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뒷전.. '색깔공방'만 남은 서해피격

국민의힘 서해 피격 진상조사 TF 유족 초청 간담회<연합뉴스>

2020년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왼쪽)와 유족의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가 27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대위원장을 만나기 전 국회 민주당 대표실 앞에서 취재진에게 '대통령기록물 공개' 요청안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실체적 진실과 상관없이 '색깔' 공방만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양 측은 문재인 정부가 서해상에서 피살된 고(故)이대준 씨를 '월북'으로 몰아갔는 지 여부만 두고 다투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사건의 핵심을 '월북 공작'으로 규정하고 문재인 정부의 책임을 파헤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여당의 '신(新)색깔론'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양 측은 이 문제에 진상 조사를 위한 기구 구성을 계획하고 있으나 실효성이 있을 진 미지수다.

국민의힘은 27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특별위원회를 설치하자고 민주당에 공개 제안했다.

민주당이 당내 서해 공무원 사건 태스크포스(TF)를 띄우자 진실 규명 의지가 없는 '정쟁화 시도'라고 보고 국정조사까지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야 합의로 국회 국정조사 특위를 구성한다면 국회 3분의 2 동의가 필요한 대통령 지정기록물 공개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TF는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당시 청와대 회의 자료"라며 "국정조사 특위 차원에서는 특수정보(SI) 비공개 열람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서해 공무원 피격 태스크포스(TF)' 단장인 하태경 의원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수부 공무원에 대한 월북몰이 의혹과 관련해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핵심 배후'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이대준 씨의 유족 측과 만났다. 1시간에 걸쳐 진행된 면담에서는 우 위원장과 유족 측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족 측 변호사인 김기윤 변호사는 면담 뒤 브리핑에서 "처음에 회의 공개를 부탁했고, 그에 대해 우 위원장이 '언론플레이 하지 말라'고 말했다"며 "제가 황당해서 '유족이 이렇게 브리핑하는 게 언론플레이냐'고 따졌다. 이런 태도가 유족과 협의하려는 마음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김 변호사는 "언론플레이 관련 발언에 대해 제가 바로 따지니 우 위원장이 사과했다"며 "조카의 편지에도 답장을 전달해 달라고 했고, 그 부분도 행정착오 때문에 빨리 못 받아서 죄송하다고 하시더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우 위원장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왜 언론을 부르지 않느냐고 소리지르길래 '왜 소리지르시느냐. 언론플레이 하시려고 하느냐'고 한 마디 했다"며 "언론플레이라는 말을 쓴다고 화를 내시길래 묵묵히 들었다. 유족이 원하는 것을 청취하는 게 목적이라 주로 들었다"고 설명했다.우 위원장은 유족 측이 기록 공개의 시한을 정하며 문 전 대통령 고발을 압박한 것을 두고는 "시한까지 정해서 올 줄은 몰랐는데 대통령 고발부터 말씀하셔서 당황했다"며 "유족이야 그런 요청을 할 수 있지만 당은 당대로 스케줄이 있으니 오늘 구성된 당내 TF에서 유족이 전달한 내용을 검토하고 상의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가안보에 큰 장애가 되지 않는 이상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드리기 위해서 이런저런 자료가 공개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원론적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김세희·권준영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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