보던 전인지는 16번홀(파5)에서 버디를 낚고, 여기서 쇼트게임 실수를 연발하며 보기를 범한 톰프슨과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17번홀(파4)에서 톰프슨이 또 한 번 1m 남짓한 파 퍼트를 실패하는 순간 선두로 나선 전인지는 마지막 홀 보기 위기를 극복하고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뛰던 2015년 US여자오픈 우승을 발판으로 이듬해 미국 투어에 진출한 뒤 2016년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메이저 대회 역대 최소타(21언더파 263타) 우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하던 전인지는 이후 안티팬들의 심한 공격을 받으며 우울증에 빠졌다. 2018년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우승을 계기로 슬럼프를 털어내는가 싶었지만 이후로도 이렇다할 성과를 맺지 못하면서 최근까지도 “그럴 거면 골프를 그만두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전인지는 시상식에서 “긴 시간 저를 믿어주신 후원사와 팀, 가족, (팬클럽) 플라잉 덤보 등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울먹였다. 공식 인터뷰에서는 “우울증이 나아지고 있다고 했지만, 주위에 걱정을 끼치기 싫어 ‘괜찮다’고 하기도 했다. 솔직히 지난주에는 언니에게 미국에 있기 너무 힘들다고 털어놓으며 울었는데, ‘골프만큼 네가 소중하니, 골프를 그만둬’라는 말을 듣고 여전히 내가 골프를 원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터널을 지나오니 희망찬 새 목표가 생겼다. 전인지는 오는 8월 AIG 위민스 오픈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한다. 메이저 대회가 5개인 LPGA 투어는 그중 4개만 우승하면 그랜드슬램으로 인정한다.

한국선수들은 올해 시즌 4승(고진영, 김효주, 지은희, 전인지)을 거뒀고 지난해부터 이어온 7개 메이저 대회 무승 사슬도 끊었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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