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피해 없는 공장 증설마저..고민도 검토도 없이 "안돼"

이상헌,진창일 2022. 6. 2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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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하기 나쁜 환경' 만드는 시군구 발목행정
인허가 '몽니' 부리거나
공장 건설허가 돌연 취소
법정다툼 끝에 승소했지만
막대한 손해 기업이 떠안아
과도한 잣대 들이대
우선협상자 선정된 기업에
"요구사항 누락" 부적격 처리
권한 막강한 지자체가 '甲'
기업 피해봐도 목소리 못내

◆ 기업 울리는 지자체 ◆

가동을 멈춘 광주 광산구 정원산업개발 공장 내부. 하루 60t 상당의 대형·재활용 폐기물을 고형 연료화할 수 있는 폐기물 처리시설로 설치됐지만 무용지물이 됐다. [광주 = 진창일 기자]
지난 20일 광주 광산구 황룡강 인근의 한 공장용지. 고철로 팔릴 위기에 놓인 기계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폐기물처리기업 정원산업개발의 이영기 회장(65)은 "수억 원을 들여 사들인 기계인데 지방자치단체와 몇 년간 법정 다툼을 벌이는 동안 무용지물이 돼 고철값이나 받고 팔아야 할 지경"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 회장은 "원래대로라면 하루에 고형화 연료 60t을 만들 수 있는 시설"이라며 "갑작스럽게 사업허가가 취소돼 40억원 상당의 인건비·시설비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 때문에 광산구를 상대로 수년간 법정 다툼을 벌였다. 광산구는 재판 과정에서 "정원산업개발이 하천점용허가 위반 사실을 알리지 않고 속임수와 부정한 방법으로 사업허가를 받아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광산구 손을 들어줬지만 2심과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광산구가 사업허가를 내주기 전인 2019년 2월 공장용지 실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뒤늦은 사업허가 취소 처분은 부당하다고 판결한 것이다. 행정처분의 부당함은 밝혀냈지만 막대한 손해는 그대로 떠안아야 했다.

일선 지자체의 과도한 잣대나 융통성 없는 업무 처리 등이 가뜩이나 경기 침체에 허덕이는 기업을 두 번 울리고 있다. 특히 막강한 인허가 권한을 휘두르는 소극·부실행정은 기업 부담을 한층 높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 사업이 지체되는 사이 막대한 손실을 기업을 감당해야 하지만 행정당국을 상대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

KT 자회사 KT에스테이트도 강원 원주 공공주택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인허가 문제로 속앓이를 했다. 원주시 관설동 옛 강원본부 사옥 용지 일대에 아파트를 건설하고자 2020년 7월 원주시에 개발허가를 신청했는데 1년 넘게 처리가 지연됐다. 당시 원주시는 용지와 사옥을 매입해 사회복지·문화시설 등으로 활용하겠다며 개발허가를 보류했다.

KT에스테이트 측은 "인허가를 위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 만큼 갑작스러운 계획 변경이 불가하다"며 조속한 처리를 호소했지만 단체장까지 직접 나서 공개적으로 용지 매각을 요구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 결국 원주시는 1년여가 흐른 지난해 11월 사업계획을 승인·고시했고 아파트는 올해 4월이 돼서야 착공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도 행정 문제 등으로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19년 당시 SK하이닉스는 2026년 준공을 목표로 용인 클러스터 조성계획을 인가받았으나 3년여가 흐른 지금까지도 산업단지는 착공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사업은 초기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상당한 시간을 허비했다. 클러스터가 들어서는 용인시는 물론 산단 방류수가 흘러들어가는 안성시까지 환경영향평가 범위가 늘어나면서 행정절차 및 처리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기까지 2년 반이나 소요됐다.

법적 동의 조건이 아닌 사유로 인허가 신청을 반려하거나 규정을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처분해 기업이 불이익을 받는 사례도 있다. A씨는 경기 남양주시에 목재 가구공장 건축허가 신청을 했다가 인근 학교 동의를 얻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허 처분을 받았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는 해당 공장이 학교보건법상 불허가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시에 허가반려 처분 취소를 권고했다.

충분히 검토가 가능한데도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업무 행태 또한 여전해 기업들의 투자 의욕마저 꺾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기차 관련 제조기업 B사는 생산라인을 증설하고자 제주도에 기존 건축물 용도변경을 신청했다가 반려 처분을 받았다. 해당 용지가 수도법에 따른 공장설립제한지역이라는 게 이유였다. 제주도는 권익위에서 B사가 계획한 공장이 단순 조립공정으로 지하수 환경을 저해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의견을 받고 나서야 뒤늦게 용도변경을 승인했다.

[이상헌 기자 / 진창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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