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6%대 예고됐는데 전기요금마저 인상..인플레 부채질할 수도(종합)

박원희 2022. 6. 27.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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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서비스 등 전방위 파급 효과..지난달 전기·가스·수도 물가 9.6%↑
기업 61% "물가 상승에 가격 인상으로 대응"..전기료 인상 파급 우려
정부의 물가안정 목표 '흔들'..추경호 "6∼8월 물가 상승 6%대 가능성"
서울 시내 한 다세대주택 전기계량기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종=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내달부터 전기요금이 인상되면서 물가 상승세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물가 상승률이 5%대에 이르는 상황에서 전기요금의 인상은 기업의 생산과 가계 생활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쳐 오름폭을 키울 수 있다.

한국전력은 27일 7∼9월분 전기요금에 적용될 연동제 단가를 kW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연료비 조정단가 분기 조정 폭을 직전 분기 대비 kWh당 최대 ±3원으로 제한하던 것에서 최대 ±5원까지 조정할 수 있도록 변경된 데 따른 결과다.

이번 인상으로 4인 가구(월평균 사용량 307kWh)의 월 전기요금 부담이 약 1천535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내달 도시가스 요금도 인상돼 서울시 기준으로 연중 가구당 평균 가스요금은 월 2천220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현재 물가의 오름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4% 올라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같은 기간 9.6% 올랐는데 이는 집계가 시작된 2010년 1월 이후 최고 상승률이었다. 전기요금이 4월에 오르고 가스요금도 4월과 5월 연달아 오른 결과다.

지난달 전기료와 도시가스가 각각 11.0% 올랐고 상수도료는 3.5%, 지역 난방비는 2.4%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 5.4% 가운데 전기·가스·수도의 기여도가 0.32%포인트였다.

[그래픽] 소비자물가 추이(종합) (서울=연합뉴스) 원형민 기자 =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선을 뚫고 근 14년 만의 최고치인 5.4%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계속되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억눌려 있던 소비 수요가 회복하면서 석유류와 가공식품, 외식 가격이 전방위적으로 올랐다. circlemin@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특히 전기요금은 산업활동에서 기본비용이고 소비자 생활에 밀접히 연관된 만큼 상품과 서비스 등의 물가에 전방위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전기는 거의 모든 사업의 비용 요소로 전기요금 인상은 비용을 높여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전기요금이 모든 가정에서 지출하는 생활비인 만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기대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의 생산자물가는 1년 전보다 16.7% 올라 5개월 연속 10%대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전력이 10.4%, 도시가스가 35.5%, 수도가 4.7% 각각 올랐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의 '최근 물가 상승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라 전체 기업의 69%는 제품·서비스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570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설문에 응한 모든 업체는 원재료 가격이 상승했다고 답했고 응답 업체의 86%는 올해 하반기에도 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반기 물가 상승에 대해서는 가격 인상으로 대응하겠다는 기업이 61%로 가장 많았다.

이는 전기료 등의 비용이 오를 경우 소비자물가로 전이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5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3%로 2012년 10월(3.3%) 이후 9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기대인플레이션의 오름세는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전기요금 협의 권한을 가진 기획재정부는 애초 인상 반대 기류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생산 원가 부담으로 한국전력이 올해 1분기에만 7조7천869억원의 최대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인상을 거부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시내 주택가의 전기계량기와 가스계량기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 인상으로 물가 안정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삼겠다는 정부의 목표는 흔들리게 됐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정부가 사실상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공공요금마저 오르면, 정부의 물가 안정 의지에 대한 의구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민간에 물가 인상을 자제하라고 요구할 명분도 약해질 수 있다.

정부는 도로 통행료, 철도 요금, 우편요금, 광역상수도요금, 자동차 검사 수수료 등 나머지 공공요금은 동결하겠다는 방침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전기요금 등도 오르면서 당분간 높은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물가가 당분간 6%대의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전날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서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그리고 국제 곡물가가 급등해 그 영향을 저희가 필연적으로 받고 있다"며 "6월 또는 7∼8월에 6%대의 물가 상승률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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