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농수산물로 만든 전통음식, 건강에도 으뜸"
[인터뷰] 윤숙자 한국전통음식연구소 대표
· 각종 질병 예방에 도움…표준화된 조리법 완성
· 고려시대 전통 담은 개성음식…맛과 멋 ‘듬뿍’
· 전통음식 산업화 위한 계승자 육성은 해결과제
“우리 선조들은 제철에 나오는 다양한 식재료로 몸에 유익한 음식을 만들어 이웃과 나눠 먹으면서 영양을 보충해왔죠.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건강식으로 뒤지지 않는 우리 전통음식을 널리 알리고 계승하는 일과 평생을 함께하고 있어요.”
수천년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온 우리 전통음식은 제철에 나오는 풍부한 농수산물을 이용해 계절, 지역에 따라 독특한 풍미를 자랑한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 영화·드라마·음악 등 한류문화 확산에 힘입어 전통음식을 중심으로 K-푸드의 인기가 급상승하는 분위기다.
그중에서도 다양한 유익균, 항산화물질을 함유해 세계적인 슈퍼푸드로 자리매김한 김치는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11년 280만 달러에 그쳤던 김치 미국 수출액이 10년 만에 2825만 달러를 기록하며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개성이 고향인 윤숙자 한국전통음식연구소 대표는 전통음식의 진정한 맛과 멋을 발굴하고 계승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물론 일흔이 훌쩍 넘은 지금도 그의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윤숙자 대표의 가장 큰 업적 가운데 전통음식 조리법을 표준화했다는 점은 빼놓을 수 없다. 전통음식의 산업화·세계화를 위해서는 표준화된 조리법을 만드는 것이 선결과제라는 일념에서였다고.
그는 “특히 우리나라는 식재료 사용량을 ‘약간’ ‘적당히’ 등과 같은 표현하는데 이렇게 하면 본연의 맛을 내기가 어렵다”면서 “전 세계 공용의 기준이 되는 SI단위계를 표기함으로써 누가 조리하더라도 동일한 맛이 나도록 하는 것이 전통음식의 대중화·세계화로 가는 첫걸음이었다”고 전했다.
윤숙자 대표는 그 일환으로 2007년 정부의 도움을 받아 ‘아름다운 한국음식 100선’을 집필했다. 전통음식을 제대로 배우고 싶어도 마땅한 교재가 없어 배우지 못한 입문 초보자, 외국인들을 위한 훌륭한 지침서를 탄생시킨 것. 이 책은 지금도 전통음식 전문조리인력 양성의 교보재이자 지구촌 곳곳에서 아름다운 한식을 만날 수 있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6월 24일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에 위치한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서 윤숙자 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 최근 경기도 연천에 개성식문화연구원을 개원한 계기는.
1948년 개성에서 태어나 3살 때 전쟁으로 피란했다. 연천은 개성과 불과 20㎞ 떨어진 곳이라 내겐 의미가 크다. 앞으로 개성식문화연구원을 맥이 끊어져 사라지고 있는 개성음식 원형을 찾아 복원하고 정립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싶다. 개성음식을 배우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전수받을 수 있게 해서 후손들에게 개성음식의 맥을 잇고자 한다.
- 대표적인 개성음식을 소개한다면.
고려시대 전통을 이어온 개성음식은 보수적이면서도 품격이 높다. 음식의 가짓수가 많고 담백한 맛과 화려함이 특징이다. 간을 할 때 간장·된장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조기젓·새우젓을 이용한 음식이 많다. 설·추석 등 명절음식으로는 ▲조랭이떡국 ▲북어저냐 ▲돼지고기저냐 ▲보김치 ▲배피떡 ▲오향주가 대표적이다. 혼례 때에는 ▲엿강정 ▲홍해삼 ▲개성모약과 ▲개성우메기를 즐겼다. 개성젓국도 빼놓을 수 없는데 ▲개성애호박젓국 ▲개성감자젓국 ▲개성두부젓국 등 다양하다.
- 전통음식이 건강 측면에서 어떤 역할을 한다고 보나.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는 약식동원(藥食同原), 식즉약(食卽藥)이라는 말처럼 음식만 잘 취해도 건강을 지키고 몸의 균형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 특히 우리 전통음식은 약이 될 정도로 우수한 음식이라는 점이 과학적으로도 입증돼 널리 알려져 있다. 매일 삼시세끼 우리 고유의 전통음식을 먹는다면 성인병은 물론 각종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 평생 후학 양성을 위해 애썼지만 전통음식 계승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국회·정부에 꼭 당부하고 싶은 부분이다. 젊은 세대를 위해 학교에서 전통음식에 대해 충분히 교육받고 익힐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주길 바란다. 전통음식의 산업화를 통해 세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유능한 인재가 필요하다. 민간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전통음식의 산업화는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헬스경향 양정원 기자 7toy@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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