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KBS 수신료 공론화위'에서 배울 점은

금준경 기자 2022. 6. 2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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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유연화 정책'에 "미디어 노동시장에도 파장 클 것"
언론운동 "입법 투쟁 경로의존성 반성" 목소리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 미디어 정책 가운데 노동 부문의 정책을 계승하고 'KBS 수신료 공론화위원회'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시민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시민사회의 언론 미디어 운동 방향에도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정부 미디어 정책 과제에 빠진 '핵심 의제'는?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자유언론실천재단은 27일 '윤석열 정부 미디어분야 국정과제 평가 및 정책 개혁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은 발제를 통해 규제완화 중심으로 제시된 윤석열 정부의 미디어 정책을 지적하며 △시청각 미디어 서비스 규제 진흥 체계 전환 △미디어 산업의 종속성 타파 △미디어 노동시장 개혁 △공영방송 등 공적 소유 미디어의 독립성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 사진=유튜브 캡처

윤석열 정부는 정책 과제를 통해 '미디어 노동' 부문의 정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사업자간 공정거래' 등 거래 이슈로 현안을 다뤘다. 김동원 실장은 “노동 시간 문제가 대두됐는데 미디어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이라며 “미디어 노동 시장의 노력들이 이어져 왔는데, 노동보다는 '공정 거래' '이익'을 위한 이슈로 좁혀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방송 제작 현장의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 그간 개선을 추진해온 과제들이 역행할 수 있다는 우려다.

김동원 실장은 “문재인 정부가 미디어 부문에서 지난 5년 동안 그나마 해온 것이 방통위의 비정규직 실태조사, 고용노동부의 방송사 비정규직 특별근로감독”라며 “이 부분에 대한 정부부처 업무 연속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김동원 실장은 미디어 분야 비정규직 공급업체(파견용역 등)의 실태 파악, 비정규직 노동자의 자주적 조직화를 위한 법적 지원 등도 제시했다.

'미디어 산업 종속성 타파' 부문에서 김동원 실장은 미디어 자본의 성격 규제(산업금융자본 계열사에서 독립된 미디어 자본의 법적 지위 확보), 건설·토건·제조업 자본의 언론사 인수 조건 강화를 제시했다. 언론노조는 지난 대선 국면에서 산업자본이 언론을 직접 지배하지 않도록 미디어 분야 계열 분리를 하는 '미디어와 산업 분리'(미산분리)를 제안한 바 있다.

'지역언론 지원' 정책에 관해 그는 △광역 지자체 의회의 지역언론 지원 조례 제정 △지역 공동체미디어와 지역언론의 협업 지원 △정확한 지역언론 실태조사 협력체계 마련을 세부 과제로 제시했다.

현행 방송법을 OTT 등을 아우르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 법으로 개정하는 것을 포함해 새로운 미디어 법제가 필요하다는 지적 역시 이어졌다. 이와 관련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과거에는 주로 시민의 말할 수 있는 권리에 중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시민 권리 측면에서도 리터러시, 윤리 등의 중요성이 커진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복합적인 문제를 기존 법 체계에서 다루기엔 한계가 명확하다”고 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자유언론실천재단은 27일 '윤석열 정부 미디어분야 국정과제 평가 및 정책 개혁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동찬 정책위원장은 ”글로벌 기반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광고시장을 독점하고, 유통경로를 잠식하면서 저널리즘에 끼치는 부작용, 특히 지역 매체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 마찬가지로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저널리즘의 공적 지원에 대한 정책을 발견할 수 없다. 뉴스에 관한 정책은 없고 가짜뉴스에 대한 정책만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참여, '수신료 공론화위' 성과에 주목해야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채영길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KBS수신료 공론화위원회'의 의미를 중점적으로 설명했다. KBS는 지난해 시민의 직접 참여로 숙의를 통해 KBS 수신료 인상안에 의견을 내는 공론화위를 운영한 바 있다.

채영길 대표는 “흥미로운 점은 시민들이 공론화위를 거치면서 수신료 인상에 찬성하는 비율이 늘었다는 사실”이라며 “시민들은 수신료를 내는 걸 싫어하고, 올리길 거부한다고 알려졌고 처음 모였을 때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전문가 강의보다도 동료시민들과 토론을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의견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당시 조사 내용을 보면 '의견 결정에 도움을 받는 정도'에 '같은 분임조간의 분임토의'라는 응답이 93.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 209명 국민참여단의 KBS 수신료 및 공적책무에 관한 숙의토론이 진행됐다. 사진=KBS

채영길 대표는 “시민은 시민과의 연합으로서 시민성을 가지며 홀로선 개인이 아닌 다른 시민과 함께 하는 존재임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설명했다.

채영길 대표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공간을 확보할 것인가, 미디어의 직접 민주주의를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가가 우선 논의돼야 한다”며 “민언련이 주장하는 미디어 기본권리의 가장 핵심적 내용”이라고 했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강혜란 여성민우회 대표는 이용자를 대표하고 다양성을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미디어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혜란 대표는 “기존의 방통위를 이용자위원회로 개편해 이용자와 시민의 관점에서 규제정책을 펼치지고 주장해온 바 있다”며 “방통위를 대체하는 또 다른 위원회가 합의제 기구라는 데 큰 이견이 없다면 미디어 민주주의와 공공성, 공영방송 관련 의제, 이용자 보호, 소수자 보호, 다양성 등과 관련한 논의를 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민사회 '협력' 강조하면서도 “입법 운동 한계”

시민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이진순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축사를 통해 “(언론 단체들이) 개별 사안에 있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언론이 정치권력의 전리품 취급을 받아선 안 된다는 점, 시장과 이윤추구의 산업 논리가 언론 공공성을 저해해선 안된다는 점에선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견제를 넘어 미디어 운동 방향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미디어 운동 내부에서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주장들과 과감히 결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며 “그런 토론, 논의의 첫 출발이 오늘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동원 실장은 “언론노조를 포함해 언론단체들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권력을 통한 미디어 공공성 구현 방식이 맞는가. 기자회견을 하고, 법안을 발의하고 공청회를 거쳐 법 개정을 요구하는 입법 투쟁의 경로의존성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20대에게 '공정언론' 얘기하는 건 '남북통일' 이슈와 비슷하다. 많이 달라졌다. 미디어 운동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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