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젓가락질하기도 어려워졌다면..

권대익 2022. 6. 27.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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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스마트폰을 하루에도 수십 번 이상 들여다보는 주위에서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마트폰을 보려면 고개를 숙이게 되는데, 이런 자세를 오래 하면 목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경추(頸椎)에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은 우리에게 익숙한 목디스크를 포함해 여러 질환이 있지만 그 중 가장 위험한 것이 ‘경추척수증’이다. 자칫하면 팔다리가 마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경세포 손상으로 후유증 생겨

척수는 뇌와 연결된 중추신경계로 척추관 내에 있다. 이곳에는 감각, 운동신경이 모두 모여 있다.

척수증은 퇴행성 변화 등으로 인해 척수가 물리적으로 압박을 받아 신경세포가 손상되면서 생기는 질환이다. 흉추(胸椎)와 경추에서 모두 발생할 수 있다.

경추에서 생기는 척수증을 경추척수증이라고 한다. 중추신경이 손상되면 팔과 다리 운동 및 감각신경 마비 등의 후유증이 생긴다. 증상이 서서히 시작돼 점점 악화할 때가 많아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경추척수증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경추 부위 척수에 압력이 가해지면서 신경 손상이 생기고, 이로 인해 여러 운동장애가 발생한다.

손의 세밀한 운동에 장애가 생기는 것이 주증상이다. 물건을 쉽게 놓치고 글씨체가 변한다. 젓가락질도 어려워지며 셔츠 단추를 채우는 것도 불편해진다.

또한 걸음걸이가 휘청거리는 등 보행장애도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신경 손상으로 인한 고유 수용성 감각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심하면 대ㆍ소변 조절이 어려워 질 수 있다. 이런 증상은 아주 서서히 진행되기에 처음에는 이런 증상을 잘 알아채기 힘들다.

경추척수증은 경추부의 퇴행성 변화나 심한 경추 추간판탈출증(목디스크), 후종인대골화증, 황색인대골화증, 경추관협착증 등이 주원인이다.

척추 인대는 뼈 사이 움직임을 유지하면서 어긋나지 않도록 지지하는데 전종인대는 척추 전방에서 지지하는 것이다. 반면 후종인대는 척추체 뒤쪽에서 지지한다.

후종인대 골화증은 후종인대가 뼈처럼 단단하게 굳어지며 두꺼워지는 질환이다. 단단하게 굳고 두꺼워진 후종인대가 후방에 위치한 척수를 압박하면 경추척수증이 발생한다.

황색인대는 척추 후방에서 척수신경을 감싸는 척추 후궁을 잇는 인대다. 상대적으로 강한 탄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황색인대가 석회화되고 두꺼워지면서 주변 중추신경 척수를 압박해 통증을 유발하고 여러 신경 증상을 일으킨다.

척추관은 척수가 지나는 척추 중앙 통로인데, 척추관이 선천적으로 좁은 사람에게는 상대적으로 작은 퇴행성 변화에도 척수에 상당한 압박이 가해지고 경추척수증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원인에 따라 수술법 달라

환자 병력과 신체 진찰에서 경추척수증이 의심되면 목 부위에 척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시행해 경추척수증을 확진한다. 이때 MRI는 척추 질환 진단과 신경 압박 정도, 수술 치료 여부와 방법을 정하는 데 중요하다.

경추척수증 진단을 받으면 반드시 수술로 치료하는 것이 안전하다. 현재로서는 수술 이외 방법으로는 증상 호전이 거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증상이 크게 악화된 상태에서 진단 받으면 수술해도 결과가 기대했던 것만큼 좋지 않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 증상 악화를 예방하기 위해 수술할 수도 있다.

원인에 따라 수술법도 달라진다. 퇴행성 변화라든지 심한 목디스크로 인한 경추척수증은 전방으로 접근해 ‘경추간 유합술’로 척수가 압박 받는 부분을 해소한다.

반면 후종인대골환증으로 인한 경추척수증은 후방으로 접근해 ‘후방 감압술’이나 ‘후궁성형술’을 시행한다.

수술 후 수개월에서 1년에 걸쳐 환자의 손 움직임, 보행 능력이 회복된다. 그러나 환자 증상이 오래됐거나, 척수가 심하게 눌려서 신경에 기질적 변화가 생겼거나, 70세 이상 고령일 때는 수술 후 신경 기능의 회복 정도가 적다.


◇올바른 자세로 목 부담 줄여야

경추척수증은 조기 치료해 손ㆍ발 기능이 최대한 유지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척추 퇴행은 나이 들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에 경추척수증 예방이 쉽지 않지만 평소 바른 자세를 유지해 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또 걷기와 같은 규칙적인 운동과 지속적인 목 운동도 권장된다.

박지원 고려대 안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경추척수증 증상 초기에는 목과 어깨, 손, 팔 등에서 통증ㆍ저림 등이 동반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단순 목디스크와 혼동해 방치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척수증은 젊은이에게도 발생할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악화되기에 빠르고 정확한 진단ㆍ치료가 중요하다”며 “경추척수증 의심 증상인 정교한 손 사용이 안 되거나, 걸을 때 비틀거린다면 빨리 정형외과를 찾아 MRI 촬영하기를 권한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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