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 핵심은 기복의 주문이 아니라 '관찰과 수행'..새 번역본 '반야심경 정해' 전문

김종목 기자 2022. 6. 27.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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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심경>은 ‘팔만대장경의 핵심 경전’으로 불린다. 부처 가르침의 핵심을 담은 260자 경문(經文)은 불교계 안팎에 큰 영향을 미쳤다. 랩 독송이 나올 정도로 대중에게도 친숙하다. 해설, 번역서도 꾸준히 출간된다. 그 뜻을 헤아리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최근 <반야심경 정해>(알아차림)를 펴낸 관정 스님은 “산스크리트어 <반야심경>을 한문으로 번역하면서 그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게 됐고, 한문 <반야심경>을 우리말로 번역하면서 무슨 말인지 알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계종 표준 <한글 반야심경> 구절은 이렇다. “관자재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오온이 공한 것을 비추어보고 온갖 고통에서 건너느니라.” 관정은 “(<한글 반야심경>도) 그 뜻은 알 듯 말 듯 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며 <반야심경 정해>에서 이렇게 번역했다. “관찰에 통달한 관자재보살이 존재의 다섯 요소(五蘊)를 관찰해가며, 깊은 지혜를 완성하는 수행에 전념하고 있을 때, 그것들은 다 실체가 없는 것들(空)임을 꿰뚫어보고,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이 번역문만 보면, 그저 우리말로 쉽고 길게 풀어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 과정은 간단치 않았다. 일본 법륭사에 있는 산스크리트어본과 8종의 한자번역본을 텍스트로 삼았다. 구마라집(344~412)이 최초로 한자로 번역한 이후 980년대까지 역경가 8명이 한자로 옮겼다. 한·중·일에서 독송하는 것은 당나라 현장(602~664)의 번역본이다.

1200년 경 티베트에서 나무에 금박을 입혀 만든 <반야심경> 표지. 출처 artsmia.org

관정은 산스크리트어 문헌학자 에드워드 콘즈(1904~1979)의 번역본 등 여러 영역본도 참조했다. ‘색즉시공’의 색(色)은 ‘몸의 물질현상’으로 번역했다. 산스크리트어 ‘루빠’는 ‘물질’ ‘몸’ ‘형상’ ‘색상’ ‘현상’ ‘초상’ ‘영상’ ‘물질적인 형태’ ‘지수화풍으로 이루어진 몸’ 등 여러 뜻이 있는데 여러 문헌을 근거로 이렇게 번역했다. 관정은 “부처님은 우리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말, 즉 형이상학적이거나 역설적인 말을 한 적이 없다. 색즉시공은 우주 법칙을 말해 놓은 것으로 해석하는데, ‘몸의 물질현상은 실체가 없는 것들’이란 뜻일 뿐”이라고 했다.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 즉 오온을 한 자씩 해설한 게 모두 100쪽이다. 790쪽 책에 각주 1208개를 달았다. 관정은 여러 문헌을 근거로 기존 번역과 해석에 도전했다. 당 현장의 번역본 문제를 주로 비판했다. 그중 하나가 제목이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摩訶般若波羅蜜多心經)’은 ‘큰 지혜의 힘으로 저 언덕에 이르는 마음의 경’이나 ‘위대한 지혜로 저 언덕에 이르는 길’ 등으로 번역됐다. 산스크리트어 원문 제목은 ‘쁘라야-빠라미따-히르다야-수뜨라’다. ‘쁘라야(반야)’는 ‘지혜’, ‘빠라미따(바라밀다)’는 ‘완성’이다. 관정은 “빠라미따는 ‘최고’라는 뜻의 빠라미에 과거분사형 어미 ‘따’가 붙어서 ‘최고 상태를 이룬’, ‘완성’이란 뜻이 된다”고 했다. 영어권 학자들도 ‘the perfection of wisdom’으로 번역했다.

관정은 ‘빠라미따’를 ‘도피안(到彼岸, 저 언덕에 도달했다)’ 등으로 번역한 게 문제라고 했다. ‘히르다야(심)’도 ‘마음’이 아니라 ‘핵심’을 뜻한다고 했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도 ‘가떼 가떼 빠라가떼 빠라삼가떼 보디 스바하’다. 가떼(아제)는 ‘가신 분’ ‘소멸되어버리신 분’, 빠라가떼(바라아제)는 ‘열반으로 가신 분’이란 뜻인데도 ‘저쪽으로 건너갔다’로 번역했다고 지적했다.

관정은 일부 대승불교주의자들의 의도적 오역 등으로 의심한다. <반야심경>의 핵심은 영원히 소멸되는 ‘영멸(永滅)’인데, 이를 감추고 ‘영생(永生)’하려는 대중 욕구에 부응하려 건너갈 피안이 있는 것처럼 번역했다는 취지다. “중생은 더 많은 복을 받기를 원하고 영생을 얻기를 원하지, 지혜가 완성되어서 자신이 소멸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이 중생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그랬을 수 있다. 구마라집과 현장이 <반야심경>을 주문의 경으로 만들어버렸다”고 말한다. 그는 구마라집도 반야지혜를 완성하기 위한 수행보다는 신앙과 기도, 공덕, 복덕, 불보살의 가피, 소원성취 등을 중요시하는 법화사상을 주창했던 인물이라고 했다. 복을 받고 액난을 쫓겠다는 마음으로 반야심경을 외우는 일들이 이런 번역들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것이다. 의정(613~713)이 한자로 번역한 <반야심경>은 현장 번역본과 똑같은데, 뒤쪽에 ‘밤낮 이 경을 끊어지지 않고 계속 외우면, 이루지 못할 소원이 없으리다’라는 내용이 덧붙었다. 불교를 주술화하려는 의도가 들어간 것이다.

관정은 이렇게도 말했다. “<반야심경>은 우주의 심오한 원리를 말해놓은 경으로 인식되어왔다. 사람들은 <반야심경>에 매우 심오한 철학이나 현대물리학 이론이 들어 있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반야심경>의 뜻은 이 이상도, 이 이하도 아니다. ‘지혜를 완성하는 수행 방법의 핵심을 말해주는 경’이라는 제목이 말해주고 있듯 <반야심경>은 우리에게 깊은 지혜를 완성하는 수행 방법을 말해주고 있다.”

책은 <반야심경>의 핵심이 “공도, 오온개공도, 마음, 없음도, 주문도 아니다”라며 ‘지혜 완성의 수행’을 강조한다. 정작 한·중·일 독송본인 현장의 번역본 등엔 이 내용이 빠져 있다. 관정은 지혜륜이 번역(847~859년)한 걸 참조해 “깊은 지혜를 완성하는 수행을 하려고 하면, 존재의 다섯 요소(오온), 즉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관찰해 들어가서 그것들은 다 실체가 없는 것들임을 꿰뚫어봐야 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이 구절은 현장, 구마라집, 의정의 것에서 빠지고, 지혜륜 등 나머지 5종 한자번역본엔 들어 있다.

<반야심경 정해> 표지

<반야심경>은 대본과 소본이 있다. 현장의 번역본은 소본이다. 지혜륜이 번역한 <반야심경> 630자짜리 대본엔 부처도 등장한다. “모든 대보살이 깊은 지혜를 완성하는 수행을 할 때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해야 한다”는 관자재보살의 말에 부처가 “이와 같은 방법으로 수행할 때 모든 여래가 다 따라서 기뻐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한국에 소본만 유통되면서 정작 완결된 서사가 사라진 점을 관정은 지적했다.

관정은 ‘관자재보살’이 곧 ‘관세음보살’이라는 해석을 두고도 “관자재보살은 관세음보살이 아니라 ‘반야부 경전에 나오는 보살로서 관찰수행을 통하여 지혜를 완성하여, 열반성취를 추구하는 보살’이라고 했다. 기존 번역과 해설에 대한 도전과 반론은 결국 관정이 강조하는 <반야심경>의 핵심 ‘관찰’ ‘지혜’ ‘수행’과 이어진다.

관정은 대학(부산대 영어영문학과) 재학 때 산스크리트어 등을 공부했다. 출가 전 10년 동안 영어 교사로도 일했다. 그는 쉬운 문체 등을 두고 “오랜 시간 원고를 붙들고, 글을 더 쉽게 써서 보통 사람도 경전을 읽어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관정은 <반야심경 정해>에 실은 ‘산스크리트어본과 8종의 한자번역본에 기초해 한글로 옮긴 <반야심경> 전문이다. 해설도 함께 전한다.

<반야바라밀다심경>
<지혜완성의 핵심을 말해주는 경>
<지혜를 완성하는 수행방법의 핵심을 말해주는 경>

관찰에 통달한 관자재보살이 존재의 다섯요소[오온]를 관찰해가며,깊은 지혜를 완성하는 수행에 전념하고 있을 때 그것들은 다 실체가 없는 것들[空공]임을 꿰뚫어보고,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이때 사리불존자가 부처님의 불가사의한 힘에 의해 합장 공경하고, 관자재보살에게 물었다. “만약 선남자가 깊은 지혜를 완성하는 수행을 하려고 하면, 어떤 방법으로 수행해야 합니까?” 이렇게 묻자 관자재보살이 말했다. “사리불존자여,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깊은 지혜를 완성하는 수행을 하려고 하면, 존재의 다섯 요소를 관찰하여, 그것들은 다 실체가 없는 것들임을 꿰뚫어봐야 합니다.”]

사리불존자여! 몸의 물질현상[色색]은 실체가 없는 것[空공]과 다르지 않고, 실체가 없는 것[空공]은 몸의 물질현상[色색]과 다르지 않습니다. 몸의 물질현상[色색]은 실체가 없는 것[空공]이고, 실체가 없는 것[空공]이 몸의 물질현상[色색]입니다. 몸의 물질현상[色색]과 마찬가지로 느낌[受수], 인식[想상], 업 지음[行행], 식별작용[識식]도 또한 실체가 없는 것들입니다.
사리불존자여! 이 모든 존재가 다 소멸된 적멸상태엔 일어나는 것도 없고, 사라지는 것도 없습니다. 또 더러움도 없고, 더러움에서 벗어난 것도 없으며, 부족함도 없고, 완전함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적멸상태엔 몸의 물질현상도 없고, 느낌, 인식, 업 지음, 식별작용도 없습니다. 또 눈, 귀, 코, 혀, 피부, 의식 등의 감각기관도 없고, 형상, 소리, 냄새, 맛, 촉감, 마음에서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것들[法법]도 없습니다. 또 ‘눈’이라는 요소에서부터 ‘의식의 식별작용’이라는 요소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인식작용의 구성요소도 없습니다. 또 무명(無明)도 없고, 무명이 다 소멸된 것도 없으며, 내지 늙고 죽는 것도 없고, 늙고 죽는 것이 다 소멸된 것도 없습니다. 괴로움도 없고, 괴로움의 원인도 없으며, 열반도 없고, 열반에 이르는 길도 없습니다. 또 지각작용[智지]도 없고, 의식의 대상을 취하는 것[得득]도 없습니다. 의식의 대상을 취하는 것이 없음으로써 깨달음을 추구하는 중생은 지혜를 완성하는 수행법에 의해 삼매에 들어 있기 때문에 마음에 걸림이 없습니다. 마음에 걸림이 없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으며, “나”라는 잘못된 인식에서 영원히 벗어나서 열반을 성취합니다.
관자재보살뿐만 아니라 과거, 현재, 미래세의 모든 부처님들도 다 이 지혜를 완성하는 수행법에 의해 최상의 완전한 깨달음을 성취합니다. 그러므로 지혜를 완성하는 수행법은 대단히 신묘(神妙)하고도 밝은 방법이고,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방법이며, 실제로 모든 괴로움을 다 없앨 수 있기에 거짓말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지혜 완성의 진실한 말씀[眞言,呪주]을 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가신분 이시여! 가신 분이시여! 열반으로 가신 분이시여! 적멸과 하나되어 열반으로가신 분이시여! 깨달음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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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의 내용은 <반야심경>이 전래되는 과정에서 누군가 빼버린 것을 필자가 복원해 넣은 것이다. 복원은 지혜륜이 한역한 <반야심경>의 다음과 같은 내용을 번역해 넣었다. “卽時具壽舍利子。承佛威神。合掌恭敬。白觀世音自在菩薩摩訶薩言。聖者。若有欲學甚深般若波羅蜜多行。云何修行。如是問已。爾時觀世音自在菩薩摩訶薩。告具壽舍 利子言。舍利子。若有善男子。善女人。行甚深般若波羅蜜多行時。應照見五蘊自性皆空。離諸苦厄.” 이 내용은 총 8종의 <반야심경> 한역(漢譯)본들 중에서 구마라집 한역본과 현장의 한역본, 의정의 한역본에만 빠져 있다. 나머지 5개의 한역본에는 이런 내용이 다 들어있다. 누가 이 내용을 뺐는지 모르지만 인도에서 뺐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유일하게 남아있는 소본 <반야심경>인 법륭사의 산스크리트어 사본에 이 내용이 빠져 있고, 법륭사의 산스크리트어 사본은 8세기에 인도에서 필사된 것으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는 중국에서 이 부분을 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중국에서<법구경>과 <반야심경>을 한문으로 번역하면서 그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도록 만들기 위해 의미를 조작해놓은 부분이 여러 군데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법구경>을 한역(漢譯)하면서 지혜 “慧(혜)”자로 번역해야 할 것을 복 “福(복)”자로 번역해 놓은 것을 여러 군데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중국에서는 지혜를 완성하는 불교보다는 복덕을 닦는 불교를 지향하기 위해 의미를 왜곡해 놓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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