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1년치 다 올려도 한전 적자 메우기 턱없어..방법은?

김정수 2022. 6. 27.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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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와기후]"올 30조 적자" 내다보는 한전
정부, 고물가 압박에도
3분기에 1년치 인상 한도 꺼내
"그래도 여전히 싼 전기요금
소비자 절약 유도에도 미흡"
서울 시내의 한 주택 전기계량기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고물가 압박에도 연료비 연동제 규정까지 고쳐 3분기 전기요금을 연간 최대 폭(㎾h당 5원)으로 인상하기로 27일 결정한 것은 한국전력의 급증하는 적자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전기요금과 함께 가스요금까지 동시에 오르면서 물가 상승세는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전기요금은 유럽 등 주요국에 견줘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에너지 절약이 필수적인데, ‘값싼 전기요금’은 소비자의 절약을 유도하기에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광해광업공단 조사 결과를 보면, 발전연료인 유연탄은 인도네시아 칼리만탄산 본선인도가격 기준으로 지난해 1분기 톤당 평균 79.21달러에서 올해 1분기에 161.3달러로 2배 이상 폭등했다. 원유도 브렌트유 기준으로 같은 기간 배럴당 평균 61.74달러에서 98.69달러로 60%가량 올랐다.

이에 따라 한전이 발전사에 지급한 ㎾h당 전력구입단가는 지난해 1분기 평균 90.2원에서 올해 1분기 평균 150.9원으로 67.2% 뛰었다. 반면, 한전의 수입인 전력판매단가는 ㎾h당 평균 107.8원에서 110.4원으로 2.5%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 결과는 1분기에만 사상 최대인 7조7869억원의 영업손실로 이어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전의 적자규모가 3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6%대를 넘보는 상황에서 정부가 한전의 이런 상황을 방치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요금을 ㎾h당 1원 인상하면, 지난해 전력 사용량을 기준으로 한전 연간 수입은 53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반기부터 ㎾h당 5원 인상되면, 올해만 약 1조3천억원의 적자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제 연료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이 정도의 요금 인상 폭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한전의 적자를 해소하기에는 어려운 수준이다.

26일 서울 시내 다세대주택 단지에 전기계량기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한전이 지난 16일 정부에 제출한 연료비 조정단가는 ㎾h당 33.6원이었다. 이번에 인상된 요금의 6배 이상 인상돼야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의 영향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현행 연료비 연동제는 연료비 조정단가 폭을 직전 분기 대비 ㎾h당 최대 3원, 연간 최대 5원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한전이 정부에 연료비 연동제에 따른 조정 상·하한 확대와 함께 기준연료비 조정 등 제도 개편을 요청한 이유다.

이날 정부 결정은 한전 요구 가운데 연료비 연동제 개선 요구를 일부 받아들인 셈이다. 연료비 조정단가 분기 최대 인상 폭(㎾h당 3원)을 연간 최대 인상 폭(㎾h당 5원)만큼 올릴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는 연간 최대 전기요금 인상 폭을 ㎾h당 5원으로 묶어뒀다. 4분기에 요금을 추가로 올리기 위해서는 연동제 규정을 다시 고치거나 기준연료비(전력량 요금)를 올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전기요금은 선진국에 견줘 싼 편이다. 한국 가정용 전기요금(2020년 기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4번째로 저렴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주요국의 최근 전기요금 변화 추이와 정책 동향’ 자료를 보면, 영국·독일·프랑스·스페인 등 유럽 주요 4개국과 일본은 지난 3월 기준으로 1년 전에 견줘 전기요금을 평균 36% 인상한 상태다. 이날 전기요금을 심의한 전기위원회 위원인 전영환 홍익대 교수(전기공학부)는 “한전이 산정한 연료비 조정단가에 비춰볼 때, 이번 전기요금 인상 규모는 미흡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들이 전기를 절약하도록 이끄는 효과가 없지는 않겠지만, 클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전 내부에서는 이번 인상 폭이 미흡한 수준이라면서도 정부가 고물가 상황에서 분기 최대 상한선보다 2원이나 높인 것은 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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