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 완전정복] 작품값 가장 비싼 생존작가..'현대 미술 제왕'의 귀환
2017년 은퇴 후 처음 신작 공개
90세 기념전 독일·일본 등 성황
600억원 경매가 기록 보유
5년간 작품가 2배 넘게 상승
◆ 미술시장 완전정복 ⑨ 게르하르트 리히터 ◆
그는 붓을 놓기로 발표했음에도 작업을 멈출 순 없었습니다. 직접 구상한 전시장에는 유리 페인트를 종이에 흘려 부어 만든 31점의 추상화 소품 시리즈 'Mood(분위기)'가 걸렸습니다. 놀랍게도 1월 5일부터 11일까지 불과 1주일 만에 모두 완성한 작품입니다.
전시장에는 신작을 사진으로 찍은 복제품도 나란히 걸려 보는 이를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기획자인 디터 슈바르츠는 "도발적인 병치는 사전 지식 없이 사본과 원본을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매력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림과 사진의 관계성은 거장의 오랜 천착의 대상이었습니다.
생존 작가의 가격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경우가 많지만 아트넷에 따르면 2017년 은퇴 이후에만 리히터의 작품 가격은 2배가 올랐습니다. UBS와 아트바젤 리포트에 따르면 작년 리히터의 경매 판매액은 장 미셸 바스키아와 앤디 워홀에 이은 3위였고, 생존 작가로는 1위였습니다. 올해도 5월 10일 크리스티뉴욕에서 추상화가 3650만달러(473억원), 5월 16일 소더비뉴욕에서 바다를 그린 풍경화 'Seestuck'가 3020만달러(391억원)에 팔리며 건재함을 증명했습니다.
리히터는 오랜 전통을 지녔지만 20세기 들어 종말을 선고받은 '회화'를 부활시킨 작가이기에 시장에서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회화를 향한 일관된 열정은 다사다난한 삶의 여정에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는 1932년 동독 드레스덴에서 태어났습니다. 이 바로크 시대의 보석 같은 도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공습으로 폐허가 됐습니다. 위르겐 슈라이버가 쓴 리히터 평전 '한 가족의 드라마'는 2차 세계대전이 그에게 미친 영향을 "전쟁은 리히터가 사물을 보는 법을 배운 학교다. 리히터는 현재까지, 이 재료에서 자신의 주제를 길어내고 있다. 지나간 것이 변하지 않는 것이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1961년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기 직전 서독으로 이주했습니다. 동독에서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배운 그가 서독에서 추상표현주의의 물결에 충격을 받은 뒤, 딜레마를 탈출하는 방법으로 회화 대상의 문제화를 택했습니다. 1960년대 그는 신문이나 잡지에 실린 사진을 흐릿하게(Blurring) 재현하는 사진회화(Photo-Painting)를 발표했습니다. 회화의 한계를 탐구하는 작업이 색면 추상에 이어, 1970년대 추상화로 귀결된 건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1996년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했고, 2002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이 미국 전역을 순회하며 국제적 작가로 떠오릅니다. 이후 시장의 평가는 급격히 높아졌습니다.
슈라이버는 그를 "기교적인 색채를 화려하게 사용하면서도 덧없는 것을 그리는 화가다. 그는 관람객들을 고통의 증인으로 세운다"고 평가합니다. 고통의 연대기를 그려온 화가는 역설적으로 자본주의의 빛나는 신화를 쓰고 있습니다. 작품을 대량생산하지 않는 데다 엄격하게 연혁이 관리되는 '영원한 회화작가'의 가치는 앞으로도 높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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