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범카메라 35대 완도에서 '깜쪽같이 사라진 승용차'..초등생 일가족 6일째 행적 깜깜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고귀한 기자 2022. 6. 27. 17: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7일 전남 완도군 신지도에서 실종된 초등생 가족이 머물던 펜션 인근에 설치된 방범용 카메라. 신지도에는 이같은 방범카메라 35대가 설치돼 있다. 고귀한 기자.

교외 체험학습을 간다고 했다가 실종된 초등학생 조모양(10) 일가족이 마지막으로 머문 곳으로 알려진 전남 완도군 신지도는 27일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이날 조양이 머물렀던 펜션 주변에는 인근 바다를 수색하는 경찰과 취재진만 보일 뿐 주민 왕래가 거의 없었다. 김모씨(43)는 “조양이 우리 아이와 비슷한 또래라 더 신경이 쓰이는 것 같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웃는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김모씨(58)는 “수십 년 만에 이런 일은 처음이다. 제대로 된 목격자 하나 없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신지도에는 완도군이 설치한 방범 카메라도 35대나 설치돼 있지만 1주일간 신지도에 머문 조양 가족이 찍힌 것은 펜션 부근 2대와 명사십리해수욕장 입구 2대 등 단 4대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가족들이 산책하는 모습 등은 없고 모두 차량만 찍혔다.

경찰은 이날도 헬기와 드론, 경비정 등을 동원해 신지도 일대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다. 광주경찰청은 2개 기동 중대 140여 명과 수중과학수사요원 10명도 추가 투입해 수색 범위를 넓히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팀에 수사관을 추가 투입해 실종 가족 주변을 탐문하고 있고, 통신 조회와 금융 거래 내역, 의료 기록 등을 확인하고 있다”면서 “소재 파악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과 완도군 관계자들은 6일째 대대적인 수사에도 조양 가족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자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당황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완도로 진입하는 모든 다리에는 차량번호를 인식하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음에도 조양 가족이 이용한 차량이 섬을 빠져 나간 흔적을 찾지 못했고 섬에서도 행방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완도군은 모두 섬으로 이뤄져 있다. 육지에서 완도로 들어오려면 2곳의 다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해남군과 완도 본섬을 연결한 ‘남창대교’와 강진군 마량면에서 고금도를 잇는 ‘고금대교’다. 이들 교량에는 모두 차량번호를 인식할 수 있는 CCTV가 설치돼 있다. 완도를 드나드는 모든 차량은 차량번호가 CCTV에 찍혀 저장된다.

지난달 19일부터 ‘제주 한 달살이 체험을 하겠다’며 딸이 다니던 광주광역시의 한 초등학교에 개인 체험학습을 신청했던 조양 가족은 지난달 23일 처음 완도에 도착했다. 이날 남창대교 CCTV에 완도로 들어서는 조양 가족의 승용차가 찍혔다. 완도에 도착한 이들은 며칠간 완도와 육지를 오갔다. CCTV 분석 결과 조양 가족 차량은 지난달 24일 다시 남창대교를 통해 완도로 들어왔다. 지난달 28일에는 고금대교를 통해 완도로 진입하는 장면이 찍혔다. 지난달 29일 오후에도 고금대교를 이용했다. 경찰 수사 결과 조양 가족은 지난달 24일부터 30일까지 완도 신지도의 한 펜션에 머물렀다.

신지도는 완도와는 신지대교, 고금도와는 장보고대교로 연결돼 있다. 신지도와 연결되는 이들 교량에도 차량번호인식 CCTV가 있다. 조양 가족 차량이 신지도를 나오는 모습이 마지막으로 확인된 것은 지난달 29일이었다. 이날 오전 10시 54분 승용차는 신지대교를 건너 완도읍에 나왔다가 펜션으로 돌아갔다.

같은 날 낮 12시 25분 다시 신지대교를 통해 완도로 나온 차량은 이날 낮 오후 2시 40분 반대편인 강진 마량 쪽 고금대교를 통해 신지도로 돌아왔다. 이날을 마지막으로 수차례 섬을 드나들던 조양 가족의 차량은 더이상 신지도를 벗어나지 않았다. 신지대교 등에 설치된 CCTV에는 섬을 벗어나는 조양 가족의 차량이 찍히지 않았다.

경찰은 펜션의 CCTV를 통해 조양 가족이 지난달 30일 오후 10시 57분쯤 펜션을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오전 0시 40분 신지도에서 조양의 휴대전화가 처음 꺼졌고 오전 1시 9분쯤 어머니, 그리고 오전 4시 16분쯤에는 아버지의 휴대전화가 꺼진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이 확보한 조양 가족의 마지막 행적은 차량을 타고 펜션을 나선 직후인 지난달 30일 오후 11시 방범 카메라에 찍힌 장면 뿐이다. 경찰은 이후 모든 방범 카메라를 추가 조사했지만 연속된 동선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27일 전남 완도군 신지도 송곡항 인근에서 해양경찰이 실종된 조모양 가족을 찾기위한 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고귀한 기자.

자동차 외에 신지도를 벗어나라면 여객선을 이용해야 하는데 신지도와 인근 섬을 오가는 여객선은 운항이 중단된 상태다. 완도군 관계자는 “현재 상황으로는 조양 가족이 신지도를 벗어났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방범 카메라를 조회하고 있지만 동선이 추가로 확인되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