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금융권 횡령사고] 주가·코인 폭락하자 발각 속출.. "드러나지 않은 사건 수두룩"

유선희 2022. 6. 27.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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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선 쉬쉬.. 감사·통제는 부실
일확천금 눈멀어 완전범죄 꿈꿔
감독시스템 재정비·처벌 강화해야

전문가 분석

금융사는 평균임금 수준이 높아 취업 준비생들에겐 선망의 대상으로 꼽힌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35~39세 금융 사무직군의 평균 연봉은 6368만원에 달한다. 이 나이대 단순노무 종사자 평균 연봉이 2995만원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2.1배 수준이다. 특히 이 가운데 4대 시중은행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1억원을 넘어선다.

결코 적지 않은 임금을 받는 데도 금융권, 특히 은행 직원들은 왜 횡령 범죄까지 저지르면서 이 돈을 주식이나 암호화폐 등에 투자하는 걸까? 전문가들은 '윤리의식의 상실'과 '한탕주의식 일확천금 추구'를 주 원인으로 꼽고 있다. 그러면서 최근 금융권의 잇따른 횡령 사고는 개인적 일탈만이 아니며, 요즘 우리 사회의 맥락(분위기)과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공정식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금융권 횡령이 단순히 돈(자산)이 많은 사람을 동경해 벌어진 일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공 교수는 "최근 횡령 범죄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며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진 물질 만능주의, 주식이나 코인으로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생각과 관련이 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통의 경우 '상대적 박탈감'은 최상위층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생기는 감정"이라며 "급여가 적지 않은 금융권 사람들이 횡령을 저지르는 것은 상대적 박탈감이 아니라 일확천금을 얻겠다는 한탕주의적 사고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권 직원들 중에서도 직업윤리가 약한사람들을 중심으로 횡령 문제가 나타났고, 시스템적으로 통제하는 체계에도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공 교수는 "이들은 횡령을 저지르면서 완전 범죄를 꿈꾼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걸(회삿돈을) 빌려 일단 투자하고 벌면 다시 원상대로 넣을 거다'라는 생각을 갖고 시작한다. 나름대로 완전 범죄를 노린 것"이라며 "돈을 잃고 갚지 못하면 '이왕 한 거 왕창 해놓고 몇 년 살고 나오겠다'거나, '도망가면 된다'는 생각들로 범행을 저지른다"고 전했다.

임명호 단국대 교수(심리학)는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직장인으로서의 윤리와 책임감이 저하된 현상이 금융권에도 발생하고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사회적 영향으로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19 재난이 이어진데다 직장, 주거 측면에서 개인적으로 성취를 얻기 어려운 환경에서 도덕에 위배되고, 위험하지만 일확천금을 얻을 기회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물질주의적인 풍조도 예전보다 더 강해졌다"며 "특히 금융사 직원들은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쓰면 안 되는 것인데, 직장과 직업에 대한 책임감이 느슨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금융사 내부에서 횡령이 벌어져도 '쉬쉬'하는 분위기 때문에 사고가 반복되며 규모 역시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 직원에 의한 횡령이 벌어져도 회사 신뢰도 추락을 우려한 금융사들이 신고하지 않는 일이 적지 않다"며 "직원에게 횡령 금액을 변제시키거나 사직하게 하는 방식으로 무마하는 일이 잦았다"고 설명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경제학부)는 "금융사 내부 기강이 무너졌다"고 꼬집었다. 신 교수는 "최근 금융사 횡령 사건은 금융사에 100% 책임이 있다"며 "그간 직원 윤리교육이나 금융감독원 검사가 실효성이 전혀 없었고, 요식행위에 그쳤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낙하산으로 내려온 정치권 인사들이 금융사 감사와 같은 주요 임원에 선임된다"며 "감독해봤자 문제가 터지면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하니 숨긴다"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돈'을 다룬다면 사익보다는 공익을 우선해야 하는데, 사회 지도층부터 솔선수범하지 않으니 개인의 윤리체계가 무너졌다"며 "송곳같이 삐져나오는 것만 사건으로 터졌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횡령 사건도 무수히 많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금융사 내부에서 횡령 은폐가 반복되면서 죄의식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한 전문가도 있다. 공 교수는 "금융사 내부 횡령이 만연하면 죄의식이 둔감해지기 때문에 그런 행위를 저지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적어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융권 횡령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직업윤리 의식 제고, 처벌 강화 등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 교수는 "금융사 횡령 사건은 사회적 가치를 저해하는 방식으로 공익적 피해를 키우는 만큼 법적 처벌을 강화하고 더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 교수는"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 강화가 효과적"이라며 "횡령하면 반드시 걸린다는 인식을 확고히 하도록 하고, 신속한 처벌이 이뤄지는 등 확실성, 신속성, 엄중성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선희기자 view@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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