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콘텐츠가 있어야 산다..ICT업계, 미래형 스튜디오 구축 잰걸음

이윤정 기자 2022. 6. 27.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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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스튜디오' 잇따라 선보이며 미래 먹거리 확보 사활
CJ ENM 버추얼 프로덕션 스테이지 이미지 | CJ ENM 제공
크로마키 배경 대신 LED 월 이용
실제와 같은 수준의 그래픽 연출
장소·날씨·시간 상관없이 제작

정보통신업계(ICT)가 ‘자체 콘텐츠’ 확보에 사활을 걸고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식재산권(IP)을 등에 업은 콘텐츠가 있어야 미래 먹거리인 메타버스와 글로벌 사업 진출이 용이하다는 판단에서다. ICT 기업들은 웹툰·웹소설 등 원천 IP를 생산하는 업체에 제휴·투자를 늘리는 한편 직접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시각효과(VFX)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버추얼 스튜디오’를 잇따라 선보이면서 드라마·영화는 물론 메타버스 콘텐츠까지 제작 역량을 넓히는 중이다.

SK텔레콤 팀 스튜디오에서 대형 LED 월 스테이지를 배경으로 촬영을 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 대형 LED 스크린 활용 완성도 높여

통신사 SK텔레콤은 ‘미래형’ 콘텐츠 제작에 힘을 쏟는 중이다. 2020년 증강 현실을 구현할 수 있는 ‘점프 스튜디오’를 서울 SK텔레콤 본사 T타워로 확장 이전한 데 이어 지난 21일에는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3050㎡(약 930평) 규모의 ‘팀 스튜디오’를 열었다.

팀 스튜디오는 VFX 기반 제작소다. 대형 LED(발광다이오드) 화면을 배경으로 하는 스튜디오 2개를 갖췄다. 길이 21m·높이 5m에 달하는 U자 형태의 ‘볼륨 스테이지’와 길이 5m·높이 5m의 ‘증강현실(XR) 스테이지’다. ICT업계에서는 LED 월(wall) 스테이지를 갖춘 스튜디오를 ‘버추얼 스튜디오’라 부른다.

버추얼 스튜디오가 있으면 촬영팀이 멀리 현지 출장을 갈 필요가 없다. 스튜디오 안에서 실제와 같은 수준의 그래픽을 실시간으로 연출할 수 있다. 기존에는 콘텐츠 제작 중 특수한 장면이 필요하면 녹색이나 파란색 크로마키 배경에서 배우를 먼저 촬영하고 추후 필요한 배경 그래픽을 덧입혔다. 후반 작업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데다 완성도를 높이기도 힘들었다.

버추얼 스튜디오에서는 크로마키 배경 대신 LED 월에 현실 같은 배경이 흐른다. 배우가 연기에 몰입하기도 쉽고 감독 역시 연출하기에 수월하다. 로케이션 섭외, 세트 제작 등의 비용과 시간도 절감된다. ICT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해외 로케이션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버추얼 스튜디오는 장소, 날씨, 시간 등에 구애받지 않는 제작 환경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버추얼 스튜디오 구축을 위해서는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력 확보가 필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대형 LED 사이니지(상업용 디스플레이)를 버추얼 스튜디오에 공급하며 시장 확장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CJ ENM에, LG전자는 브이에이코퍼레이션(VAC) 버추얼 스튜디오에 대형 LED 사이니지를 공급했다. SK텔레콤은 팀 스튜디오에 글로벌 기업인 아우토의 ‘LED 스크린’과 브롬튼의 ‘이미지 프로세서’를 사용했다. 자체 5G망과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활용해 라이브 스트리밍은 물론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에도 나설 계획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자체 콘텐츠는 물론, 국내외 미디어 스튜디오와 협력해 글로벌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드라마 등 기존 영상물 넘어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도 곧 실현
게임업계는 실감형 DMC 건설 중

■ 게임·메타버스 콘텐츠로 확장

아직 버추얼 스튜디오 기법을 전면 활용해 제작한 드라마·영화 콘텐츠는 많지 않다. 미국에선 드라마 <더 만달로리안> <웨스트월드>, 영화 <미드나잇 스카이> 등에 사용됐다. 국내에선 VAC, 비브스튜디오스 등이 버추얼 전문 스튜디오로 관련 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메이저 제작사도 버추얼 스튜디오 구축에 나서고 있다. CJ ENM은 경기도 파주에 조성한 복합 스튜디오 단지 ‘CJ ENM 스튜디오 센터’에 지난달 ‘버추얼 프로덕션 스테이지’를 마련했다. 실내 스튜디오, 야외 오픈세트 등이 있는 21만㎡(약 6만4000평) 규모 스튜디오 센터에 버추얼 스튜디오를 추가해 특수 촬영까지 한 번에 소화할 수 있게 됐다.

ICT업계에서는 버추얼 스튜디오에서 전통적인 영상 콘텐츠는 물론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까지 이뤄질 것이라 보고 있다. CJ ENM 관계자는 “파주 CJ ENM 스튜디오 센터에는 모두 13개 스튜디오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버추얼 스튜디오로 구축됐다”면서 “드라마·영화는 물론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 무대 등 XR콘텐츠 등도 이곳에서 제작된다”고 설명했다.

넥슨, YG엔터테인먼트, 네이버, 위지윅스튜디오, 엔피 등이 설립한 합작법인 YN C&S가 만들고 있는 미래형 문화 콘텐츠 스튜디오 시설 조감도. 넥슨 제공

게임업계도 미래형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콘텐츠 제작에 나선다. 넥슨은 지난 1월 YG엔터테인먼트, 네이버, 위지윅스튜디오, 엔피 등 4개사와 합작법인 YN Culture&Space(YN C&S)를 세웠다. YN C&S는 각 사가 보유한 IP, 서비스 플랫폼, VFX와 XR 기술력을 결합한 미래형 콘텐츠 제작 시설인 ‘실감형 디지털미디어센터(I-DMC)’를 경기 의정부에 건설 중이다.

I-DMC는 3300㎡(1000평) 규모 초대형 스튜디오 3동과 버추얼 스튜디오를 포함한 대형 스튜디오(600~800평 규모) 2동 등 총 5동의 멀티 스튜디오로 구성된다. 이곳에서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오리지널 영화·드라마, 게임, 음악, 뮤직비디오, 공연, e스포츠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넥슨 관계자는 “넥슨의 게임 쇼케이스, e스포츠 대회는 물론 향후 메타버스 행사도 I-DMC 스튜디오에서 열리게 될 것”이라면서 “국내 IT(네이버), 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 게임(넥슨)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모인 만큼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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