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에 돈줄 막힌 러, 금융위기후 첫 디폴트
러시아가 1998년 금융 위기 이후 처음으로 디폴트(채무 상환 불이행)에 빠졌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단행된 서방의 제재로 외화 표시 국채의 이자를 낼 방법을 잃었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고립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27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가 전날까지 투자자에게 지급해야 할 외화 표시 국채의 이자 약 1억달러(약 1300억원)를 내지 못해 디폴트 상황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이자의 지급일은 원래 지난달 27일이었다. 상환 유예 기간 30일이 적용됐으나 러시아는 제대로 이자를 내지 못했다.
러시아가 이자를 내지 못한 이유는 서방의 제재 때문이다. 앞서 미국은 러시아 재무부, 중앙은행, 국부펀드와의 거래를 전면 금지했다. 지난달 25일까지는 투자자가 러시아에 국채 원리금이나 주식 배당금은 받을 수 있게 했지만 이마저도 유예 기간을 연장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국제 예탁 결제 회사인 유로클리어에 이자 대금을 달러와 유로화로 보냈지만, 유로클리어가 이 돈을 가져갈 방법이 없어졌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서방이 러시아에 ‘디폴트’라는 꼬리표를 붙이려고 인위적인 장벽을 만들었다”며 “이 상황이 우스꽝스럽다”고 비판했다.
앞서 러시아는 보리스 옐친 대통령 집권기이던 1998년 경제난을 겪으며 디폴트 상황에 빠졌지만, 이는 외화가 아닌 루블화 표시 국채가 대상이었다. 외화 표시 국채에 대한 디폴트로 따지면 1918년 이후 104년 만에 처음이다. 1917년 러시아 혁명을 주도한 볼셰비키 세력은 혁명 이듬해에 차르(황제)의 부채는 인정할 수 없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러시아 정부의 공식 디폴트 선언은 없을 전망이다. 통상 채무 불이행에 빠지면 주요 신용평가사가 판단해 공식 디폴트 선언을 하는데, 서방의 제재로 신용평가사들이 이미 러시아에서 철수해버렸다. 이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디폴트와 관련한 주장은 완전히 잘못됐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미 러시아가 국제 금융 체계에서 고립돼 있기 때문에 국제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의 채무 불이행은 상징적”이라며 “러시아 정부는 이미 달러화 표시 채권을 발행할 수 없고 대부분 국가에서 돈을 빌릴 수도 없다”고 했다. 서방국가들은 러시아가 앞으로 경제적으로 더욱 고립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6일(현지 시각) CNN 인터뷰에서 대러시아 수출 통제로 인해 러시아가 방위 산업·기술, 에너지 탐사 등 분야를 현대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 분야들은 계속 쇠퇴할 것이고, 우리는 러시아 경제가 내년에 8~15% 감소할 것이란 전망을 이미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루블화는 큰 희생을 치르고 인위적으로 떠받쳐지고 있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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