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 카드론 대환대출 확대.. 떨고있는 기존 업계

김준영 2022. 6. 2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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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7월부터 본격 서비스
카드사 3곳 이상 카드론으로 확장
중저신용자들 공격적 포용 포석
"취약층 도움" 당국 기조와도 맞아
카드사, 당장 고객 이탈 '발등의 불'
"대놓고 밥그릇을 빼앗는 것" 반발
보험업계 등도 "영역 넘보나" 촉각
토스뱅크 본사 모습. 연합뉴스
토스뱅크가 다음달 초 카드론 대환대출을 본격 확대한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신용평가모델(CSS) 등 핀테크 기술이 중저신용자들을 공격적으로 끌어안을 수 있을 정도로 고도화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금융권 전반으로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본격적인 금리 인하 경쟁이 예고되는 만큼 고객 입장에서는 금리 인하·대출한도 확대 등의 편익이 커질 전망이다. 반면, 그만큼 고객 및 대출 수요를 뺏기는 기존 금융권의 위기의식은 커지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이달 초 시범 출시한 ‘카드론 대환대출’ 서비스를 이르면 다음달 초 확대할 예정이다. 카드사 한 곳을 대상으로 시범 출시한 해당 서비스를 세 곳 이상의 복수 카드사로 늘릴 것으로 전해진다.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금리 인상)이 본격화함에 따라 금융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이자 상환 부담이 급격히 커진 상황에서 이들의 부담을 줄이려는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와도 맞아떨어지는 서비스라는 평가가 나온다.

카드론을 이용하는 고객은 중신용 이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10%대 후반의 금리 적용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토스뱅크의 대환대출을 하게 되면 10% 내외의 중금리로 갈아탈 수 있다. 원리금 상환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총대출 한도가 증가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차주(대출자)의 신용도가 낮을수록 상환하지 못할 위험은 커지게 된다. IT(정보기술)나 핀테크를 장착한 금융사들의 경우 이러한 중저신용자 중에서 상환 여력이 큰 고객 등을 중심으로 중금리 대출을 확대하기 위해 CSS 등 각종 기술을 고도화해왔다. 토스뱅크 역시 자체 CSS인 TSS(토스평가모델)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핀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제각각 CSS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지만, 아직까진 대안 데이터 부족 등의 이유로 차별성이나 고성능을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실제 서비스가 시작됨에 따라 이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CSS 등 핀테크 기술이 카드론 상품만을 목표로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신용대출은 물론, 다양한 금융사들의 상품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될 것”이라며 “토스뱅크 외에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도 장기적으로 같은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카드론 고객을 뺏기게 된 카드업계는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핀테크 기업들이 사업 초기에 “카드(여신전문금융)업에는 진출하지 않겠다”며 카드사들의 페이 서비스를 끌어들였던 만큼, ‘상도의’나 ‘배신감’까지 운운하고 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객 모집이나 서비스 방식이 다른데, 편하게 고객 정보 가져가면서 대놓고 밥그릇 뺏어가겠다는 이야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당국이 보안 강화 등의 이유로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방식의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표준화한 상황에서 스크래핑(크롤링) 방식으로 카드론 고객의 정보를 가져가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보험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미 카카오와 토스 등이 보험업에 발을 내디딘 상황에서 추가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이나 보험계약대출(계약인출) 등 위주인 손해보험업계보다 상대적으로 신용대출의 비중이 큰 생명보험업계의 위기감이 더 커 보인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핀테크 업체들이 당장은 미니보험(소액단기보험) 위주로 한다고 하지만 향후 장기보험으로 영역 확대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대출 고객까지 넘보는 건 당황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중금리대출 시장의 확대에 전념하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출 금리 인하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중금리 대출 시장이 탄력을 받게 되면 업계의 숙원인 ‘기관투자 유치’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금융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결국은 밥그릇 싸움이지만, 고객 편의 확대라는 명분 앞에 대놓고 반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출모집인이나 창구를 통해 영업하는 기존 금융권의 근본적인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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