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용퇴론에 '경찰 의견수렴' 제안도 거부당해 '무력감'

이유진 기자 2022. 6. 27.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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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이상민 장관과 100여분 통화한 후 사퇴 결심 굳혀
치안감 인사·경찰 통제안 등 할 수 있는 게 없다 느낀 듯
경찰청 청사 나서는 김 청장 김창룡 경찰청장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사의를 밝힌 뒤 청사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김창룡 경찰청장이 임기를 불과 26일 남긴 27일 전격 사의를 표명한 것은 정부의 일방적인 경찰 통제 추진에 대한 무력감, 치안총수로서 직을 던져 정부의 경찰 통제 시도에 맞서야 한다는 경찰 내부의 여론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김 청장은 지난 주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100여분간 통화한 뒤 사퇴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당시 통화에서 김 청장은 1991년 경찰법 제정 배경 등을 설명하면서 행안부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자문위) 권고에 따라 추진 중인 경찰국 신설 및 지휘규칙 제정 등에 대해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장관은 “경찰청은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비공식적으로 직거래를 해왔다” “현재 치안사무 관련해 경찰은 어느 누구의 지휘도 받지 않는 치안 공백 상태였다”며 자문위 권고를 원안대로 강행할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김 청장은 지난 21일 자문위 권고안이 발표된 직후에도 이 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찰 내부에서 불거진 용퇴론도 사의 표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3일 이 장관의 취임과 함께 출범한 자문위의 경찰 통제방안이 언론을 통해 하나둘 공개되자 경찰 일선에선 지휘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며 김 청장 용퇴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자문위가 권고안을 발표한 지난 21일 경찰 고위직인 치안감 인사가 번복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겹치자 ‘청장 패싱’ 논란이 증폭됐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국기문란’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인사 번복 책임을 경찰 수뇌부에게 돌리면서 경찰 안팎에서 사퇴 압박이 커졌다.

김 청장이 이날 사의를 표명한 시점은 이 장관이 경찰 통제안을 공식화하는 기자회견을 열기 약 2시간 전이다. 오전 8시 지휘부 회의에서 이 장관과의 통화 내용 등을 전한 직후이기도 하다. 이 장관은 김 청장과 지난 주말 나눈 통화 내용에 대해 이날 “(권고안에 김 청장이) 상당 부분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청장은 사의 표명을 알리는 브리핑 직후 경찰청을 나서며 “신중한 검토와 폭넓은 여론수렴 등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겠다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 주말 통화 내용에 대한 이 장관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경찰 내부에선 ‘무력감’을 김 청장의 사퇴 배경으로 꼽는다. “김 청장의 무력감이 극에 달했다”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정부를 상대로 경찰 입장을 설명하려 애썼으나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경찰청장으로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판단해 사의를 표명한 것 같다”고 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치안감 인사에서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행안부 편을 들고 경찰을 질책했다. 청장 입장에선 궁지에 몰린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김 청장의 사의 표명을 두고 경찰 일선에선 “지금은 별 의미가 없다”는 반응과 “다른 지휘부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반응이 엇갈렸다.

정부는 차기 경찰청장 인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장 후보군인 치안정감들은 지난 24일 인사검증동의서를 제출한 상태다. 윤희근 경찰청 차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우철문 부산경찰청장이 후보로 거론된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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