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 낙인에 신고·진단검사 회피 우려
전문가, "낙인찍기는 '숨은 감염' 만들고 조용한 전파 가능성 높여"

국내 처음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발생한 가운데 확진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찍기'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동성애 등 원숭이두창에 대한 특정 전파 경로만 부각되면서 자칫 확진자의 신고가 지체될 경우 방역에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21일 원숭이두창 확진 판정을 받은 내국인은 현재 인천의료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방역당국은 확진자와 가족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30대 독일 입국자라는 최소한의 정보만 공개했다.
그러나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확진자를 비난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커뮤니티 한 이용자는 "의심 증상이 있으면 (한국에) 들어올 생각을 말았어야지 왜 굳이 들어온 것인가"라며 "독일에서 대체 무슨 일을 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해당 게시글의 댓글에는 "성소수자가 아닐까 의심된다", "성소수자 단속하지 않으면 전부 확산될 것"이라며 확진자를 성소수자로 단정하고 그에 대한 혐오 표현을 사용하는 등 비난이 잇따랐다.
이 같은 혐오 분위기가 형성된 이유는 최근 영국과 미국 등에서 발표한 사례 분석을 통해 원숭이두창 감염자의 대다수가 남성이고, 초기 집단 발병에서 남성 간 성관계라는 특정 경로가 부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영국 보건안전청(UKHSA)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영국에서 확인된 813명의 환자 중 321명에게 설문한 결과,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 등이 96%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전지역 의료계 한 관계자는 "미국과 영국 등 해외에서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를 분석한 결과 남성 감염률이 높다는 보고가 나왔다"며 "아마 그 부분이 언론을 통해 나오면서 원숭이두창이 성소수자 위주로 전파된다는 식으로 퍼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해당 사실은 왜곡된 것이며, 잘못된 사실을 기반으로 형성된 혐오 분위기 조장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거 없는 비난·혐오는 원숭이두창에 대한 사회적 오명을 키워 확진자에 대한 신고를 꺼리게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관계자는 "원숭이두창 감염 경로가 성 접촉이라는 증거가 없다. 감염 초기에 공교롭게도 남성 성소수자 집단에서 확산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볼뿐"이라며 "성별을 떠나 감염자와 밀접 접촉을 한 누구나 감염 위험이 있다. 정확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종합병원 한 관계자도 "성 접촉이 얼마나 위험도를 높이는지 알 수 없다"며 "다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잘못된 프레임이 원숭이두창 확진자를 숨게 만들어 방역에 구멍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낙인이 무서워 안으로 숨는다면 지역 내 조용한 전파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방역당국도 불필요한 개인정보 유출을 경계하겠다고 밝혔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확진 환자 개인정보 중 성별과 연령은 공개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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