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이대론 '포스트 누리호' 어렵다

2022. 6. 2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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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누리호 발사 성공을 계기로 과연 우리나라가 '우주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되짚어 봐야 합니다."

지난 21일 누리호 2차 발사 후 취재 과정에서 우주 전문가가 강한 어조로 언급했던 말이다. 장장 12년에 걸쳐 독자 우주발사체 개발을 위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과 300개 기업·대학이 혼연일체가 돼 1차 실패와 두 차례 발사 중단 등의 역경을 극복한 끝에 누리호는 무사히 우주를 향해 날아 오를 수 있었다. 누리호는 성능검증위성을 고도 700㎞ 목표 궤도에 진입시킨 후 지상국과 양방향 교신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로써 누리호는 '완벽한 발사 성공'의 금자탑을 세울 수 있었다.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일곱번째 자력 우주발사체 보유국에 등극했고, 7대 우주강국에 진입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최초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하며 우주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지 정확히 30년 만에 일궈낸 쾌거였다. 이를 계기로 우주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국민들의 기대감이 한껏 고조되고 있다.

지금부터는 '우주 강국'을 넘어 '우주 선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하지만, 우리의 우주 현주소를 알고 나면 우리나라가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는 우주 선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우선, 국가 우주개발 비전과 철학이 부재하다. 이렇다 보니 막대한 국가 예산을 들여 왜 우주개발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국가 차원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다. 정부 부처별로 우주개발 필요성에 대한 입장이 제각각 달라 부처 간 협조는 쉽지 않다. 우주 업무와 기능도 개별 부처로 나눠져 있어 일관성 있는 추진도 언감생심이다.

이 때문에 우주 현안·이슈 대응을 위한 범부처 통합 조정과 협력이 여의치 않다. 국가 우주 정책과 연구개발을 총괄할 우주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국가시스템을 안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항공우주청' 신설 공약을 내놓은 것도 이런 국가 우주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대통령 공약사항인 항공우주청마저 신설 계획만 있을 뿐, 구체적인 역할과 기능, 설립 방식, 입지 등 어느 것 하나 정해지지 않고 있다.

장기전략을 반영하지 못하는 우주개발 사업의 낡고 퇴행적 구조도 문제다. 사업별로 쪼개져 있는 예산을 지원하는 현재와 같은 분절적인 국가 연구개발(R&D) 시스템에서 긴 호흡을 갖는 도전적·혁신적 연구 추진은 사실상 어렵다.

예컨대, 누리호 발사를 이끌어 낸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이 내년 초 종료되는 데, 후속 사업인 '차세대 발사체 개발사업'은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고 있다. 현재 예비타당성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실제 사업 추진까지 공백이 불가피하다.

한국형 달 탐사 프로젝트도 예외는 아니다. 오는 8월 한국형 달 궤도선 발사를 앞두고 있지만, 후속 사업인 달 착륙선 사업은 이제야 예타에 착수해 결과가 나오고 실행이 되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한국 최초의 소행성 탐사인 '아포피스 탐사 사업'은 예타 신청 직전에 무산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지금과 같은 유연하지 못하고, 분절적인 국가 R&D 시스템을 혁신하지 않고선 우주 선도국으로 나아갈 수 없다. 2000년대 우리나라에 사람을 보내 10년 간 우주기술을 배워간 아랍에리미트(UAE)가 우리에게 더 이상 배울 게 없어 고국으로 돌아갔다는 웃지 못할 일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UAE는 우리에게 배워간 우주기술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의 우주 경험을 빠르게 받아들여 지난해 화성탐사선을 보내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소행성 탐사 계획과 함께 2117년 시카고 규모의 화성도시를 만들겠다는 100년 후의 야심찬 국가 미래 우주 청사진을 국민들에게 제시하면서 '석유 부국'에서 '우주 강소국'으로 빠르게 혁신해 가고 있다.

UAE가 우주개발에 국가적 역량을 모으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주 개척을 통해 미래 세대에 꿈과 비전을 심어주고, 석유에 의존한 경제구도로는 국가 미래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절박함이 내재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우주 선도국이 되기 위해선 하루 빨리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국가 우주 개발 비전과 철학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 그 위에 도전적인 목표를 갖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우주개발 사업의 대대적인 혁신과 변화가 필요하다. '우주 블루스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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