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이겨내고..44개월만의 뜨거운 눈물

임정우 2022. 6. 2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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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우승 전인지
3년8개월 만에 美 통산 4승
톰프슨·이민지 1타 차로 제쳐
17억3천만원 받아 상금 2위로
"절대 울지 않으려고 했지만
해냈다는 생각에 눈물 터져"
27일 막을 내린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전인지가 트로피를 번쩍 치켜들며 환하게 웃고 있다. [AP = 연합뉴스]
27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베세즈다의 콩그레셔널 컨트리클럽 18번홀(파4). 1.2m 파퍼팅을 성공시킨 전인지(28)가 한 팔을 번쩍 치켜들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다.

2018년 10월 한국에서 열린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이후 3년8개월간 이어진 우승 공백. 슬럼프와 부진, 악플로 인해 우울증, 거식증까지 찾아왔고 한때는 골프를 포기하려는 마음도 먹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마침내 거대한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를 번쩍 치켜든 순간에 다시 한번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전인지는 이날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총상금 90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3오버파 75타를 적어냈다. 이틀 연속 3타씩 잃으며 합계 5언더파 283타가 됐지만 공동 2위 렉시 톰프슨(미국), 이민지(호주)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한·미·일 내셔널 타이틀을 모두 보유한 '메이저 퀸' 전인지는 44개월 만의 짜릿한 부활 드라마도 메이저 대회에서 썼다. 그저 '전인지답다'는 말밖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LPGA 투어 통산 4승을 기록한 전인지는 2015년 US여자오픈과 2016년 에비앙 챔피언십에 이어 또 하나의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품에 안으며 큰 대회에서 강한 선수임을 입증했다. 우승 상금으로 135만달러(약 17억3000만원)를 받은 그는 LPGA 투어 통산 상금 660만달러를 돌파했고 시즌 상금랭킹도 2위로 뛰어올랐다. 올해의 선수 순위는 4위가 됐다.

또 2020 US여자오픈에서 김아림이 우승한 이후 이어진 한국 선수들의 LPGA 투어 7개 연속 메이저 대회 무승 행진도 마침표를 찍게 됐다.

대회 4일 내내 선두로 라운드를 마치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하지만 과정은 험난했다. 전인지가 초반 보기를 쏟아내는 사이 '장타자' 톰프슨이 버디를 쓸어 담으며 단독 선두로 올라간 것. 하지만 승리의 신은 전인지의 편이었다. 운명의 16번홀에서 전인지는 기어이 버디를 잡아내며 보기를 범한 톰프슨과 공동 선두로 올라섰고 이어진 17번홀에서도 파를 잡아내며 1타 차 단독 선두로 재역전에 성공한 뒤 그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전인지는 "슬럼프가 왔을 때 골프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언제나 믿어주는 가족과 코치, 팬, 친구 등이 있어서 포기하지 않고 이겨낼 수 있었다. 다시 우승을 차지하게 돼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동안 너무 많이 울어서 이번에는 절대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해냈다' '끝냈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며 "나이를 먹어가면서 눈물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비회원 신분으로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전인지는 2016년 본격적으로 LPGA 투어로 무대를 옮겼다.

당연히 한국여자골프를 대표하는 선수답게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냈다. 그러나 2018년 10월 하나은행 챔피언십 이후 기나긴 부진에 빠졌다. 악성 댓글과 루머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 그는 우울증과 거식증을 겪기도 했다. 마음의 상처가 깊어진 전인지는 2020년 가장 좋아하던 골프를 그만둘 고민까지 했다. 그러나 전인지는 이번 우승으로 화려하게 비상했다.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5개 중 3개에서 우승을 차지한 그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확실한 동기부여도 생겼다.

전인지가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AIG 여자오픈이나 셰브론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된다. 전인지는 "이번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며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내 앞에 놓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4언더파 284타를 적어낸 톰프슨과 이민지가 공동 2위 그룹을 형성했고 아타야 티띠꾼(태국)이 3언더파 285타 단독 4위로 뒤를 이었다. 김효주(27)와 최혜진(23)은 1언더파 287타 공동 5위로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

이날 미국 언론은 이민지와 함께 공동 2위로 마친 톰프슨에게 주목했다. 세계랭킹 6위 톰프슨도 2019년 숍라이트 LPGA 클래식에서 통산 11승을 거둔 이후 3년 만에 생애 두 번째 메이저 타이틀 획득을 눈앞에 둔 듯했지만 1m 안쪽의 짧은 퍼팅을 잇달아 넣지 못하며 자멸했다. USA투데이는 "전인지가 톰프슨의 심장을 부쉈다"며 "톰프슨은 LPGA에서 가장 고통받는 스타일 것이다. 또다시 우승을 놓쳤다. 톰프슨은 50개 대회 연속 우승을 놓치고 있다"고 전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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