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증시 탈출

박채영 기자 입력 2022. 6. 27. 22:16 수정 2022. 6. 27.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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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장에 지쳤다..잇단 '손절'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27일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올해 투자자 예탁금 매달 감소
‘빚투’ 신용융자도 올 최저 수준
“두 자릿수 손실에 더는 못 버텨”
“추가 매수 안 해…예·적금 갈아타”

직장인 A씨(26)는 코스피가 2310대까지 떨어졌던 지난 23일 주식에 투자했던 돈을 모두 뺐다. 1월에 첫 월급을 받고부터 매달 200만원씩 적금처럼 주식에 투자를 했는데, 최근 하락장을 거치면서 10%가 넘는 손실이 발생하자 손절을 마음먹게 됐다. A씨는 “매달 안 먹고, 안 쓰고, 열심히 모아서 투자했던 돈”이라며 “이제는 현금으로 보유하거나 오히려 인버스 상품에 투자할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의 높은 변동성에 지친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투자 규모를 줄이고 있다. 마이너스 수익률을 버티지 못하고 주식에 투자했던 자금을 빼거나 추가 매수를 멈추는 식이다. 빚을 내서 산 주식을 강제 청산당하는 반대매매 규모도 늘면서 주가를 억누르고 있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 자금 성격인 투자자 예탁금은 올해 들어 매달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매월 평균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1월 67조3679억원에서 2월 64조6125억원, 3월 62조9965억원, 4월 62조8526억원, 5월 59조9958억원으로 감소했다. 이달에는 지난 23일까지 평균 57조8286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상위 3종목인 삼성전자, 네이버, 카카오의 주가가 부진한 것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한때는 매달 여유 자금의 70%를 주식에 투자했다는 직장인 홍모씨(28)는 1월부터는 추가 매수를 멈췄다. 홍씨는 네이버와 카카오에 투자해 지금까지 250만원가량의 손실을 봤다. 홍씨는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고 주식앱에 한 달 동안 들어가지 않았다”며 “언젠가 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지만, 추가 매수는 조심스러워서 최근에는 예금·적금에 돈을 더 넣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올해 1월3일과 비교해 25.19% 하락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33.78%, 37.29% 떨어졌다. 3개 종목 모두 같은 기간 코스피가 19.64% 하락한 것보다 낙폭이 컸다.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를 보여주는 신용거래융자 잔액도 줄어드는 추세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가 고객의 주식 등을 담보로 잡고 일정 기간 자금을 빌려주는 대출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번 달 일평균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0조924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일평균 21조8320억원을 기록했던 것에 비해 4%가량 감소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 23일에는 19조2160억원으로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규모는 늘고 있다. 증권사들은 투자자가 단기 외상거래로 산 주식(미수거래)에 대해 2거래일 이내에 결제 대금을 내지 못하면 강제로 주식을 처분한다. 지난 23일까지 6월 평균 반대매매 규모는 209억7600만원으로, 지난달 164억7800만원을 기록했던 것에 비해 27%가량 증가했다.

하락장에 증가한 반대매매가 주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국내 증시가 유독 부진한 이유 중 하나로 빚투 규모를 꼽으며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앞으로 3조∼5조원 더 정리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허재환 연구원은 “지난주 주가 하락은 대부분 증거금 부족에 따른 반대매매에 기인했다”며 “아직 빚투 청산은 완전히 마무리됐다고 보기 어려워 주식시장에 대한 부담은 좀 더 남아 있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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