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사적 채용' 논란, 정권 따라 뒤집힌 언론의 이중잣대
[민언련 신문 모니터 보고서]
[미디어오늘 민주언론시민연합]
6월13일 김건희 여사의 봉하마을 방문에 김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 직원 2명이 함께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6월15일 김 여사를 수행한 이들은 코바나컨텐츠 전직 직원으로, 현재는 대통령실 직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사적 채용 논란이 일었습니다. 제대로 된 검증 없이 김 여사와 인연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해 채용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언론도 김 여사의 사적 채용 논란에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된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 10개 종합일간지와 매일경제, 서울경제, 한국경제 등 3개 경제일간지의 '김건희 여사 사적 채용 논란' 보도를 전수 분석했는데요. 상당수 언론은 코바나컨텐츠 직원이 실제 대통령실 직원으로 채용됐는지에 대해서도 오락가락했으며, 일부는 과거와 달라진 입장을 보였습니다.
윤석열 정부 '사적 채용' 입장 뒤집기, 인수위 “막장인사”→취임 후 “비선운운 악의적”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의 봉하마을 방문을 수행한 코바나컨텐츠 직원 2명에 대해 “전직 직원으로서 현재 코바나하고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채용경로를 묻는 질문에는 “지금 대통령뿐 아니라 다른 대통령의 경우에도 가까이 두고 일하는 분들은 원래 오래 일하던, 잘 아는, 편한 분들을 대통령실에서 같이 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차원에서 같이 일하게 된 것으로 안다”고 답했습니다. '과거 어떤 대통령 부인이 사적 채용을 했는가'라는 추가 질문에 “사적 채용은 조금 어폐가 있는 것 같다”며 사적 채용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는데요.
야당까지 사적 채용을 비판하고 나서자, 6월 17일 대통령실은 추가 입장을 냈습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공개 채용이라도 했단 말이냐”며 “사적 채용이란 용어 자체가 성립하지 않고, 대통령 비서실이라는 공적 조직에서 일하는 이들을 두고 '비선(秘線)' 운운하는 것은 더욱 악의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도 김정숙 여사 옷값 논란과 더불어 사적 채용 논란이 일었습니다. 3월31일 TV조선 단독보도를 통해 청와대가 김정숙 여사와 오랜 인연의 의상 디자이너 딸을 행정요원급 계약직으로 채용해 의전, 행사, 관저정리 업무를 담당하게 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인데요. 당시 신혜현 청와대 부대변인은 “관저 근무다. 전혀 모르는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겠나”, “해당 업무에 전문성을 갖추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추천받아 절차를 거쳐 계약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윤석열 당선자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관계자는 “김정숙 여사의 단골 디자이너 딸이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한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막장인사의 전형 아닌가”, “이런 것이 적폐가 아니고 국정농단이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질타했습니다. 즉, 윤석열 인수위는 김정숙 여사 사적 채용 논란에 “막장 인사의 전형”, “국정농단”, “적폐”라며 비판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 사적 채용 논란이 일자 “편한 분과 일하는 경우 많다”며 과거와 달라진 입장을 보인 것입니다.
세계일보 21건 최다, 대통령실 입장 그대로 전달
김건희 여사의 봉하마을 방문 다음 날인 6월 14일부터 21일까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한 10개 종합일간지와 3개 경제일간지의 김건희 여사 사적 채용 논란 보도를 전수 분석한 결과, 세계일보가 21건으로 가장 많았고 중앙일보 16건, 한겨레 11건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밖의 신문은 보도건수 10건 미만이었습니다.
'김건희 여사 사적 채용 논란' 단일 사안으로는 적지 않은 보도량이지만, 보도 수준은 보도건수에 비례하지 않았는데요. 사적 채용 논란 자체나 대통령실 입장 표명, 야당의 입장 표명을 단순 전달하는 데 그쳤습니다.
김 여사 사적 채용 논란에 대해 가장 많은 보도를 낸 세계일보는 대통령실 입장을 그대로 전하느라 이해하기 힘든 보도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실 코바나 직원 '관저팀' 이동>(6월21일 이창훈 기자)이 그러했는데요. “대통령실은 공약 파기 논란이 일 수 있는 제2부속실 설치보다는…김 여사와 손발을 맞췄던 코바나콘텐츠 출신 직원들을 채용하면서 제2부속실 기능을 내부적으로 강화했다”고 전했습니다. 공약 파기 논란이 일 수 있어 제2부속실을 설치하지 않았는데 '제2부속실 기능을 내부적으로 강화했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보도로 독자에게 혼란만 줬습니다.
코바나컨텐츠 직원 대통령실 채용 여부 오락가락, 원인은 받아쓰기
김건희 여사 봉하마을 방문을 수행한 코바나컨텐츠 직원 2명의 대통령실 채용 여부도 신문마다 오락가락했습니다. 심지어 같은 신문에서도 채용 여부 설명이 기사마다 달랐는데요.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겨레 등 6개 종합일간지는 채용이 완료됐다고 보도한 반면, 문화일보는 채용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등 3개 종합일간지와 매일경제, 서울경제, 한국경제 등 3개 경제일간지 설명은 기사마다 달랐습니다.
중앙일보는 6월14일 기사에서 “(코바나컨텐츠 직원 2명은) 김 여사와 코바나컨텐츠에서 함께 일했으며, 현재는 대통령실 직원”으로 채용이 완료됐다고 설명했지만, 6월15일 기사에서는 “현재 대통령실 채용 검증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6월16일 기사에서는 “코바나 직원 두 명(대통령실 채용 예정)”이라며 채용 예정으로 설명했는데요. 같은 신문에서도 기사마다 채용 여부 설명이 '채용 완료', '채용 진행 중', '채용 예정'으로 각각 달랐던 것입니다. 심지어 한국일보, 매일경제, 서울경제, 한국경제의 경우 “김 여사가 봉하마을 방문 행사 당시 '코바나(컨텐츠) 직원 두 명이 동행”했다는 표현만 있을 뿐, 이들이 대통령실에 채용됐는지 또는 채용이 진행 중인지조차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신문마다 또는 같은 신문의 기사마다 채용 여부 설명이 다른 이유는 '언론의 받아쓰기'에 있습니다. 김 여사 봉하마을 방문을 수행한 코바나컨텐츠 직원 2명에 대한 기사 대부분은 대통령실 관계자 발언, 윤석열 대통령 발언, 야당 발언 등을 그대로 전했는데요. 관계자 발언을 확인 없이 받아쓰다 보니 신문마다 설명이 다르고, 같은 신문에서도 그때그때 관계자 발언을 인용할 뿐 확인 취재를 하지 않다 보니 기사마다 채용 여부 설명이 달라진 것입니다. 결국 기사를 읽고 정확한 채용 여부를 몰라 혼란에 빠지는 건 독자의 몫입니다.
김정숙 여사, 김건희 여사 다른 잣대
국민일보와 문화일보는 김건희 여사의 사적 채용 논란에 비판적 입장을 취하며, 문제를 제기한 야당도 비판했습니다.
국민일보는 <사설-김건희 여사 행보 논란… 공적 관리 시스템 마련하라>(6월16일)에서 “(코바나컨텐츠 직원 2명은) 김 여사와의 친분으로 대통령실에 입성했다는 것”으로 “박근혜 정부 때 국민의 공분을 자아낸 필라테스 강사 출신 청와대 행정관 채용, 문재인 정부 때 김정숙 여사 단골 디자이너 딸의 청와대 근무와 뭐가 다른가”라며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반대 진영이 김 여사에 대해 사사건건 시비를 걸며 논란을 부추기는 측면이 없지 않다”며 문제를 제기한 야당도 비판했습니다.
문화일보도 <사설-이번엔 공적 행사에 사인 동반, 더 커지는 김건희 리스크>(6월15일)</>에서 “(김 여사의 공적 활동을 지원할 담당자의 경우) 채용도 활동도 투명”해야 하는데 “친분을 앞세운 채용이라면, 과거 청와대에서 개인 헬스트레이너나 부인 의상 디자이너 딸을 근무시킨 것이나,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변호사 사무실' 직원을 특채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며 사적 채용 논란을 비판했는데요. “정치적 반대 진영에서는 자질구레한 문제까지 찾아내 집요하게 공격한다”며 야당도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과거 사례에 비춰본다면, 김건희 여사 사적 채용에 대한 문제 제기를 사사건건 시비를 걸거나 자질구레한 문제까지 찾아내 집요하게 공격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데요. 문화일보는 과거 김정숙 여사의 사적 채용 논란 당시 <사설-문 사저 매매도 디자이너 딸 특채도 투명하게 해명해야>(4월1일), <시론-이렇게 구석구석 썩은 권력은 없었다>(4월4일 이용식 주필)에서 강도 높게 비판했고, <오후여담-청의 '프랑스 국적' 한국인>(4월7일 이현종 논설위원)에서는 “(청와대 근무는) 각종 정보는 물론 대통령 부부의 사사로운 일상까지 다 알 수 있는 위치”로 '김(정숙) 여사의 지인으로 채용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청와대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유사한 사안임에도 김정숙 여사 건과 김건희 여사 건에 각기 다른 입장을 보인 것입니다.
조선일보 “투명한 절차 거쳐 채용해야”→“대통령실 직원 채용으로 논란 해소”
김정숙 여사 건과 김건희 여사 건에 각기 다른 입장을 보인 것은 조선일보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정숙 여사 사적 채용 논란 당시 조선일보는 <사설-대통령 부인 단골 디자이너 딸의 청와대 근무, 정상인가>(4월2일)에서 “투명한 절차를 거쳐 뽑는 게 상식적이고 공정한 일”이고, 특히 청와대 근무 공무원은 “모든 공무원이 선망”, “공직 생활과 사회 생활에 큰 경력”이므로 “청와대 근무자는 엄격한 기준에 따라 선발돼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김건희 여사 사적 채용이 일자 입장이 달라졌습니다. <김건희 여사 활동 늘자…“부속실 둬야 하나” 딜레마>(6월16일 김은중 기자)에서 대통령실 관계자 발언을 상세히 전하며 “과거에도 대통령이나 영부인을 취임 전부터 보좌했던 사람들이 부속실이나 관저 직원, 대통령 전용차 운전기사로 채용된 경우가 많았다”며 “정식 채용 절차 없이 김 여사의 공적 행사를 수행하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대통령실 직원으로 채용할 경우 이런 논란이 해소될 수 있다”고 전한 것입니다. 코바나컨텐츠 직원 2명이 어떤 채용 절차를 거쳤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나 문제제기는 없었습니다.
또 다른 권력 '언론', 정권 따라 입장 바뀌면 누가 믿겠는가
문재인 정부의 김정숙 여사 때나 윤석열 정부의 김건희 여사 때나 '사적 채용' 문제가 제기됐다는 사실은 같습니다. 달라진 것은 일부 언론의 입장입니다. 김정숙 여사 건에는 비판의 날을 세웠지만, 김건희 여사 건에는 정치적 반대 진영의 문제 제기가 과도하다거나 대통령 취임 전부터 일하던 사람을 대통령실 직원으로 채용하면 논란이 해소된다고 주장한 건데요.
대통령 부인을 보좌하는 직원을 두고 사적 채용 논란이 일어난 사례는 적지 않습니다. 그때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각자 여당이냐 야당이냐에 따라 입장을 바꿔 서로를 비판해왔고, 언론은 정권 따라 달라지는 각 당 입장을 비판해왔습니다.
정권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정치권은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그런데 정권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언론은 더욱 비판받아야 합니다. 언론은 국민을 대신해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또 다른 권력이기 때문입니다. 언론이 정권에 따라 특정 사안에 대한 입장을 달리한다면 과연 국민이 믿고 신뢰할 수 있을까요.
- 모니터 대상 : 2022년 6월14~21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된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서울경제, 한국경제 기사 중 김건희 여사 사적 채용 논란 보도 전체
※ 미디어오늘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민언련 모니터 보고서'를 제휴해 게재하고 있습니다. 해당 글은 미디어오늘 보도 내용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디어오늘을 지지·격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Copyrights ⓒ 미디어오늘.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홍보성 의료프로그램 6곳 ‘과징금’ 중징계 - 미디어오늘
- 커피프린스 드라마 PD가 범죄소굴 시스템이라고 분노한 이유 - 미디어오늘
- [영상] 장제원, 윤리위 배후설에 “갈등 유발 마세요” 답하자 다음 질문이… - 미디어오늘
- KBS, ‘전략적 봉쇄소송’ 내몰리는 기자 지원규정 마련 - 미디어오늘
- 김종인, 국힘 의원 모임에서 “오로지 대통령만 바라보는 정당” 비판 - 미디어오늘
- [영상] 장제원-권성동 ‘윤핵관’들의 대통령 순방 배웅 태도 차이 눈길 - 미디어오늘
- KBS·MBC 소수노조 한상혁 방통위원장 형사 고발장 봤더니 - 미디어오늘
- “팩트체크 시스템 전혀 작동안돼” 연합뉴스TV 법정제재 - 미디어오늘
- ‘윤핵관’ 장제원 “정치세력화 얘긴 과장된 과한 해석” - 미디어오늘
- 여당 리스크로 떠오른 이준석 대표 -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