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규제 비웃는 공기관 '황제대출'..0.83%에 1.2억도

세종=권혁준 기자 2022. 6. 2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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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강력한 권고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공공기관이 사내 주택자금대출제도를 뜯어 고치지 않는 배경에는 강력한 공공기관 노조가 자리한다.

주택자금대출은 복지 차원에서 대다수 공공기관이 사내 복지 기금을 별도로 조성해 혜택을 주는 것인 만큼 기재부의 권고가 '월권 행위'라는 것이다.

다만 정부가 공공기관 개혁을 위해 보다 강력한 수단을 꺼내 들지 않는 이상 지난해 혁신 지침처럼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냉소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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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공공기관 '황제 대출'
지침 어겨도 경영평가 감점이 고작
금리·대출한도 제대로 안 지켜져
최저 0.83% 금리, 최대 1.5억 대출
서민은 돈줄 막혀.."특혜 과도" 비판
전문가 "복지까지 포괄적 개혁 필요"
[서울경제]

정부의 강력한 권고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공공기관이 사내 주택자금대출제도를 뜯어 고치지 않는 배경에는 강력한 공공기관 노조가 자리한다. 정부가 아무리 개선을 요구한들 법적 강제 사항이 없는 지침에 그치는 데다 최종 결정 여부도 개별 공기업이 노사 간 협의를 통해 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민간기업보다 높은 임금, 갖가지 복지제도를 당연시하는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강성 노조와 겹쳐 개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27일 서울경제가 공공기관 경영 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한국수자원공사는 최대 1억 2000만 원에 달하는 주택자금을 최저 연 0.83%의 초저금리로 대출해줬다. 한국관광공사는 최대 1억 5000만 원을 1.6%에, 한전KPS 역시 최대 1억 5000만 원을 2.25%의 저금리로 직원들에게 빌려줬다.

한국석유공사도 최대 1억 5000만 원의 주택 구입 자금을 코픽스(COFIX) 금리에 맞춰 대출해줬다. 지난해 말 기준 코픽스 금리가 1.55%인 점을 고려하면 석유공사 직원들도 1%대 금리에 주택자금을 마련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정부에서 혁신 지침을 통해 사내 주택자금대출 한도를 7000만 원 이하로 줄이고 대출금리도 공무원연금대출을 참고해 한국은행에서 공표하는 은행 가계대출(지난해 10월 기준 3.46%) 금리 이상을 받을 것을 주문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재 관련 법에 따르면 취업 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노사 합의로 개정할 수밖에 없다. 즉 해당 지침을 준수하지 않더라도 관리·감독을 맡은 기획재정부에서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관련 항목에서 감점을 하는 방안밖에 없다는 것이 기재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주요 공공기관들은 여전히 이런 정부 규제가 지나치다며 반발하고 있다. 주택자금대출은 복지 차원에서 대다수 공공기관이 사내 복지 기금을 별도로 조성해 혜택을 주는 것인 만큼 기재부의 권고가 ‘월권 행위’라는 것이다.

하지만 민간에서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주택 관련 대출을 예외 없이 적용 받는다는 점에서 과도한 특혜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7월 중 공공기관 혁신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런 만큼 이번에 드러난 사내 대출의 문제점도 손볼 가능성이 크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역시 지난해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공공기관 특혜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추 경제부총리는 21일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의) 파티는 끝났다”며 강력한 공공 개혁에 나설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다만 정부가 공공기관 개혁을 위해 보다 강력한 수단을 꺼내 들지 않는 이상 지난해 혁신 지침처럼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냉소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도 공공기관 개혁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추진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공공기관은 그간 민간기업보다 더 좋은 복지·후생을 누리는 일종의 관리 사각지대였다”며 “이 때문에 생산성 하락 등의 문제도 있었던 만큼 복지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혁의 기준을 세워 공공기관을 개혁해야 한다”고 짚었다.

세종=권혁준 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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