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마장, 경주마 관리 엉망

2022. 6. 27.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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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전 마체 관리 부실.. 기수들 안전 위태로워

[현창민 기자(=제주)(pressianjeju@gmail.com)]
제주경마장에서 경기에 출전하는 경주마 관리가 엉망인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경마장에서 경주마들이 출발하고 있다.ⓒ한국마사회

더욱이 경기에 나서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마체 확인 과정이 부실하게 이뤄져 기수와 출전마들의 안전마저 크게 위협받고 있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경마장에서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간 각각 7경기를 포함해 총 14경기의 경마가 이뤄진다. 여기에 출전하는 마필은 1경기당 10마리에서 12마리로 매주 총 70여 마리의 경주마가 출전한다. 출전마들은 대부분 영국에서 교배된 서러브레드 종으로 운영되는 과천과 부산경마장과는 달리 제주경마장에선 제주마와 서러브레드의 교배종인 한라마 1경기와 제주마 혈통을 지닌 전통 제주마들의 6경기가 이어진다. 

당초 경기를 앞둔 경주마들은 경기 당일 오전 8시부터 경마장에 있는 진료소에서 1차 마체 확인 과정을 거친다. 진료소에서는 항시 수의사가 출전 경주마에 대한 다리, 어깨, 외상 등과 함께 해당 출전 마필이 맞는지에 대한 개체 확인을 진행한다.

이어 수의사의 마체 확인이 끝난 경주마들은 장안소로 이동해 마필이 뒤바뀌지 않았는지에 대한 2차 개체 확인과 체중을 잰 후 안장을 설치하고 출전 대기에 들어간다.

마체 확인 과정에서 출전 '부적합' 판정이 나올 경우에는 출전이 취소돼 경기에 나설 수 없다. 또한 마필 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진 책임을 물어 해당 마필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15일) 동안 출전 정지 등의 페널티가 부여되는 등 엄격히 관리된다.

이러한 마체 확인 과정에는 경마장에서 근무 중인 마필관리사가 직접 경주마와 동행해 전 과정을 진행한다. 마필관리사들의 주된 업무는 사양관리(급식, 수장-털관리, 목욕) 구사관리(마방청소), 기승관리(마필 기승 훈련), 보건관리(위생, 질병, 장제-발발굽 관리) 등이다.

하지만 <프레시안>이 확인한 결과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1차 마체 확인 과정이 아예 생략되거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마체 확인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게 되면 1.6km의 경주 구간을 시속 약 60km의 속력으로 질주하는 경마 특성상 경주마의 돌출 행동으로 인해 자칫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300kg에 육박하는 9마리의 경주마들이 혼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마체 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질 경우 경주마와 기수들의 안전은 더욱 위태로워 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부실 관리 정황은 마사회에서 운영 중인 경마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한국마사회 경마 정보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지난 6월 한 달 동안 경기 출전 후 '부적합' 판정을 받은 마필은 총 43마리로 전체 출전마의 약 8%를 차지한다. 이들 마필들은 대부분 '출전정지' 처분을 받아 2개월가량 경기에 나설 수 없다.

문제는 평소 10여 마리에 그쳤던 '부적합' 비율이 최근 약 3배가량 높아졌다는 점이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경주마들의 패널티 내용도 대부분 경기를 치르고 난 뒤 '앞다리 또는 뒷다리 절음'으로 나타나 경기를 뛸 수 없는 몸 상태에서 경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마체 확인이 부실하게 이뤄지면 경기에 들어가기 전 경주마의 이상 징후를 사전에 걸러 내지 못한 채 경기가 강행되고, 기수들은 컨디션 난조에 빠진 경주마와 그야말로 목숨을 담보로 경기에 나서야 한다. 경마 업계에선 '부적합 판정'이 저렇게 많은 건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마사회의 마체 관리 부실은 실제로 지난 10일 제주경마장 제2경주에서도 일어났다. 당초 경기에 나서야 할 경주마 대신 엉뚱한 말이 경기에 참가해 경기를 마친 것이다. 더욱이 마사회는 이를 파악조차 하지 못하다가 경기 다음날 민원이 제기되고 나서야 사태 파악에 나서 해당 경주마에 배팅한 돈을 환불해 주는 등 강한 비난을 받았다.

마사회의 마체 관리 부실은 이뿐만이 아니다. 일부 조교사가 공공연히 마방에서 출전 대기 장소까지 약 500~600m 거리를 경주마에 기승한 채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돼 경마 규칙을 위반한 게 아니냐는 논란마저 제기됐다. 

경기를 앞둔 경주마는 극도로 예민해져 있어 기승을 하고 이동할 경우 경기력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견혜다. 이럴 경우 공정 경마는 예초부터 기대하기 어렵다.

경마 규칙 위반은 현장에 투입된 일부 조교사와 관리사들이 시간에 쫒겨 1차 마체 확인 과정을 생략하고 장안소에서 2차 마체 확인 과정만 거치는가 하면 경주마에 올라탄 채 출전 대기 장소로 황급히 이동하면서 발생된다.

더욱 큰 문제는 마사회 제주지부의 묵인과 안일한 사고 예방 대책이다. 더욱이 지난 10일 경주마가 뒤바뀌는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마필관리사를 포함한 단 한 번의 관련자 회의 조차 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재발 방지 대책은 묘연한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데에는 제주 경마장 조교사협회가 자신들에게 일괄 고용된 마필관리사들의 임금을 체불해 이에 반발한 마필관리사들이 파업에 들어가면서 촉발됐다. 이마저도 마사회 제주지부는 노사 관계에 끼어들 수 없다며 뒷짐만 진 채 수수방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마필관리사 관계자는 "마사회 제주지부와 제주조교사협회는 도민과 경마팬을 기만한 채 돈벌이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당장 경마장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는 제주 경마장의 실태를 조속히 파악해 하루빨리 관련 대책을 내놔야 한다"면서 "인재로 인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마땅히 조교사협회와 마사회 제주지부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고, 조속히 마필관리사와 관계를 정상화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현창민 기자(=제주)(pressianjej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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