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동에 울며 겨자 먹기 '+5원'..한전, 올 인상분 다 썼다

박상영 기자 2022. 6. 27.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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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단가 조정 '연간 ±10원' 건의했지만 정부서 거부"
4분기엔 추가 인상 못해..적자 해소엔 큰 도움 안 될 듯
푹푹 찌는 날씨…전력 수급 체크 한국전력공사 경기지역본부 직원들이 27일 발전량과 공급 능력 등 전력수급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전력이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5원 인상하기로 결정했지만 그동안 누적된 적자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기요금 상승폭이 연료비 인상분에 크게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료비 고공행진이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추가 요금 인상이 다시 검토될 수도 있다.

한전은 27일 연료비 조정단가의 분기 조정폭을 연간 조정폭(±5원/kWh) 범위 내에서 조정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고 밝혔다. 이전까지는 분기 조정폭이 kWh당 ±3원 이내로 제한됐다.

다만 올해 3분기에 이미 올해 전체 상한선인 kWh당 5원을 올렸기 때문에 관련 규정을 또 고치지 않고서는 4분기에 추가 인상할 수 없다. 한전 관계자는 “분기는 ±5원, 연간은 ±10원 조정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했지만 분기 조정폭만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물가 안정을 위해 전기요금 조정에 소극적이었다. 연료비 변동분을 주기적으로 전기요금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2020년 12월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됐지만 사실상 작동되지 않았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6개 분기 동안 4차례나 동결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한전의 적자는 더 불어났다. 지난 4월 발전용 유연탄과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각각 전년 동월 대비 75.0%, 110.1% 상승함에 따라 한전이 발전사에 내는 전력도매가격도 처음으로 kWh당 200원선을 돌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76.35원보다 164.7%나 급등했다. 5월에는 전력도매가격이 kWh당 140.34원으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전년 동월보다는 77.4% 높았다.

전력 사용량이 늘어난 점도 한전에는 부담거리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 1인당 전기 사용량은 전년보다 5.1% 증가한 1만330kWh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기를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구조가 굳어진 상황에서 전력 판매량마저 늘어나면 한전의 적자폭은 더욱 커진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소비자 요금에 유가나 LNG 등 에너지 원가 반영을 억제할 경우 에너지 수요 증가와 에너지 소비구조 왜곡을 유발한다”며 “이는 또다시 에너지 수입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요금을 올리지 못하면서 한전의 신용상태도 빠르게 악화됐다. 지난달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연료비 급등과 제한적인 전기요금 인상으로 대규모 영업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한전의 자체 신용등급을 ‘BBB-’에서 투기 등급인 ‘BB+’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상반기 1조원이었던 한전의 채권 발행 규모는 올해 5월 기준 12조원을 넘어섰다. 한전은 올해 1분기에만 이미 사상 최대인 7조7869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연간 적자 규모가 30조원대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한전 적자 해소를 위해 전력도매가격 상한제를 도입했고, 한전도 출자지분과 부동산 등 1300억원의 자산을 매각했지만 경영난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전문가들은 고유가 상황이 연말까지 이어지면 추가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이번 인상폭이 한전의 적자 해소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는 만큼 정부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연말까지 유가가 떨어지지 않으면 연료비 조정단가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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